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고속도로, 정말 악명 높은 고속도로죠.
요즘 국도들도 왕복 4차선으로 뻥뻥 잘 뚫려 있어, 우리나라 구석구석 여행하기 참 좋은데,
88고속도로만 왕복2차선이어서 교통사고의 위험이 아주 높은 곳이죠.
다행스럽게도, 이번에 제가 통과할 때는 차가 많지 않았고,
반대편 차선에서 위험스럽게 추월하는 차도 없어서 그리 놀랄 일은 없었지만,
누군가는 88고속도로를 통과하는 동안 3건의 교통사고를 목격한 적도 있대요.
암튼, '세상에나..이런 고속도로가 있다니...'하고 불평을 하면서 순창으로 향했습니다.
순창에 새집식당이라는 곳이 있는데 이집 떡갈비가 담양의 떡갈비보다 낫다는 글을 메모해가지고 갔던 거죠.
순창읍까지 잘 찾아들어간 내비게이션이, 새집식당은 잘 못 알려준 탓에
순창읍을 두어번 뱅글뱅글 돌다가 가까스로 찾아들어갔는데...
좀...불쾌했었습니다.

식당안에는 아직 손님들이 있어 영업이 끝난 것 같지도 않은데,
끝날 시간도 아니었어요. 7시 못되서 들어갔으니까...
우리 부부가 들어섰는데도, 마루끝에 앉아서 밥을 먹고 있던 주인인듯 부부,
어서 오라 소리는 커녕, 눈길도 안주는 거에요.
"여기...밥 먹을 수 있어요..."
식당에 들어가서, 밥 먹을 수 있냐니, 좀 웃기죠? 그쵸.
그제서야 어느 방을 가리키며 들어가라고 하는데, 그러고 나서도 한동안 누가 들여다보지도 않는 거에요.
그 방 안에는 아무 것도 없었어요. 아마 상을 차려서 상째 들여다주는 것 같기는 한데,
주문도 따로 안받았고, 운전하고 오느라 목도 말랐는데 물도 안가져다주고...
식당에 대한 인상, 순창에 대한 인상이....좀 그랬습니다.
저희처럼 그저 스쳐지나가는 사람들, 아주 단편적인 경험들로 그 곳에 대한 인상을 갖는건데,
새집식당을 찾지 못해서 길을 물어본 주유소의 청년들이며, 약국 아저씨처럼,
친절하게 길을 가르쳐준 분들의 성의가 아주 무색해졌습니다.
빈방에 우리 부부, 덩그러니 앉아, 벽에 붙어있는 가격표를 보면서 멀뚱멀뚱 앉아있었습니다.
아, 가격 계산법은 합리적인 것 같아요.
사람이 많아질 수록 단가가 낮아지는...
주문을 받지도 않고, 기다리라는 말도 없고, 방으로 들어가라고 한 후 아무도 우리에게 관심을 갖지 않아,
마당을 왔다갔다는 종업원에게, 주문해야하는 거 아니냐고 물으니까, 밥 갖다 준다네요.

한참을 기다리니까, 이런 상이 먼저 들어왔습니다.
두 접시 더 놓일 공간이 비어있죠?

한군데는 쇠고기 불고기.
고기는 호주산이랍니다.

또다른 하나는 돼지불고기였어요.
솔직히 음식은 맛있었습니다.
쇠고기 불고기도 맛있었고, 특히 kimys는 돼지불고기가 맛있었대요.
파김치도 맛있었고, 젓갈들도 좋았어요.
그런데...또 갈거냐고 물으신다면...아닙니다...다시 순창에 가도 그 집은 가고 싶지 않아요.
나오면서 명함을 달라고 하니까, 없다고 하고, 전화번호 좀 적어달라고 하니까,
카드 매출 전표에 있으니까 그걸 보라네요. 장사가 너무 잘돼서, 우리같은 뜨내기 손님은 필요없다는 것인지...
암튼 이곳의 주소는 전북 순창군 순창읍 남계리 529, 전화는 063-653-2271입니다.
카드매출 전표에 깨알같은 글씨로 이렇게 있네요.
이렇게 저녁을 먹고, 담양으로 향하는데...어둠 속에서도 시원스럽게 뻗어있는 메타세콰이어들..
아, 제가 담양에 온 것 입니다.

