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뭐니뭐니해도 김치찌개와 된장찌개가 찌개중에는 제일 만만하고 맛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한국사람의 완소 김치찌개지만, 찌개 속 김치를 얼마나 끓인 걸 좋아하나 하는 데는 개인차가 퍽 큰 것같아요.
저는 김치가 푹 물러서 흐물흐물한 것이 좋은데,
제 주변 사람들중에는 김치찌개속 김치도 아삭아삭한 것이 좋다는 사람도 있어요.
어쨌든, 낮에는 아직도 온도가 꽤 올라가지만, 아침저녁으로 선들선들해서,
김치찌개가 맛있는 계절입니다.
특히 이 맘때 먹는 김치찌개는 작년 겨울에 해 넣은 묵은 김치로 해먹어야 제맛이지요.
지난번에, 누가 그랬는지 김치냉장고를 냉동으로 눌러놓은 걸 뒤늦게 발견하는 바람에,
너무 맛있게 익었던 김장김치를 더 이상 김치로 먹을 수 없고, 찌개로만 먹어야하는 불상사가 일어났었어요.
이 묵은 김치 두쪽을 꺼내서, 김치찌개를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좋아하는 정도로 김치찌개를 푹 무르게 하려면 시간이 꽤 걸리는데..
가만 생각하니까, 압력솥으로 하면 안될 것도 없을 것 같은거에요.
게다가 어제밤에 먼지가 꼬질꼬질 묻어있는 압력솥들을 소다와 EM으로 번쩍번쩍하게 닦아놓았거든요.
그래서
3리터짜리에는 밥을 하기로 하고, 4.5리터짜리 압력솥을 꺼냈습니다.
김치찌개 하시는 법, 모르시는 분은 안계실거에요.
그런데 모처럼 제가 과정셧을 찍었으니까 봐주세용~~

김장김치의 속은 잘 털어내고, 김치는 평소 식탁에 올리는 김치보다 자잘하게 썰었습니다.
돼지고기는 앞다리살로 500g을 사왔습니다.
살 때 보니까 덩어리인 것 처럼 보였는데 포장지를 풀러보니, 불고기감!! ㅠㅠ
덩어리 고기 큼직큼직하게 썰어서 하려던 제작의도를 살리지 못하고.
불고기감 돼지고기를 큼직큼직하게 썰었습니다.

제 김치찌개의 첫번째 맛내기 포인트 스텝 1, 김치와 고기 볶기.
버터를 조금 두른 후 김치와 고기를 볶으면 더 구수하고 맛있는데,
오늘은 집에 버터가 똑 떨어진 관계로..(요즘 자주 쓰지않는 양념이나 기호식품, 한번 떨어지면 안사고 버팁니다..^^)
식용유를 조금 두르고 볶았습니다.

맛내기 포인트 스텝 2!
볶아진 고기와 김치위에 양파, 파, 청양고추 얹어주기.
신김치에 설탕을 조금씩 넣어서 찌개를 한다고들 하는데,
저는 설탕 대신 양파로 단맛을 냅니다.
양파를 넣으면 김치찌개에 달큰한 맛이 돕니다.
평소에는 청양고추를 넣지 않는데, 오늘은 왠지 칼칼하고 개운하게 먹고 싶어서, 딱 1개 넣어줬습니다.

맛내기 스텝 3!
육수 붓기.
이 육수는 멸치육수 였구요, 멸치 육수를 부어준 다음 김치국물을 넣어줬습니다.

자, 이 상태가 준비가 다 된 건데요..
여기서 주의사항 한가지 들어갑니다.
압력솥을 쓰시는 분들은 다 아시는 거지만, 압력솥은 손잡이 아래까지 내용물을 담아야 요리가 잘됩니다.
손잡이 부분보다 더 위로 올라올 만큼 내용물을 많이 담으면 요리가 잘 되질 않습니다.
이렇게 해서 뚜껑을 닫은 다음, 중불과 제일 약한 불 사이 정도인 가스불에 올렸어요.
최고 압력에 도달한 다음 15분 동안 그냥 불에 놔뒀다가 불을 껐습니다.

김이 완전히 빠진 다음 열어보니, 이 상태.
헉..국물이 없는 거야? 하고 수저로 뒤적여보니..

아닙니다, 국물 건재합니다.
먹어보니, 제가 원했던 정도로 푹 무른 맛있는 김치찌개가 되었습니다. 짧은 시간동안.
푹 무른 김치찌개, 참 쉽죠~~잉!
저는 오늘 김치찌개를 많이 하느라, 큰 압력솥을 썼는데요..
그럴 필요 없는 건 아시죠?
작은 압력솥 밖에 없으시면 양 줄여서 하시면 됩니다. 김치찌개하자고 큰 압력솥을 따로 마련하는건 낭비 입니다.
제가 오늘 강조하고 싶은건...
푹 무른 김치찌개가 좋은데 바빠서,
혹은 시간이 너무 없어서 제대로 맛을 낼수 없다 싶으실 때는 압력솥을 이용하시라는거..
어느 집이나 압력솥 하나쯤은 있잖아요, 압력솥이 없으면 부엌이 아니잖아요!
(ㅋㅋ...행복전도사 생각나시죠? 외제차가 두대쯤 들어있지 않으면 차고가 아니라, 창고라는....
무슨 얘긴지 모르신다면...일요일 밤에 개그콘서트 뒷부분만 좀 보세요...요즘 뜨고 있는 행복전도사의 멘트입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