큼지막한 그릇 들이 좋아졌어요.
예전에도 큰 그릇을 좋아하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전에는 그릇 살 때 '내가 쓰고 싶은 것'보다 '촬영하기 좋은 것'에 맞췄더랬습니다.
음식 사진 찍을 때 그릇이 크면 각이 예쁘게 잡히질 않아서 늘 오종종 작은 것들만 샀었어요.
또 작은 그릇에 비해 크기가 큰 그릇들은 가격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서,
큰 접시 하나 사느니, 작은 접시를 여럿 사는 것이 촬영에 더 도움이 됐구요.
그랬는데 요즘 들어서 점점더 큰 그릇의 가운데에만 음식을 조금 담는, 그런 스타일이 좋아진 거에요.
허나 늘 작은 그릇들만 사들인 관계로, 제 맘에 드는 큰 그릇들이 부족했습니다.
자르스의 쑥색 접시와 산아래의 접시 정도가 고작!
큰 그릇 지르고 싶어서 들썩들썩하고 있는 가운데, 이천에서 도자기 축제 열리고 있다는 소식은 들려오고,
이번 주 아니면 시간이 없을 것 같고.
(다음주에는 kimys의 생일과 돌아가신 우리 아버지 생신과 어버이날이 있고,
고 다음주에는 kimys와 여행갑니다...)
아침에, 이천에 가고 싶다고 하니까,
kimys가 비 오니까 안 갔으면 좋겠다는거에요. 제가 빗길 운전하는 거 완전 싫어합니다.
그랬는데, 비가 그치고 햇살이 너무 좋은거에요.
"여보, 비 그쳤으니까 가도 되지?"하니까 다녀오라는 거에요, 자기는 바빠서 동행해줄 수 없다고 하며.
아침 10시30분에서 집에서 나왔는데, 이천 도착하니까 11시30분.
별로 액셀레이터를 밟지도 않았는데 길이 안 막히더라구요.
이천까지 가는 길, 너무 좋았습니다.
자연은 항상 아름답지만,
제가 제일 좋아하는 풍경은, 산의 나무들이 아직 짙은 초록색을 띄지 못한 채 연한 연두빛을 하고 있고,
군데군데 산벚꽃이 하얗게, 혹은 분홍색으로 핀, 딱 요맘때를 제일 좋아합니다. 그냥 산을 바라만 봐도 가슴이 저려요.
가는 동안 내내 아름다웠는데, 특히 태릉과 구리의 경계부분 북부간선도로 왼쪽의 배나무 과수원에,
눈이라도 내린 듯 배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얼마나 예쁜지 모르겠어요.
암튼, 좋아하는 노래 들으면서, 그릇 구경하러 이천에 갔는데요, 가니까 바람이 어찌나 불고 춥든지...
얄프레한 티셔트에 역시 얇디얇은 카디건 하나 걸치고 나갔다가 추워서 혼났어요.
돌아오는 길엔 비까지 내려서, 운전에 애 좀 먹었지요.

이천 도자기 축제에는 작년에 안갔어요.
왜냐하면, 가서 이쁜 그릇 구경하고 사는 건 참 좋은데...'완장'찬 주차요원 아저씨들이 진짜 맘에 안들어요.
뻔히 빈 주차공간이 있는데도 못대게 하고, 어찌나 고압적인지...그래서 갈 엄두를 내지 않았던 건데요,
오늘은 황사가 있다는 일기예보 때문인지, 차가 별로 없어, 주차를 아주 수월하고 기분좋게 하고 들어갔답니다.
차 가지고 다니는 사람, 주차, 참 별거 아닌 거 같지만, 정말 제일 스트레스가 주차잖아요.
저는 도자기 축제에 가도 다른 건 안보고 전시판매관만 훑고 나오는데요,
올해는 그동안 못보던 젊은 작가들이 많이 참여한 것 같아요.
대신 유산요, 산아래공방, 한림, 예작 등은 참가하지 않은 것 같구요.
마음 속에 큰 그릇들만 들어앉은 관계로, 크기가 작은 그릇들은 아예 눈에 들어오지 않고,
맘에 쏙 드는 그릇들이 많았는데...총알이 부족했습니다. ㅠㅠ
사고 싶은 접시들은 그저 한장에 10만원 아니면 7만원.
어제부터 kimys에게 불쌍한 얼굴을 하면서 "나, 총알이 떨어져서 이천에도 못가겠어!"했는데,
kimys 외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거있죠?
"당신 총알이 떨어졌다고?? 말도 안되는 소리.. "
전, 지갑을 좀 채워줄 줄 알았는데...ㅠㅠ..., 몰라라 하는 거 있죠, 야속한 남편!
저 요즘 총알이 부족한 사실이에요, 냄비에 미쳐서 줄창 냄비 사들이느라 거금 썼거든요.

