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부엌정리가 끝날 것이고, 말끔해진 부엌 사진을 올리면서 냉동고에 대한 이야기를 쓰려고 했어요.
사진도 잘 찍어서요.
그런데 '냉동고 유감'을 기다리시는 분들이 꽤 계신 듯하여...사진 대충 찍어서 올려봅니다.

이번에 집수리를 하면서, 덩치 크고 비싼 물건에서부터 값싸고 소소한 물건까지 꽤 많이 사들였는데요..
그중 제일 후회되는 것이...냉동고입니다....ㅠㅠ...
우선 제가 쓰던 냉동고 얘기부터 하자면,
지난 92년 무렵에 꽤 거금을 주고 구입한 5단짜리 독일산 리페르 냉동고였습니다.
그동안 냉동기능에는 고장 전혀 없이 잘 쓰고 있었는데,
20년 가까이 쓰다보니, 급속냉동 버튼이나 경보음 해제 장치 등 버튼이 모두 고장이 나서 눌러지지않고,
또 서랍이 자꾸 깨지는데 이제는 더 이상 구할 수도 없고,
그동안은 그런 일은 없었는데 최근들어서 온도조절에 이상이 생겼는지 자꾸 얼음이 얼어서,
이번에 바꾸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같은 회사제품으로 바꿀까 하고 살펴보니, 7단짜리 모델이 2백50만원 정도.
국산 가격은 60~70만원, 국산 여러대를 살 수 있는 금액이어서 고민고민하다가, 결국 국산으로 결정하였습니다.
그래서 모델을 마음에 점찍고, 대리점에 나가서 살펴보고,
인터넷최저가 검색한 결과 588,480원이라는 꽤 좋은 가격으로 구입하였습니다.
제가 산 건 7단짜리로, 다섯단은 서랍, 두단은 플랩형 문이 달려있는 모델입니다.
제가 뭘 살때, 꽤 꼼꼼하게 살펴보고 구입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뭘 보고 샀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7단이나 된다는데 홀렸던 것 같아요.
정확하게 비교도 해보지않고, 7단이니까 5단 보다는 많이 들어가겠지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곤 그저, 김치냉장고, 냉장고, 냉동고를 나란히 두려면 얼마나 공간을 남겨두었나,
값이 최저가인가, 배달은 언제 되나...이런 것에만 신경을 썼던 것 같아요.

배달을 받자마자 맨 아랫 서랍을 열었다가, 정말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제가 쓰던 리페르 냉동고 서랍의 ⅓도 안되는 쬐끄만 서랍인거에요.
그 윗칸을 열어보니 조금 크긴한데, 리페르에 비하면 어림없고,
맨 윗서랍만 어지간하게 큰 거에요.
자세히 살펴보니, 서랍 다섯개중에서 맨위가 좀 크고,
중간 세칸은 크기가 같은데, 중간정도의 크기, 맨 아래는 너무 서랍이 작았어요.
이러면 서랍에 번호 붙여놓아야하는게 아닌가 싶어요. 리페르는 번호가 있거든요.
나중에 혹시 서랍이 깨지기라도 하면 중짜 주세요, 소짜 주세요..해야하는 건지...
암튼 제맘에 드는 크기의 서랍은 다섯단 서랍 중 맨위칸 하나였습니다.
서랍을 다 빼보니, 아래 달려있는 냉각장치 때문에 서랍 크기가 그렇더라구요.
물론 전에 쓰던 리페르 냉동고도 다섯개의 서랍이 다 같은 크기는 아니었습니다.
네개는 크기가 같고. 맨 아랫단 하나는 뒷쪽에 붙어있는 냉각장치때문에 좀 작기는 하지만 대신 깊이가 깊어서,
다른 서랍에 비해서 ⅔ 이상은 들어가는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산건 맨 아랫서랍이 작아도 너무 작았습니다.

맨윗서랍과 서랍 위에 달려있는 두 칸의 플랩형 문으로 되어있는 것만 크기가 좀 큰데요,
윗쪽은 높기 때문에 더 자주 꺼내지 않는 걸 넣게 되잖아요.
팔을 들어올리지 않고도 편안하게 꺼낼 수 있는 서랍 두개 정도는 좀 컸으면 했는데, 하나뿐인셈이에요.
먼저 쓰던 냉동고에서 나온 것들을 다 넣고 보니 조금 여유가 있는 걸로 봐서는 먼저 것보다는 더 크기는 큰 것 같은데,
서랍이 작다보니, 느낌상으로는 별로 더 많이 들어가는 것 같지도 않아요.
그런데 정말 할 말은 없습니다. 제 불찰이지요.
제가 살 때 확인안해보고 샀으니까요.
아마도, 서랍을 다 열어보았다면, 이 냉동고 안샀을 거에요...ㅠㅠ...
이번에 자금이 딸려서 못바꿨다면 그냥 더 쓰다가, 다른 걸로 샀을 듯.

그리고 또 결정적으로 불편한 건요,
리페르는 문을 90도만 열어도 서랍들이 다 잘 열립니다.
그래서 냉동고 문을 열기위해서 공간이 더 필요하고, 그런거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건요,
90도만 열면 이렇게, 플랩문이 안열립니다.
물론 서랍도 열리다 말지요.
문을 확 젖혀주어야해요, 한 120도 정도??
물론 냉동고를 처음 쓰는 분이라면, 하나도 불편하지 않을 사항인데요,
저는 이십년 가까이 그렇지 않은 냉동고를 쓰던 터라 여간 불편하고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랍니다.
게다가 냉장고는 툭 튀어나와 있기 때문에,
냉동고문을 열다가 냉동고 문도 다치고, 냉장고에도 흠이 가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살짝 생깁니다.
그리고, 키만 멀쑥하게 크다보니까 안정감이 없어요.
들여오던 날, 냉동고를 다 채우고났는데두요, 울 아들이 예전 냉동고 문 열듯, 냉동고 문을 여니까,
냉동고 전체가 앞으로 쫙 딸려오는 거에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문을 열때 조심조심, 살살.
키는 같은 회사에서 나온 냉장고보다 더 크고,
두께는 훨씬 얕아서 두개를 나란히 놓으니까 정말 안예쁩니다.
냉장고와 냉동고의 윗부분에 싱크대 상부장만 안 짜넣었더라면,
약간 손해를 보고, 중고로 팔고, 다른 걸로 바꾸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고 해서,
요즘은 단점 대신 장점을 찾아가면 정을 들이는 중입니다.
'서랍이 작으니까 조금밖에 안들어가서 뭐 찾기는 좋잖아!'
'싸잖아...60만원도 안했는데...10년 쓴다면, 일년에 6만원꼴이고, 감가상각비가 월 5천원밖에는 안되잖아'
'이 담에 서랍이 깨져도 구하는 거 어렵지 않을거 잖아, 국산이니까...'
'예전 것보다 전기를 덜 먹겠지...'
어쩌겠어요, 미운 정 고운 정 들이면서 써야지...
100% 만족스런 물건이란 없는 거다, 이만하면 가격대비 괜찮다...하고 자기최면을 거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