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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묵은 김치 먹어 치우기 1

| 조회수 : 17,096 | 추천수 : 0
작성일 : 2012-11-30 20:42:59




남편의 아침상입니다.
요즘 써야할 글이 많은지, 매일 새벽에 잠들어서 아침에는 10시나 다 되어서야 일어납니다.
늦게 일어나니까, 어떤 날 아침은 얼굴을 보고, 또 어떤 날 아침은 얼굴도 못보고 제가 집에서 나옵니다.
아침상은 주로 이렇게 차려놓지요.
하얀 뚜껑접시 안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요? ㅋㅋ
그날 그날, 되는 대로 입니다. ^^




작년에 담근 김장 김치는 한쪽도 없는데,
재작년에 담근 김장 김치는 비록 크지 않은 통이기는 하나, 어쨌든 아직도 한통이나 남았습니다.
빨리 먹어서 통을 비우고 싶은데..
그런데 새 김장을 담았는데 묵은 김치를 빨리 먹기는 참 어렵지요.

어제 밤,
두포기를 꺼내서 속을 털어내고, 물에 담가 짠맛을 잠시 뺐습니다.
손으로 쪽쪽 찢어서, 멸치가루와 들기름, 그리고 된장을 아주 조금 넣어서 조물조물 주물러 두었습니다.

오늘 여기에 물을 붓고,
파 마늘 청양고추를 넣고 바글바글 끓였습니다.
우거지 찌개지요.
예전에 김치냉장고도 없으면서 김장을 100포기씩 하던 시절,
봄이 되면 군내 나는 김치를 우려서 우리 엄마가 이렇게 잘 해주셨어요.
우리 엄마는 들기름을 별로 많이 쓰시는 편이 아니라 참기름에 주물러 두셨더랬죠.
어렸을때는 진짜 이 우거지찌개 맛있는 지 몰랐어요.
김치찌개에는 돼지고기가 들어있으니까 고기 건져 먹는 맛에 먹었지만,
겨우 멸치가 들어있는 김장김치 우려낸 우거지찌개라니..
그런데 이렇게 나이가 들다보니, 이런 음식이 맛있고, 이런 음식이 편안합니다.

내일은 묵은 김치로 쌈을 먹을까봐요.
삼년된 김장 김치인데도 아직 배추가 사각사각하니 맛있어요, 색깔은 좀 시커멓고 미워졌지만.
물에 씻어낸 후 참기름과 후추로 무쳐서 밥 싸먹을까 싶습니다.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세누
    '12.11.30 8:55 PM

    며칠전 저도 묵은 김치 물에 담궜다가 샘비슷(?)하게 된장 넣고 지졌어요
    근데 왜 제가 하면 깊은 맛이 안날까요
    버리기 아까워 꾸역꾸역 제가 먹고 있네요
    아무튼 전 된장 넣은 음식과는 안되나봅니다
    내일 저도 샘처럼 묵은지 김치쌈이나 먹을까봐요^^*

  • 김혜경
    '12.11.30 9:02 PM

    아무래도 조미료 안넣으면 맛이 안나지요.
    그래서 저는 멸치가루 듬뿍 넣고, 표고버섯 가루도 넣었습니다.
    된장은 아주 슴슴하게 슬쩍 풀구요.
    오늘은 간이 맞았지만 간이 안맞으면 조선간장 조금 넣어서 간 맞춰요.

    우리 내일 같이 김치쌈밥 해서 먹어요. ^^

  • 2. 베플리
    '12.11.30 8:56 PM

    가끔 해먹고 싶은 음식이네요.
    어릴때는 정말 저 맛을 몰랐는데
    나이드니까 참맛을 알겠어요.
    날씨가 추워져서 둥이들은 바깥 공기 못쐬겠네요?
    무럭 무럭 자라는 모습이 흐믓합니다.

  • 김혜경
    '12.11.30 9:03 PM

    둥이들 아파트 단지 산책 안한지 꽤 오래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나가자고 발을 버둥댔는데, 이제는 나가는 걸 잊었나봐요.
    아파트 베란다에서 내려다보는 걸로 만족하는 것 같아요. ^^

  • 3. 또하나의풍경
    '12.11.30 8:59 PM

    저도 선생님이 알려주신대로 우거지찌개 했다가 밥 두공기 먹게 되더라구요 ㅠㅠ 무서운 우거지찌개더라구요 ㅋㅋㅋㅋ
    저희집엔 김치냉장고가 없어서 묵은지 있는 집들 보면 많이 부러워요 ^^

  • 김혜경
    '12.11.30 9:04 PM

    우거지찌개도...진짜 밥도둑입니다..^^
    묵은 김치는, 김치찌개를 할 때 진가를 발휘하는 것 같아요.

  • 4. 다이아
    '12.12.1 10:24 AM

    저도 열심히 묵은지 먹는중이에요~
    씻어서 쌈으로 먹고, 볶아서 먹고, 전으로 먹고 , 찌개끓여 먹고, 볶음밥을 먹고, 만두도 했구요
    그래도 이상하게 안질려요^^

  • 김혜경
    '12.12.1 11:44 PM

    아...김치전...김치전 먹고 싶어요...ㅠㅠ...

  • 5. 저녁바람
    '12.12.1 12:16 PM

    그런데 절대 파김치 시어 꼬부라진거 이렇게 지지시면 안되요.
    너무 맛있어서 밥 세공기 뚝딱이거든요ㅋㅋㅋ^^;;
    오늘 별로 안추운거 같아 얇게 입고 나왔는데 길에 얼음 얼어있네요. 주말 잘보내세요^..^

  • 김혜경
    '12.12.1 11:44 PM

    아, 파김치요??
    파김치는 한번도 안해봤어요.

  • 6. 예쁜솔
    '12.12.1 12:52 PM

    저는 묵은지 없애느라고 만두 만들려고 해요.
    시장 두부집에 만두용 짠두부가 있어서 사왔어요.
    토요일이니...애들과 함께 만들려구요.
    요즘은 맘만 먹으면 뭐든지 쉽게 할 수 있는데
    옛날 엄마들에 비해서 정말 편하고 게으르게 사는 것 같아요.

  • 김혜경
    '12.12.1 11:45 PM

    만두만해도, 예전에는 피 다 집에서 밀었잖아요.
    그런데 요즘은 사서 해도 되고..정말 많이 편해졌어요.

  • 7. 테오
    '12.12.1 6:47 PM

    할머니가 된다는 실감을 못느끼다가 갑자기 쌍동이가 아닌 것이 허전할 것만 같은 마음이 되니
    이 변덕스러움을 어떻게 설명할지 모르겠어요
    날이 추우니 버둥거리다가 외출을 포기한 아기들을 상상하며 혼자 웃습니다
    돌봐드려야 할 노인들과 저자신의 나이듦에 대한 허전함속에서 아기가 한줄기 빛이 될거같다는
    생각을 해요
    이렇게 세대가 이어지나 봅니다
    시아버님께서 우거지찌게를 드시고 싶다고 하시던데 저도 해봐야겠어요
    묵은 김치가 아니라서 깊은 맛은 안나겠지만요 그래도 신김치로 해보고 싶네요

  • 김혜경
    '12.12.1 11:46 PM

    테오님,
    손주가 태어나면...정말 다른 세상이 보이실 거에요.
    이렇게 이쁜 존재가 있구나. 이렇게 내게 행복을 주는 존재가 있구나, 내 손길이 필요한 존재가 있구나,
    생활이 달라지실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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