서울에서 출발할 때부터,
이번 여행은 좋은 호텔에서만 자겠다고, kimys에게 선언했었습니다.
그래서 담양온천으로 갔는데...하루 방값이 14만8천원이래요.
제가 12만원까지는...방값으로 쓸 용의가 있었는데..너무 비싼 것 같은거에요.
(저도 어쩔 수 없는..한푼에 벌벌 떠는 아줌마에 불과한 거죠.)
그래서 담양호텔 근처 펜션, 5만원주고 빌려서 편하게 잘 잤습니다.
다음날 아침일찍, 담양온천에 갔었어요.
아침에 가보고 후회했잖아요..그냥 14만8천원 주고 잘 껄 하고...너무 예쁜 거에요.
수영장도 너무 예쁘고, 온천도 너무 좋고...
온천을 마치고,
바로 관방제림 부근 국수 골목을 찾아갔어요.
담양이 죽제품으로, 지나가는 강아지도 입에 만원짜리를 물고다닌다고 할 만큼,
흥청거릴때부터 있었다는 국수골목이에요.

식당들이 문을 열기에는 좀 이른 시간인 아침 9시반쯤 갔는데 영업을 하고 있었어요.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왼쪽은 가게이고,
오른쪽은 가게에서 마련해놓은 평상에서 국수를 먹는 식인데...제법 운치가 있었습니다.
우리가 간 집은 골목의 맨 끝집.
요렇게 귀여운 간판이 평상 주변에 세워둔 기둥에 붙어있습니다.

먼저 먹은 건, 뜨거운 상태로 주는 삶은 달걀.
삶은 달걀, 좋아하지 않는 kimys 조차도 너무 맛있다며 두개를 거뜬히 해치우던걸요. ^^
이렇게 4개에 1천원입니다.
어떻게 삶으면 이렇게 돼냐고 물으니까, 대잎, 차잎, 가시오가피 등등 넣고 오래삶는데요.
서울에서는 파는 삶은 달걀, 차갑게 식은 건데, 아주 뜨끈한 삶은 달걀을 먹으니 별미였습니다.

잔치국수는, 우리가 보통 먹는 소면보다 훨씬 굵은 국수였는데, 쫄깃 쫄깃 맛있었습니다.

아침으로 국수를 먹고,
kimys와 관방제림을 걸어서,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까지 갔습니다.
관방제림...200그루 가까운 고목들이 있는 숲인데....정말 멋지고 운치있는 곳이었습니다.

메타세콰이어길에서는...평소 해보고 싶었던, 2인용 자전거를 타고 싶었으나, 무서워서 자신이 없었고,
30분에 8천원인 가족용 자전거를 빌렸답니다.
수십년 만에 페달을 돌리려니 어찌나 힘도 들고 어려운지..자꾸 페달을 놓치곤 했습니다.
오죽 했으면..30분도 못채우고 돌려줬겠어요?
그래도..소원을 풀었으니까..된거죠.
메타세콰이어 길에서 다시 관방제림으로 돌아와, 근처 죽록원에 갔습니다.

죽록원은..대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찬 개인 소유의 동산을 담양군에서 사들여,
공원처럼 조성한 곳인데요, 그냥 이렇게 대나무 숲뿐입니다.
죽록원보다는 나중에 들렸던 소쇄원의 대나무 숲이 더 좋았습니다, 제눈에는요.

