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릇이 들어있는 택배상자를 받아서,
비닐테이프를 벗겨내고, 상자를 열어,
그 속에서 에어캡에 둘둘 말려있는 그릇을 꺼내서 에어캡을 조심스럽게 풀어서,
식탁 가득 늘어놓아보고, 사진도 찍어주고,
그리고 바로 아기 다루듯 살살 설거지를 해서 말린 후,
그날 바로 밥상에 올리는...저희 집에서는 아주 자주 보는 풍경입니다.
전, 왜 이렇게 그릇이 좋을까요?
다시는 사지 않겠다, 다시는 쳐다보지 않겠다고 다짐에 맹세를 해보지만....참, 지킬수 없는 헛된 맹세일뿐입니다.
깨끗이 씻은 그릇은 차곡차곡 포개서,
일단은 낮은 그릇장 위에 얹어놓습니다. 먼지 앉지않게 보자기 하나 덮어서...
왜냐하면...넣어둘 곳이 바로 생기지는 않거든요. 또 부엌이나 그릇장을 이리저리 치워야, 자리가 마련됩니다.
며칠전 제 품에 온 새 그릇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직, 자리가 없습니다.
그 바람에 꺼내쓰기 쉬워서, 어울리는 음식이든 어울리지 않는 음식이든 마구 담아줘 봅니다. 본전 뽑으려고...

요즘, 부엌 정리 모드입니다.
오늘도, 개봉한 지 오래되어 향기를 잃은 말린 허브, 굳어버린 양념류는 버리고,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큰 병에 들어앉아있는 것들은 작은 병으로 옮겨주고,
이런 정리만으로도 조금은 수납공간에 숨통이 트이는데, 그동안 왜 그렇게 꾀를 부리고 안했는지 모르겠어요.
냉장고 속 소스를 열심히 먹어보겠다고 마음먹은 터라, 좀 특별한 두부반찬을 했어요.
부침용 두부를 지져서 접시에 담고.
파프리카, 피망을 조금 썰고, 새우 몇마리 대충 다져주고,
식용유 살짝 두른 팬에 소금 후추로 간해주고 맛은 XO소스를 내줬어요.
음...나름 먹을만 하던걸요.

멍게도 몇마리 잡아서 초고추장과 함께 냈구요.

냉동고에 달랑 한토막 남아있던 갈치도 지져서 양념장 올려줬어요.
아, 그러고 보니, 오늘 모처럼 국을 끓였는데 국 사진이 빠졌네요.
양지머리 핏물 뺀 다음에 푹 고은 다음에 무썰어넣고 무국을 끓였어요.
오랜만에 집에서 뜨끈한 국을 먹으니까 맛있는 거 있죠? 아주 평범한 국일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