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추 값이 많이 싼가봐요.
며칠전, 저녁 밥상에 '잔디 방석'을 올리던 날, 대파가 떨어져서 동네 채소가게에 갔었어요.
대파 사고 돌아서는데 가게 아저씨가 자꾸 부추를 사가라는 거에요, 한단에 천원이라며...
제가...부추에... 트라우마가 있습니다. 그래서...부추를 사라고 하면 겁부터 납니다, 다 못먹고 버릴 것 같아서...
부추에 대한 트라우마, 참, 별건 아닌데요, 제가 속좁고 옹졸한 사람이라서 그래요.
kimys와 결혼한지 얼마 안되었을 때 일 입니다.
거의 8시나 다 되어서 허겁지겁 퇴근해들어왔는데,
거실 소파에 꼿꼿한 자세로 앉아계시던 시어머니께서, 눈도 맞추지 않으시면서,
"냉장고에 채소들이 썩었더라, 부추전 부쳐라" 하시는거에요.
옷도 못벗고, 부엌으로 들어가보니, 풋고추, 대파, 부추 등등 시들시들한 채소들이 일렬로 도열해 있는 거에요.
그중에서도 부추 상태가 제일 나빴어요. 그런데 그걸로 전을 부치라고 하시니...
너무 속이 상해서, 혼자 울먹이면서 부추 다듬어서 전을 부쳤습니다.
물론 냉장고 속의 채소들 시들지않게 빨리빨리 알뜰하게 먹어야죠, 그렇게 못한 제가 잘못이긴 한데요,
하루 종일 집에 계시면서 냉장고 검사하신 어머니, 부추가 시들었으면 좀 다듬어두셨다가,
제가 들어왔을 때 , "얘야, 부추가 시들어서 다듬어 놓았다, 전 부치렴" 하시면, 제가 얼마나 미안하겠어요.
그 담부터 조심할텐데...
그로부터 근 10년 동안은 부추를 안샀습니다.
한단 사면 다 먹을 자신도 없고, 또 바쁜데 "부추전 부쳐라"하시면 거역할 수도 없고..
채소가게 아저씨가 한단에 천원이라며 사라고 하는데,
"그걸 다 어찌 먹으라구요"하고 일단은 싫다고 했는데, 그 아저씨가 부추를 너무나 팔고 싶은 거 같은거에요.
에이, 얼마나 팔고 싶으면 이렇게까지 사라고 할까 싶어서 사왔는데요, 어찌나 그 양이 많은지요.
잔디방석 부쳐먹고, 느타리버섯무침에도 넣어먹고, 오늘은 100원어치 정도 꺼내서 전부치고, 국에도 넣었어요.

오늘 부추전 상태는..비교적 양호하죠?? ^^
특별한 이유도 없이, 오늘은 무쇠팬에 부치고 싶어서 무쇠팬 꺼내서 다시 닦고 불에 올려 충분히 예열하고,
부추전 한장 부쳤습니다.

냉동고의 껍질바지락을 꺼내서 국물내고, 소금 후추로 간한 후,
두부와 부추만 넣어서 시원하게 국을 끓였어요.
이 국은 비빔밥 먹을 때 먹으면 좋은데...

함박스텍 해먹고 한조각 남은 패티,
오븐 켜서 온집안의 기온을 올리고 싶은 생각이 없어서, 프라이팬에 굽다가,
상에 올릴 스테이크팬 잘 달군 후 좀더 구워서 상에 냈습니다.
밥, 국, 전, 함박 등등 이것저것 하고 나니까 부엌의 열기가 온집안으로 퍼져 집안 전체가 후끈후끈합니다.
전기세, 에라 모르겠다...내는 대로 내지 싶어서 에어컨을 틀었습니다.
저희 집, 정말 시원해서 일년에 몇년 켜지않고 지나가는데, 벌써 몇번째인지 몰라요.
올해는 더위가 너무 일찍 찾아왔어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