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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김밥에 봄을 넣었어요.

| 조회수 : 10,494 | 추천수 : 8
작성일 : 2012-03-20 10:05:12

#1

‘다 지나가리니……. 이 추위 가면 시나브로 날이 풀리고 꽃도 필거야’

‘그래도 지난번보다 덜 추워 다행이다.’

뭔가 울컥하고 올라오는 걸 마음 한켠으로 밀어내고 지나쳐온 서울시청 앞.

사람들은 희망광장이라 부르더군요. 쌍용차를 비롯한 해고 노동자들의 농성장입니다.




 

스티로폼 깔고 비닐만 덮고 자야 했던 지난 10일,

11일 추위 때 보다는 1인용 텐트도 쳐지고 상황이 좀 나아진 듯 보이긴 하지만

비닐 천막 뒤로 지어지고 있는 새 청사 건물과 길 건너 ‘국가인권위원회’ 간판은

인권과 노동권에 대한 ‘?’를 찍게 만들더군요.



 

#2

배추 전에 막걸리 한 잔.

이런저런 얘기들.

비 오던 날 저녁, 후배 집에서 만난 풍경입니다.


희망광장 사람들에게도 이런 풍경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3

“간 좀 볼래요?” 하며 H씨가 시금치 무침 하나 집어 입에 넣어줍니다.

“괜찮아. 맛있어요.” 라고 좀 덤덤히 대답했더니,

“아무것도 안하고 해주는 거 먹는 게 젤 맛있지.” 라고 돌아서 H씨 부엌으로 갑니다.

토요일 저녁, 김밥먹자기에

“저녁에 김밥은 부담인데, 엄청 먹을 텐데, 게다가 난 하기 싫은데, 하지만 해주면 먹을 수 있어.” 이런 대답을 했고

H씨 벌떡 일어나 김밥 준비하더군요.




 

뭐, 어쨌든 저는 H씨 말대로 아무것도 안하고 맛있게 먹게 된 토요일 저녁의 김밥입니다.

싹틔운 현미에 베란다 화분에서 키운 돗나물도 넣은, 봄이 들어 있는 김밥입니다.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밥입니다.

#4


 

100일도 안된 아기입니다.

배추 전에 막걸리 한 잔 하던 후배의 아기입니다.

이 도련님 방긋 웃는 사진 한 장 찍겠다고 한 참을 앞에서 재롱떨었지만

어찌나 도도하신지 카메라만 대면 웃음이 짧아지거나 고개를 돌리더군요.

꽃도 그냥 피는 건 아니라고 하더군요.

희망도 그렇게 함께하고 나누는 마음이 있어야 만들어지지 싶습니다.

봄이 들어 있는 김밥,

그래서 꽃이 핀 밥

함께 들어요. *^ ^*


1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콤돌~
    '12.3.20 10:34 AM

    현미밥에 돗나물까지...봄이오고 건강을 먹는 기분입니다~

    희망광장에도 봄이 오기를 바라는 맘입니다ㅠ

  • 오후에
    '12.3.20 10:37 AM

    희망광장만이겠습니까... 모두에게 봄이 오듯 그렇게 봄날이 왔으면 합니다.

  • 2. 나무상자
    '12.3.20 10:38 AM

    희망광장....이름만큼이나 희망적이길 기원해봅니다.
    사진에서 봄향기가 나네요.
    감사합니다.

  • 3. 나우루
    '12.3.20 10:48 AM

    와... 제목이 너무 멋있어요. 글도 좋구요... 음식도 좋구요... 반했습니다!

  • 4. 커다란무
    '12.3.20 11:22 AM

    여태 봐왔던 김밥중 최강입니다.

    김밥에 꽃을 피웠으니 희망에도 꽃을 피어나겠지요

  • 5. 바나나
    '12.3.20 11:46 AM

    저 오후에님 글 항상 너무 좋아요.

  • 6. 네르하
    '12.3.20 12:16 PM

    돗나물만 빼면 어제 제가 해먹었던 김밥이랑 거의 똑같네요.^^
    근데 자른 단면을 보니 밥량은 적고 시금치랑 당근이 훨씬 더 많은 것 같아요. 다음부턴 저도 이렇게 싸야겠어요.

  • 7. 오후에
    '12.3.20 1:46 PM

    나무상자님//봄향기 맡으셨나요? ㅎㅎ 올 봄에 봄기운과 봄향기를 서로서로 많이들 나눴으면 합니다.

    나우루님//칭찬해주시니 감사. 꾸벅~

    커다란무님//희망에도 꽃이 피어날겁니다. 꼭요.

    바나나님//반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네르하님//시금치,당근을 많이 넣으시려면 좀 심심하게 하셔야한다는 거 아시죠.... ^^*

  • 8. 딩딩
    '12.3.20 5:04 PM

    아.. 마지막 사진, 정말 봄이 피어나는 것 같아요. 예술이네요!

  • 9. 도시락지원맘78
    '12.3.20 5:11 PM

    봄을 담은 김밥이자...희망을 담은 김밥이네요.^^
    흰 단문지도 인상적입니다.

  • 10. 꿈돼지
    '12.3.20 9:40 PM

    돗나물이쏙옥올라와김밥에꽃이피었어요...
    행복을주는김밥처럼요....

  • 11. J-mom
    '12.3.20 9:55 PM

    그래도 원순님이 힘드신분들은 많이 생각해주시는거 같은데
    아직도 멀긴 했죠?
    에효...

    위쪽 그림들을 보니 그래도 어둠보다 밝은 빛을 그리고 있어서
    앞으로 나은 희망을 다들 생각하고 계신듯해서 다행입니다.

    이젠 더이상은 절망은 없어야죠...
    아자아자!!!

  • 12. 무명씨는밴여사
    '12.3.21 6:13 AM

    안녕하시지요?

  • 13. 오후에
    '12.3.21 7:33 AM

    딩딩님//봄이 오긴 오겠죠... 감사~

    도시락지원맘78님//올 봄엔 모두에게 희망이 가득 피어나고 담기길....

    꿈돼지님//예.. 김밥에 꽃이 피었습니다. 김밥은 못 나누어도 행복은 나누자구요....

    J-mom님//아자아자!! 힘내서 하루 시작합니다.

    무명씨는밴여사님//예... 잘 있습니다.

  • 14. 아기별
    '12.3.21 2:49 PM

    빨리 봄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삶에도 온기가 퍼지게...

  • 15. 케이즈
    '12.3.22 8:14 AM

    좋은글, 좋은사진 항상 감사합니다.

  • 16. 오후에
    '12.3.22 3:27 PM

    아기별님//저도 빨리 봄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이번주말에도 춥다네요. ㅠ.ㅠ 주말마다 추워져요.

    케이즈님//좋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 17. 콩콩이큰언니
    '12.3.23 3:41 AM

    한참을 키톡을 대강 보고 있었더니..오후에님 오신걸 모르고 있었네요.
    저도 봄이 어서 오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늘도 좋은 글 읽고 가네요....오늘 쓰신 건 아니지만 ^^ 제가 오늘 읽어서..

    시청광장에서 바라 보는 `국가인권위원회` 건물의 간판은 늘 저에게 의문부호를 남깁니다.
    부디 모든 분들 춥지 않은 봄이 오길..

    근데 김밥이 너무 예뻐요.. 먹고 싶네요...쿠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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