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제가....좀 이상해졌어요.
밥 해먹기가 너무 너무 싫어요.
밥 하기도 싫고, 밥 하기가 싫다보니 장보러 가는 것도 싫고, 예쁜 그릇 꺼내서 보기 좋게 담는 것도 싫고..
그래서 어제 저녁은....시판우동 사다뒀던 것 두개 끓이고, 있는 밥 해서 간신히 먹고,
그저께는 김치찌개만 하나 달랑 끓이고, 생선 구워서 때웠어요.
그 전날은...마침 지난번 kimys 생일에 양념해보니 너무 많길래 냉동해두었던 갈비찜 해동해서 끓여먹었구요.
집에 어른만 안계시면 라면과 배달짜장면으로 살았을텐데..
이런 지경인지라..희망수첩에 얼씬도 못했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이것저것 없는 게 있어서 마트에 가야함에도 불구하고, 너무너무 가기 싫어서,
이럴 때는 보고 싶은 사람, 보는 게 젤이다 싶어서, 베스트 프렌드에게 전화를 했어요.
그때 시간이 11시16분, "점심 약속 있니? 나랑 점심 먹을 수 있어?"
베스트 프렌드는 이렇게, 아무때나 전화해서 불러낼 수 있어 너무 좋아요.
친구랑 친구가 사주는 점심 먹고, 차 마시면서 이런저런 얘기 도란도란 나누다 보니, 제 맘이 좀 풀렸어요.
그래서, 오는 길에 같이 마트에 들러서,
두부도 사고 대파도 사고, 우유도 사고, 버섯도 사고, 어묵도 사고, 삼겹살도 사고, 닭고기도 사고 그랬어요.
이제..사다놓은 재료가 있으니까 하기 싫어도 하게 되겠죠?

점심 먹으러 나가기 전엔, 마트에 들러올 생각이 단 1%도 없었기 때문에,
어떻게라도 한끼 또 때워야 해서, 냉동실에 있던 샤브샤브 고기를 냉장실에 내려놓고 갔습니다.
잘 녹아있는 고기에 소금 후추 밑간하고,
오늘 사온 만가락버섯에 말아 오븐에 구웠어요.
버섯만 후추 소금 올리브오일 뿌려서 구웠구요.
오늘 사온 샐러드 채소 뜯어서 한쪽에 올리고, 오미자 소스를 뿌렸습니다.
오미자소스는..뭐 별거 아니에요, 오미자원액에 올리고당 아주 조금, 포도씨오일 조금 넣어 섞어서 뿌렸어요.
색도 예쁘고, 맛도 괜찮았어요.

지난 주에 지인이, 고추밭을 솎았다고 고춧잎을 잔뜩 줬더랬어요.
그런데 계속 요리에 심드렁한 상태...그래서 냉장고안에 그저 두고 봤었어요.
준 성의를 생각하니 잘 먹어야할텐데...음식은 하기 싫고...
더 냉장고에서 굴렸다가는 못먹고 버릴 것 같아서, 오늘 소금물에 데친 후 꼭 짜서 초고추장에 무쳤는데요,
정말 맛있었어요. 왜 진작 안해먹었는지...
저녁 준비를 하고 있는데 kimys가 웃으며 그러네요.
"오늘도 새 반찬 안해주면 82cook에 글 쓰려구 했어, 소문난 집 밥상에 먹을 것 없다구.."
물론 농담이지만요...
제가 며칠동안 얼마나 "나, 밥하기 싫어" 하는 소리를 달고 살면서 있는 반찬으로 대충 차려줬으면 이 사람이 이러겠어요.
허긴 이 사람도 가끔은, 김치와 젓갈뿐인 밥상도 받아봐야 합니다, 그래야 마누라 고마운 걸 알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