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안에 바늘구멍만큼 헐기 시작해서, 결국에 가서는 요즘 새로나온 10원짜리 동전 ⅓만큼 헐어 버립니다.
그것도 한군데가 아니라 여러 군데가 동시다발적으로 생기는데요,
오늘 현재 입안에 4군데나 헐어있습니다.
밥 먹는 것도 힘들고, 이 닦는 것도 힘들고...
컨디션이 썩 좋지 않다는 핑계로, 요즘 이럭저럭 꾸려가고 있는 저희 집 밥상입니다.

이건 요즘 밥상이 아니라, 꽤 한참 전에 찍은 밥상인 것 같은데..
지워지지않고 메모리카드에 들어있네요.
송어 한마리 굽고, 있는 반찬들, 오징어채무침, 고사리나물, 연근조림 등등으로 차렸는데요,
늘 제가 쓰는 수법, 반찬이 없을 수록 그릇에 신경써라..에 충실한 밥상입니다.

이건 어제 저녁 밥상입니다.
바지락살 넣고 된장찌개 끓이고,
김치냉장고 속에 두고 내내 먹던 두릅 마지막으로 데치고,
냉동고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고기, 채끝불고기 해동해서 불고기양념해서 굽고,
깻잎장아찌과 구운김까지 놓으니까..나름 그럴싸 하죠??

이건 오늘 점심입니다.
채끝불고기거리 냉동실에서 꺼낼때보니까 닭허벅지정육이 한덩이 있길래 같이 녹였습니다.
뭘 해먹겠다는 생각없이 그저 앞뒤로 다이아몬드 칼집 넣어주고,
소금 후추 뿌려 밑간해서 김치냉장고 안에 넣어뒀다가.
오늘 길쭉길쭉 하게 썰어서 녹말가루 묻혀서 튀겨냈습니다.
튀긴 닭은 간장, 굴소스, 물, 식초, 다진마늘, 설탕 등을 바글바글 끓인 소스에 조려줬어요.
계량같은 거 안하고, 그냥 감으로 대충 했는데, 뜻밖에도 맛이 꽤 괜찮았습니다.
(계량 안하고 막 만들때 음식이 더 맛있는 것 같은건, 무슨 일인지 모르겠어요.)
스테이크팬에 양파와 파프리카 볶은 것을 얹고, 이 조린 닭을 얹어줬어요.
사진에는 없지만, 집에 있는 재료들, 두부와 무, 바지락살을 넣고 소금으로 간한 다음,
달걀 줄알을 쳐주는, 정체모를 국도 끓였는데, 꽤 시원하고 괜찮았습니다.

저희 집 냉장고가 텅텅 비었습니다.
여행가기 전에는 여행간다고 냉장고 채우지 않았고,
여행 다녀와서는 바쁘다고, 주말에는 마트가 복잡하다고, 장 보지 않고 버티고 있어,
떨어진게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만만한 것이 집에 비축되어있는 묵나물들!
고사리, 다래순, 곤드레를 불려서 볶고, 굴비 두마리 꺼내서 구웠습니다.

나물은 한가지를 한번에 많이 볶는 것보다,
조금씩 여러가지를 볶는 것이 더 편한 것 같아요.
그냥 먹어도 되고, 비벼먹어도 되고..
오늘은 다래순을 참 잘 삶았나봐요.
보들보들하게 삶아진 것을 볶았더니...정말 맛있어요.

고사리는 뭐, 언제 볶아 먹어도 고기처럼 맛있는데요.
불려놓은 걸 사면 이런 맛이 나질 않는 것 같아요.

곤드레나물 말린 것이 어쩌다보니 두봉지가 됐습니다.
없는 줄 알고 샀는데, 어디 구석에서 한봉지가 나온 거죠.
그래서 얼른 먹으려고 곤드레밥도 해먹고, 볶아도 먹습니다.
곤드레도 푹 잘 삶아서 들기름쳐서 볶으니까,
특유의 맛이나 향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런대로 먹을만한 나물반찬이 되네요.
내일도, 모레도 시장 볼 시간은 없고,
또 뭘 해먹야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