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냉장고 구석구석을 뒤지면서 재료들을 알뜰하게 먹으려고 애쓰고 있는데요,
오늘 저녁에는 파프리카로 샐러드를 했습니다.
지난번 제 생일에, 저희 동네 한 패밀리 레스토랑이 새단장을 했다고 하길래 가봤더니,
음식이 훨씬 좋아졌는데요, 몇몇 샐러드는 진짜 맘에 들었어요.
그중 하나가 구운채소들로 만든 샐러드였는데,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가지 호박 파프리카 등으로 만들었던 것 같아요.
오늘 냉장고에서 노랑 파프리카와 빨강 파프리카 반개짜리,
그리고 크기가 작은 피망 3개를 발견하고 샐러드를 해야겠다 싶었어요.
요리프로그램에서 본 건 있어가지고, 파프리카 껍질을 벗겨서 하기로 했습니다.
일단 파프리카와 피망을 프라이팬에서 익힌 다음 비닐봉지안에 넣어뒀습니다.
가스불에 직접 구워야하는데 석쇠도 없고, 귀찮기도 하고...,
그렇다고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쉐프들 처럼 젓가락에 꽂아가지고 가스불에 구울 수도 없고...
그랬는데...ㅠㅠ...제 착각이었지요,
프라이팬에서 대충 익힌 파프리카가 마치 찐 고구마 껍질 벗겨지듯 슬슬 벗겨질거라고 생각한 것이...
껍질이 안 벗겨지는 거에요, 예전에 할 때는 잘 벗겨졌는데..ㅠㅠ..
프라이팬이라 덜 구워졌던 것 같아요.
그래서 감자칼로 대충 깎이는 데는 깎고 안 깎이는데는 그냥 두고 했는데요,
보니까 껍질을 새까맣게 태운 부분은 껍질이 슬슬 잘 벗겨지는 거에요.
그래서 쉐프들이 가스불에 파프리카를 새까맣게 태웠던 모양이에요.
전에 할때는 새까맣게 태우지 않고 대충 구워도 잘 벗겨졌던 것 같은데...ㅠㅠ...
어쨌든, 익힌 파프리카와 피망을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서,
올리브오일, 발사믹 식초, 소금, 후추, 그리고 몸에 좋으라고 설탕 대신 가루꿀을 넣어 드레싱을 만들어서 버무렸습니다.
이때 재밌었던 건 처음에 발사믹 식초 대신 레드와인 식초를 넣었는데요,
제가 생각했던 맛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발사믹을 넣었더니..바로 그 맛!
발사믹 식초의 위력이 참 대단한 것 같아요. 금세 맛이 달라지니까요.
담에 이 샐러드를 할 때에는 TV에 나오는 쉐프들처럼,
가스불 위에 석쇠를 놓고, 인내심을 가지고 파프리카를 완전히 새까맣게 태운 후 껍질을 벗겨서 해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