오늘 이 작가 그릇 처음 봤는데요, 진짜 맘에 들었어요.
단정한 스트라이프 셔츠를 연상케 하는 정사각형 접시.
색상은 이런 베이지 계열과 쑥색 계열 두가지 였는데, 저는 베이지로 한장 집어들었습니다.
이 작가의 그릇중 이렇게 사각형이 아니라 원형 그릇도 진짜 맘에 드는 거 많았는데,
꾹 참고 이거 하나 들고 왔어요.
사진은 이렇게 꼬맹이 접시처럼 보이지만, 이게 가로 세로 27.5㎝나 되는 큼직한 것이랍니다.
아, 아, 민승기 공방이구요, 이 접시 가격은 7만원이에요.
이천 도자기 축제에 가시는 분들, 이 공방 한번 찾아보세요. 이쁜게 꽤 많아요, 물론 제 취향이긴 하지만요.

유유공방의 강유단 선생님 그릇은 제게도 몇장 있는데요,
정말 이 검은 접시는 맘에 쏙 들었어요.
이 접시 역시 사진상으로는 그 크기가 잘 짐작이 안되는데요, 가로 37.5㎝, 세로 25.5㎝나 되는 큼직한 것이랍니다.
이 접시도 같은 분위기로 여러가지 색깔이 있었으나, 가격이 10만원이나 하는 관계로 한장만, 품에 안고 왔습니다.
돌아오는 kimys의 생일, 부페식으로 차릴까 하는데, 그때 잘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자기소의 봄' 공방의 그릇은 뭐할까 풋풋한 소녀같은 느낌이랄까,
싱그러운 분위기의 그릇을 내놓는데요, 그동안 관심있게 지켜보았을 뿐, 사지는 않았는데,
이번에 접시 2장을 샀습니다.
깊이감이 없이 거의 판판한 것으로 두장 골랐어요.
이것도 지름이 30㎝나 되는, 꽤 큰 것으로 이것도 한장에 7만원이나 줬어요. 어흑...

제가 이천까지 갔는데, 사기막골 산아래샵을 안들려왔겠습니까??
지난번부터 사려고 했으나 없어서 사지 못했던, 구멍뚫린 접시 드뎌 득템했습니다.
이렇게 구멍 뚫린 걸 어디에 쓸거냐구요?? ㅋㅋ...상추 담을 거랍니다.
세상에, 그릇이 없어서 식탁에 상추 못 올리겠어요?
그래도 이건 꼭 갖고 싶었어요.

이렇게 쓰는 거죠.
이것도 윗면의 지름이 26㎝나 되는 보기 좋은 사이즈에요.
구멍 뚫린 것만 4만원. 산아래공방 그릇.
아래의 접시는 지난번에 사서 집에 있던 것이에요.
오늘에서야 비로소 짝을 채운 거죠.
이렇게 해서, 접시는 딸랑 4장밖에 사지 않았는데, 무려 35만원이나 쓰고 들어왔어요.
그래도 어떤 냄비 한개값이다~~ 이렇게 생각하며, 아주 흐뭇해하고 있는 중입니다.
접시들 정말 예쁘죠? 이쁘다고, 돈이 아깝지않다고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