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제가 어떻게 됐었나봐요...ㅠㅠ...
느닷없이, 비빔밥이 하고 싶은거에요, 비빔밥이 먹고 싶은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거요...
그 손 많이 가는 비빔밥 말이에요.
차라리 먹고 싶은 거였으면 한그릇 사먹고 말면 되는데,
만들고 싶다 보니...어흑...
아니, 느닷없이 비빔밥을 만들고 싶었던 것은 아니구요,
어제 고아둔 사골국물을 넣어 비빔밥용 밥을 짓고,
어제 구워먹고 두장 남은 고기 구워 잘라 넣고,
그리고 kimys가 선물받아 들고 들어온, 울 친정엄마 고추장 만큼 맛있는 고추장도 넣고,
후배 시어머니께서 후배네 먹으라고 짜준 걸 후배가 제게 준 너무나 고소한 참기름도 넣고,
요렇게 먹으면 유명백화점 내 8,9천원짜리 비빔밥이 부럽지 않을 듯 하여,
비빔밥을 하고 싶었던 거죠.

그래서 비빔밥 재료를 중심으로 장을 봤습니다.
비빔밥용 나물 너무 많이 사면 다듬어서 무치고 볶기 나쁘다고, 아주 조금씩 사기는 했지만,
어쨌든, 비름나물, 고춧잎, 취, 가지, 맛타리버섯, 콩나물, 호박을 샀습니다.
(호박 나물은 바빠서 못했어요.)
그런데...지금도 알 수 없어요..왜 이렇게 나물을 여러가지 샀는지...
머리가 어떻게 되었거나, 아니면 요즘 음식을 많이 하지 않아 손이 근질근질했었나봐요..
다른날 저녁보다 1시간은 일찍 부엌에 나와서,
비름나물은 데쳐서 된장소스에 무치고,
고춧잎도 데쳐서 초고추장에 무치고,
취도 데쳐서 들기름에 볶았습니다.
가지는 쪄서 간장에 무치고,
콩나물도 데쳐서 소금에 무치고,
맛타리버섯은 참기름에 볶았습니다.
먹버섯은 지난번에 소금에 갈무리해뒀던 것을 꺼내서 소금기 빨아내고 꼭 짜서 초고추장에 무치고,
생고사리 해동해서 국간장에 볶았습니다.
제가 나물 여러가지를 하면 더 바쁜 것이..
가능하면 조리법 겹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머리를 느~~무 쓰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별로 덥지도 않은 날씨에, 땀까지 쪽 흘리가며 저녁 준비를 했답니다.

달걀도 식구수 대로 부치고,
고기도 구워서 채썰고,
사골국물에 한 밥, 밥맛은 괜찮았는데, 밥이 다소 질게 됐어요.
제가...사골국물을 오버해서 부은 거죠..^^;;
밥만 좀 고슬고슬하게 지어졌으면...금상첨화였을텐데요..

놋그릇 꺼내서 밥을 담고, 달걀 먼저 올린 다음,
비빔 재료들을 빙 둘러 담으니...밥이 안보이네요.
한손에는 숟가락을, 또 한 손에는 젓가락을 들고, 밥을 비벼 한 수저 입에 넣었는데.
제가 한 음식 요렇게 얘기하면 좀 웃기지만...정말 맛은 있었어요.
헥헥 거리면서 바쁘게 준비하면서도,
제 취미생활로 한 것이니 누구 원망도 못했지만, 아욱국 곁들여서 한 그릇 뚝딱하고 나니,
마음이 아주 넉넉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