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밥도둑 간장게장

| 조회수 : 15,691 | 추천수 : 0
작성일 : 2011-09-24 20:30:40

언제부터인가, 제가 담그는 간장게장, 참게장이 맛이 없어졌습니다.
처음에는 맛있는 것 같다가도, 좀 먹다보면 뭐랄까 떫은 감을 씹었을때처럼 떫은 맛이 돈달까?

게다가,
작년 가을, 살아있는 암게로 게장을 담갔음에도 불구하고 살도 차있지 않아,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그 바람에 요즘들어 통 게장을 담그지 않았습니다.
해마다 몇㎏씩 담그던 참게장도 담그지않구요.


며칠전 대명항에서 사온 꽃게 중 암놈도 그냥 쪄먹거나, 찌개 끓여먹고 말까 했는데,
간장게장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간장을 들이부었습니다.





간장게장에 자신이 없어져, 오늘 별 기대하지 않고 꺼냈는데요,뜻밖에도 오랜만에 제대로 맛이 났습니다.

그 맛내기의 포인트는, 부재료를 넣지 않았다는 것 입니다.
예전 간장게장에는 그저 진간장만 부었었는데, 자꾸자꾸 뭔가 부재료들을 더 넣게 되었습니다.
마늘 고추 파 생강 같은 향신채에 감초니 황기니 하는 한약재,
여기다가 사이다를 넣기도 하고, 맛술을 붓기도 하고, 간장도 이것저것 섞고...

혹시 제가 담그는 간장게장의 맛이 변한 건, 이렇게 마구 넣는 부재료 탓이 아닌가 싶어서,
이번 것에는 간장과 물, 다시마 외에는 아무것도 넣지 않고 팔팔 끓인 후 게에 부었는데요,
이것저것 넣은 것보다 오히려 맛이 순수한 것이 괜찮았습니다.

지나침은 부족함만 못하다, 늘 생각하며 사는 듯 해도, 실은 살다보면 점점 교만해져서,
음식에도 이것저것 자꾸 넣게 되는 것 같아요. 초심을 잃지 않아야 하는 건데..





간장게장과 더불어 자그마한 옥돔도 한마리 구웠습니다.
급하다고 서둘러 구우면 뒤집다가 옥돔이 으깨져서 형태를 알아볼 수 없게 되는데,
오늘은 좀 느긋하게 구워주니까 제대로 구워졌습니다.

늘 침착하게,
늘 겸손하게 살고 싶은데, 왜 이런 결심은 사흘도, 아니 하루도 못가는 것일까요?
벌써 9월도 휘리릭 지나가고 있습니다.
얼마있으면 또 한해가 다 갔다, 뭐 그런 말을 할 것 같은데요,
뒤를 돌아다보며, 자신을 닦으며 나이먹어가는 그런 늙은이가 되고 싶습니다.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막내엄마
    '11.9.24 8:38 PM

    저도 생애 최초로 간장게장을 시도하고픈 간 큰 주부입니다^^

    선생님! 레스피 꼭 가르쳐주세요~~

    붓고 끓이고를 몇 번 반복해야 제일 맛날까요?

  • 2. 푸른솔
    '11.9.24 8:43 PM

    넘~~~~~~~~~~맛나겠당~

    좀 주세여~~~~~~~~~

  • 3. 막내엄마
    '11.9.24 8:43 PM

    검색해 보니 다 가르쳐 주셨네요; 그대로 시도해 볼게요~~

  • 4. 한나 푸르나
    '11.9.24 8:59 PM

    선생님,

    좋은 재료 준비해서 온 마음을 다해서 해 볼게요,

    단순하게

  • 5. 하늘
    '11.9.24 9:31 PM

    요리를 배우면서 선생님 말씀대로 좋은 재료에 간결한 조리법으로 재료의 본 맛을 느낄 수 있게 만드는 음식

    이 최고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저도 항상 잊지 않도록 할께요.

  • 6. okbudget
    '11.9.24 9:56 PM

    최근 몇마리 얻어먹어 입가에 맛이뭇어있는데
    이글보고 담궈야할것같네요

    저도 단순하게 만들어봐야겠어요^^(일단 간장게장 검색부터~~)

  • 7. 행복이마르타
    '11.9.25 12:00 AM

    참 좋아하고픈 사람 ... 그런이
    김혜경의 희망수첩을 오늘도 찾아읽습니다

    감사합니다

  • 8. 소연
    '11.9.25 1:27 AM

    28일 배송명단이예요. 한진택배로 배송했어요. 토요일에 받아보실수 있을겁니다.
    하늘마음님, 유산균님, 축복님, 조*향님, 조*희님, 보라향님,happy virus님, 홍*진님, 희망꽃님, 정*용님, 호야네님, 퍼플님, 쿠울몽님, sm1000님, chiya님, 도현맘님께 사과를 배송했어요. 냉장고에 보관해 주세요. 맛있게 드시고 건강하세요.

    오늘 주문 주신분들께는 월요일에 수확해서 배송해 드리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감사합니다.

  • 9. 홍앙
    '11.9.25 11:13 AM

    그러게요. 늘 넘치지 않으려 해도 지나고 보면 과유불급이네요.
    양파같은 삶이 아니라 보석을 가득품은 석류같은 삶으로 채위진 늙은이가 되고 픈 1인입니다.

