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랄 때 먹어보지 못한 과일에 대한 공포같은 것이 있습니다.
아...그런데 정말 과일 좋아하지 않느냐구요??
네, 그렇습니다.
저는 식구들 과일 줄 때 조금 먹는 정도이지 저 혼자 먹자고 과일 씻고 깎는 법이 없습니다.
제 피부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좋은 편이라고들 하는데,
절 보면, 피부와 과일과의 상관관계도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건 아닌가봐요.
암튼, 과일을 즐기지 않는 편이어서 그런지,
자랄 때 먹어보지 못한 과일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큰 편입니다.
수입 석류를 단 한번도 먹어본 적이 없다고 하니까, 놀라는 분들도 참 많으세요.
그런데..죽변의 어부현종님 댁 마당에 무화과 나무가 있대요.
몇년전 현종님께서 이 무화과 땄다고 보내주셨는데..어찌 먹어야할 지 몰라서...잼을 만들어 먹었어요.
또 그 다음에 보내주셨는데..이번에는 어떻게 할까 하다가, 반으로 갈라서 말렸어요.
말린 무화과는 먹어본 적 있는지라...
무화과를 말렸더니..참 맛있어서, 불과 며칠만에 제법 많은 양의 무화과를 다 먹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엊그제께, 양비님(어부 현종님 부인)이 전화를 하셨어요.
"마당에 무화과가 잘 익어서 조금 따서 보냅니다. 말리지말고 생으로 드시이소"
하하..제가 말려서 먹었다는 글을 읽으셨나봐요.
그래서, "제가 무화과 먹을 줄 몰라서...말려서 먹을래요..."했습니다.
저도 참 그렇죠? 그냥 "네, 알았습니다" 하면 될 껄, 굳이 말려먹겠다고 하니...쩝..
암튼, 어제 오후에 도착한 무화과,
양비님께 들은 얘기가 있어서 그냥 하나 먹어봤는데..달콤하기는 한데, 그 식감이 영 적응이 안되는 거에요.
그래서 깨끗이 씻어서 반으로 갈라서 말렸습니다.
윗사진은 2시간 말린 것.
아..어제 밤에 뛰어나가 형광등 사다 갈았습니다.
이제 살 것 같습니다...큭큭...사진도 멀쩡하고...

이건 12시간 말린 것이랍니다.
꾸덕꾸덕 잘 말랐어요. 제가 딱 좋아하는 정도로 말랐답니다.
참 먹음직해보이죠??
아, 그리고 잔소리 한마디...
가끔 '사놓고 잘 쓰지 않는 주방가전제품'에 대한 글들이 올라올 때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것이 식품건조기입니다.
저도 식품건조기가 꼭 필요한 물건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제 책 '요리가 좋아지는 부엌살림'에도 '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으로 분류되어 있죠. ^^
그런데, 어쩌다보니, 사게됐다는 분들, 자주 꺼내서 쓰세요.
식품들을 말릴 때 자연의 바람이나 햇빛보다 더 좋은 건조기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아파트처럼 바람이 잘 통하지 않는 곳에 산다거나,
아니면 뭘 말리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날씨가 나빠졌다거나, 이럴 때 참 당황스러운데요, 이럴 때 쓰면 좋습니다.
또 후다닥 말리고 싶을 때 쓰면 딱이구요.
다른 주방가전제품들도 마찬가지지만,
활용하면 보물이고, 활용하지 않으면 애물입니다.
그렇다고..식품건조기, 막 지르지는 마세요.
식품건조기야말로 구입할 때 심사숙고해야할 물건입니다.
제 얘기는...사놓고 구석에 쳐박아두신 분들, 가끔은 꺼내서 이것저것 말려보시라고 드리는 말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