그리고..담양에서의 시간이 더 즐거웠던 건...우리 82cook 식구들 두분을 만나 함께 식사를 했기 때문입니다.
광주에 계시는 민석은석님과 연락이 돼서, 신식당에서 1시에 만나기로 했습니다.
민석은석님은 반차까지 내시고, 담양으로 달려와주셨어요.
그리고 잠시 시댁인 담양에 내려와 계시던 ***(성함을 밝혀도 되는 지 몰라서 일단...)도 함께요.
두분 다 아주 오래된 회원으로,
***님은 일산 그릇창고 번개에서 절 만난 적 있다고 하는데..저는 기억이 잘 안나는 거에요.
어찌나 죄송한지..예전에는 제법 총기가 있었는데..나이를 먹다보니 이렇습니다.
민석은석님은 초면인데...아주 오랫동안 자주 만나던 사람들 처럼 서먹서먹함이 전혀 없이,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답니다.
성격이 쾌활 화통하셔서...제가 대하기 아주 편안했답니다.

신식당 대표메뉴, 떡갈비.
1인분이 떡갈비 세덩어리로 2만원 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달달한 불갈비나 불고기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입에 안맞으실지도 몰라요.
양념을 최소한으로 한 것 같았어요.
전남 담양군 담양읍 담주리 68, 061-382-9901

상차림은 이렇습니다.
재밌는 에피소드는요, 식당에 들어가면서,
kimys랑 이렇게 짰습니다.
저랑 82cook 식구들이랑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 동안, kimys는 화장실 가는 척하고 나와서 계산하기로.
kimys가 슬그머니 화장실 가는 척하고 일어섰는데,
눈치 빠른 민석은석님이 먼저 계산대로 뛰어가신 거에요,
민석은석님이랑 kimys가 서로 돈내겠다고 옥신각신하는 걸 본 은석이,
엄마가 웬 남자랑 싸우는 줄 알고 울음보를 터뜨리고...
민석은석님,
그날 너무 반가웠고, 너무 잘 먹었습니다.
아, 저 올 겨울에 광주에 볼 일 보러 내려갈 것 같아요. 그때는 저희가 지갑을 열 수 있는 기회를 꼭 주세요.
***님,
아기가 너무 예뻐요. 그 호수처럼 맑고 큰 눈...
서울에서 다시 뵈어요.

소쇄원으로 향하기 전에 사실 마음을 다져먹었습니다.
너무 소박해서 실망하지 않기로...
주변에서 얘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큰 기대를 하고 갔던 사람들, 매우 실망한다고.
그런데 저는 반대였습니다.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다웠고, 꼭 다시 가보고픈 곳이었습니다.
돌담이 너무 예뻤는데, 사진이 안나왔구요..
소쇄원에서 제가 제일 맘에 들었던 곳은 광풍각...너무 좋았습니다.
그림에서 자주 보던, 그런 아름다운 정자였어요.
소쇄원에서는 오래오래 머무르고 싶었는데...곧 일어서야 한다는 것이 못내 아쉬웠어요.
소쇄원 근처의 식영정에서는,
문화해설사로부터 해설을 들었는데...단순히 그 정자에 대해 몇가지 지식을 달달 외워서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공부를 제대로 많이 해서, 저절로 그 지식의 깊이가 툭툭 튀어나오는 해설이어서,
너무나 좋았습니다.
담양에서 하룻밤을 더 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일단 위로 올라가자는 kimys의 의견을 따라 백양사에서 잘까 하고, 백양사 관광호텔을 찾아갔는데,
그 주변 분위기가 너무 맘에 안들었어요. 여관과 식당만 있는 그저그런 유원지 분위기...
그래서 충청도 쪽으로 가기로 하고,
백양사에 출발, 백양사IC로 향하는데,
장성호를 끼고 달리는 그 도로가 어찌나 아름다운지....
도로변에 차를 세우고 촬영을 할 수도 없고...카메라에 그 아름다운 풍광을 담아오지 못해, 너무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