  • 10. 아름다운돌
    '11.9.25 11:21 AM

    간장게장은 언제봐도 식욕을 돌게 하지요 올 가을엔 꼭 담궈봐야 겠습니다.

  • 11. 미란다
    '11.9.25 6:09 PM

    저도 이번 가을엔 꼭 간장게장을 해 먹고 싶네요^^ 그런데.. 늙은이란말이 자꾸 걸리네요 ㅜㅜ

    저는 우리 부모님께도 노인이니 그런말 안쓰거든요. 선생님 늙은이란 쓰지마세요. 벌써 늙어버린것
    같이 느껴지잖아요!

  • 12. 해바라기 아내
    '11.9.26 9:46 AM

    지금은 폐쇄되었지만 인근 지역 시골 5일장에서 생선파시는 아주머니께 한동안 생선을
    사다먹은 적이 있어요.
    약간 멀었지만 생선이 싱싱해서 안 갈수가 없었던 곳이었어요.
    생선을 살 때마다 조리법을 가르쳐 주셨는데 항상 맛있었어요.
    그 아주머니 요리법의 근간은 "간단"이었답니다.
    생조기를 사면 "물 조금에 고춧가루 풀고, 청양고추 조금 넣고 자작자작 하면 되" 뭐 이런식이었죠.
    그런데 정말정말 맛있었어요.
    간장게장도 이 아주머니 방식이 정말 좋아요.
    게에 간장을 부어 냉장고에 하루정도 두었다가, 그 간장을 따라 붓고 마늘만 조금 넣고 끓여 부으면
    끝이예요.
    깔끔 담백한 맛이 그 어느 유명한 게장 식당도 못 따라간답니다.
    그 분께 배운 요리의 대발견은 싱싱한 재료에 최소의 양념이었어요.

  • 13. 소풍날
    '11.9.26 2:48 PM

    엄마친구분께서 대부도에서 꽃게를 잡으시는데 바로 게장을 담궈주시는데요..참 간단하더라구요.
    일단 살아있는 꽃게에 생수, 우물표 간장 , 생강분 이렇게만 넣고 주세요..근데 그 맛이 참 일품이에요..
    재료가 좋아서 그런건지 ....
    주말 꽃게를 주셔서 먹었는데 이제 알이 차기 시작하더라구요...아저씨왈 벼가 노랗게 고개를 숙이고 익을때
    꽃게 알도 꽉찬다라고 말씀하셨어요... 알은 조금이었지만 맛은 정말 달더라구요...

  • 14. 메리홈
    '11.9.27 10:31 AM

    저도 몇칠전에 양념게장해서 먹었는데 뭔가 2% 부족한 맛때문에 이상하다...
    메뉴얼 보고 그대로 따라했는데... 맛이 영 아니라..
    애라이 내방식되로 고추장을 넣었더니... 우와! 맛이 살아나더군요
    아무튼 다음번에는 사진찍어서 요리과정올려드릴게요 ^^

    그리고 저는 생선튀길때 물을 조금 부우니까 달아붙지도 않고 이쁘게 모양이 나와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날짜 조회
3347 늦었다고 생각한 때가 가장 빠른 때이다 233 2013/12/22 32,795
3346 나물밥 한그릇 19 2013/12/13 22,527
3345 급하게 차린 저녁 밥상 [홍합찜] 32 2013/12/07 24,843
3344 평범한 집밥, 그런데... 24 2013/12/06 22,211
3343 차 한잔 같이 드세요 18 2013/12/05 14,841
3342 돈까스 카레야? 카레 돈까스야? 10 2013/12/04 10,877
3341 예상하지 못했던 맛의 [콩비지찌개] 41 2013/12/03 14,949
3340 과일 샐러드 한접시 8 2013/12/02 14,049
3339 월동준비중 16 2013/11/28 16,987
3338 조금은 색다른 멸치볶음 17 2013/11/27 16,681
3337 한접시로 끝나는 카레 돈까스 18 2013/11/26 12,427
3336 특별한 양념을 넣은 돼지고추장불고기와 닭모래집 볶음 11 2013/11/24 14,770
3335 유자청과 조개젓 15 2013/11/23 11,787
3334 유자 써는 중! 19 2013/11/22 9,684
3333 그날이 그날인 우리집 밥상 4 2013/11/21 11,192
3332 속쌈 없는 김장날 저녁밥상 20 2013/11/20 13,638
3331 첫눈 온 날 저녁 반찬 11 2013/11/18 16,450
3330 TV에서 본 방법으로 끓인 뭇국 18 2013/11/17 15,721
3329 또 감자탕~ 14 2013/11/16 10,465
3328 군밤,너 때문에 내가 운다 27 2013/11/15 11,546
3327 있는 반찬으로만 차려도 훌륭한 밥상 12 2013/11/14 12,891
3326 디지털시대의 미아(迷兒) 4 2013/11/13 10,936
3325 오늘 저녁 우리집 밥상 8 2013/11/11 16,493
3324 산책 14 2013/11/10 13,337
3323 유자청 대신 모과청 넣은 연근조림 9 2013/11/09 10,783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