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요새는, 별로 살 것도 없고, 또 사봐야 별 것도 없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 내려면 몇만원!! 허걱...
사는 것도 맨날 두부에 콩나물, 샐러드 채소면 끝!
하여...집에 감자도 있겠다, 달걀도 있겠다...그럭저럭 때워보기로 했습니다.

냉동고를 뒤져보니, 프랭크 소시지 얼려놓은 것이 있었습니다.
세 팩이나 비축을 해뒀더군요.
한 팩 꺼내서 해동한 다음, 펄펄 끓는 물에 삶았습니다.
염분도 빠져나가고, 기름기도 빠지고, 식품첨가제도 녹아나라고...
삶은 소시지를 다시 한번 물에 씻어서 어슷어슷 썰었는데...뭘 넣고 볶아야할지 막막했습니다.
집에는 양파뿐, 피망이나 파프리카 같은 것이 있었으면 좋으련만...전혀 없는 지라..
그래서, 제가 잘 하는 칠리스소, 아시죠? 제 책 여기저기에 레시피가 있을 거에요.
마늘, 양파, 토마토 다져서 볶다가 스윗칠리소스랑 핫소스 넣어 만드는...
딱 그렇게 했는데..뭐, 꼭 튀긴새우만 넣어야 맛있는 게 아니던데요.
소시지로도 맛이 아주 훌륭했습니다.
우리 식구들, "오! 이렇게 해도 맛있는데..."
그보다도 오늘은 된장찌개가 정말 환상이었습니다.
제가 만들어놓고 환상이라고 표현하는 건 진짜 웃기지만요.
그런데..재료얘기를 들으시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으실거에요.
저도 들은 얘긴데요..그래서 정말인지 아닌지 확인할 길은 없습니다만.
누군가가 요리선생님께 요리를 배우러 다녔대요.
그 선생님이 하루는 된장찌개를 끓이시는데 다시다를 한수저 뜸뿍 넣으시더래요.
너무 놀라워서 "선생님 된장찌개에 조미료 넣으세요?"했더니,
그 선생님께서 더욱 놀라시며 "아니, 그럼 된장찌개에 조미료 안넣고도 맛이 나요?" 하시더래요.
식당에서 파는 된장찌개, 조미료를 많이 넣긴 하나봐요, 제가 나가서 된장찌개 먹고 들어오면 꼭 속이 좋질 않거든요.
맛내기가 그리 만만치만은 않은 된장찌개, 조미료 없이 어떻게 맛있게 할까 궁리끝에,
늘 양념된장을 만들어 놓고 써요.
양념된장 만드는 법도 제 책 여기저기에 소개가 되어있을텐데요,
요새 제가 하는 건, 그냥 집된장에 멸치가루, 표고가루, 홍합가루, 새우가루 같은 걸 되는 대로 넣어서 비벼두는 거에요.
딱히 뭐 몇스푼 할 것도 없이, 집에 있는대로 넣어둡니다.
이럼 진짜 된장맛이 좋아지거든요.
그리고...육수...
어제, 하루 종일 멸치 한박스를 다듬었어요.
지난 설에 kimys 앞으로 선물 들어온 멸치가 그냥 냉동실에 있었어요.
어제 아침에 TV를 보면서 머리와 내장을 다 따냈습니다.
멸치의 내장과 머리의 사용여부에 대해서는 설이 분분하지만..전 쓴 맛 도는 것이 싫어서 꼭 따서 씁니다.
한상자를 다 딴 다음에, 전기오븐의 그릴 코스로 5분간 구워줬습니다.
그랬더니, 마치 기름에 튀기기라도 한듯 노르스름하게 말랐습니다.
이걸 다시 냉동실에 넣어뒀는데요,
오늘 이 멸치를 꺼내서 국물을 냈더니, 비린맛이 전혀 없으면서 맑고 노르스름한 육수가 나왔습니다.
(전 멸치 육수 맑은 것이 좋아요, 어떤 건 육수를 내면 탁한 국물이 되는데..이렇게 탁한 국물이 나오면 더 비린 것 같아요.)
이 육수에 양념 된장 풀고 일단 무 감자 주사위 모양으로 썬 건 넣어 끓이다가, 무와 감자가 어지간히 익었을 무렵에,
냉장고 안에 있던 대로, 양파, 호박, 청양고추, 홍고추, 맛타리버섯, 파, 그리고 맛내기 포인트 바지락살을 넣었습니다.
이렇게 끓였는데..진짜 맛있었어요.
평소 된장찌개를 담아내는 뚝배기보다 두배 큰 뚝배기에 담아냈는데, 다 먹었습니다.
제 입에 맛 있으면..집 식구들도 맛있는 거죠.
그리고..제 결론은...차돌박이 된장찌개보다 바지락살을 넣은 된장이 더 맛있다는 거..
아..근데..사진발은 어째 그렇게 안받는지...
너무 맛없어 보이게 나와서..사진은 뺐습니당..제 말 안믿으실 것 같아서...

한 한달쯤 전에 어느 더운 여름날, 저희 집 부엌 정리했던 거 기억 나시죠?
요리를 열심히 하지 않았는 탓인지..이번 정리는 좀 오래가네요.
보통 한달쯤 되면 다시 지저분해지는데..
아직 멀쩡합니다. ^^

김치냉장고 위에도 이것저것 자질구레한 것들로 인해 지저분해지는데..
아직 괜찮습니다..^^
정리에는 왕도가 없는 것 같아요.
한번 잘 정리해놓고, 물건을 꺼내 쓰고 나서, 그 정리된 자리에 바로바로 딱딱 집어넣으면 되는 것인데..
그게 참 말처럼 쉽지 않잖아요.
어쨌든...거의 한달이 되어오는데..말짱한 기념으로 촬영 한커트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