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에 들어온 고기 생선 곶감 등을 보관하려고,
작은 김치냉장고에 스위치를 넣어 냉동으로 해놓고 썼더랬습니다.
어제 밤 늦게,
김치냉장고 스위치 끄려고, 냉동고를 정리해줬습니다.
정리하면서 보니까, '한상차림' 촬영할 때 쓰던 재료들이 여기저기서 조금씩 나오는데,
성에가 잔뜩 껴있기도 하고, 너무 오래된 듯도 싶고 해서 모두 버리고 정리했습니다.
그래도 밤 12시가 훨씬 넘은 한밤중이라, 다른 사람 볼 걱정도 없고, 마음껏 음식물쓰레기 버리러 들락날락하면서,
말끔히 치웠지요.
그랬더니, 오늘은 냉장고의 냉동실이 맘에 걸리는 겁니다.
사실, 냉동고의 상태는 그리 심각하지 않았어요.
정말 상태가 심각한 건 냉장고의 냉동실이지요.
문만 열면 와르르~~
제 발등은 물론이고, 가족들 발등의 안전도 장담할 수 없는 상태!
그렇다고 낙. 석. 주. 의. 이렇게 써놓을 수는 없잖아요.

오늘 과감하게 버릴 것 버렸습니다.
낮이라고 누가 볼까봐, 창피하긴 했지만,
'김혜경, 너는 창피해도 싸, 살림을 어떻게 하는 거야', 이렇게 스스로를 꾸짖으면서,
싹 정리했습니다.
정리하면서 어찌나 어이가 없던지...
토마토페이스트는 냉장실에서만 곰팡이를 피우고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냉동실에도 쬐금씩 얼려놓은 것이 세덩이나 나왔다는 거 아닙니까? ㅠㅠ
만두피도 몇장씩 남은 게 여러 덩이...
사그리 버렸습니다. 양심의 가책이 심하긴 했지만, 언제 버려도 버려야할 거....
봉지째 넣고 쓰던 디포리 봉지도 2개, 지퍼백에 담아놓고 쓰던 멸치 봉지도 3개,
도대체 마음을 어디에 두고 살림을 하는건지.

한군데로 몰아줄 것은 몰아주고,
버릴 것은 버리고 하고 보니,
냉동만두 한봉지 들어갈 틈이 없던 냉동실이 이렇게 널널해졌습니다.
얼마나 갈지는 모르지만...최소한 6개월 이상은 이 상태를 유지해야지요.
올해, 목표를 세웠습니다.
식품이든, 그릇이든, '두개 없어지면 하나 채운다'로요.
그럼, 아마도 그릇은 절대로 살 일이 없을 듯...ㅠㅠ...
아니, 그릇을 뺄까봐요, 제가 그릇도 못지르면 무슨 재미로 살겠어요.
암튼, 냉장고, 냉동고 헐렁하게 유지하는 한해, 그것이 올해 제 목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