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은...생신을 좀 당겨서 차리는데, 이번에는 시어머니께서 당일을 고집하셨습니다.
그래서, 토요일 저녁으로 하려던 것을, 일요일 점심으로 시간을 바꿨는데...
너무나 요리하기 싫은거에요.
아마도, 지난 해부터 거푸 책 2권의 사진을 찍느라, 요리하는 데 신물이 나서인지...
너무나 요리하기 싫어서,
kimys에게, "나가서 하면 안될까?" "나가서 하자~~아"하고 코맹맹이 소리까지 해봤는데,
kimys가 요지부동인거에요. 다른때 같으면, "그럴까, 그러지, 뭐!"했을텐데,
이번에는 두번이나 나가서 하자고 졸랐는데도, 집에서 하자고 해서...
하는 수 없이, 간신히 메뉴짜고, 금요일날 장을 보았습니다.
그랬는데...그 토요일....
정말, 아무 것도 못했습니다. 할 수가 없었습니다.
장만 봐놓지 않았어도...
어찌어찌 준비해서, 상을 차리기는 했는데...여태까지 이렇게 힘들게 차린 상은 없었습니다.
2시간전쯤 네째 동서가 와서 도와주지 않았더라면...준비된 재료를 모두 완성시키지도 못했을거에요.
제 평생 차린 상중에서 가장 어렵게 차린 상이었습니다.

상은 뷔페식으로 차렸습니다.
식탁에 음식을 놓고,
교자상 3개를 두줄로 놓았습니다.
한꺼번에 모두 먹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연어회.
두마리나 준비했는데, 한마리 밖에 안먹었어요.
늘 제가 꽃모양으로 말아서 케이퍼니 양파니 호스래디시하는 걸 얹어서 집어먹기 좋게 했었는데,
각자 싸먹으라고 하니까, 아무래도 귀찮았던 모양이에요.
남은 연어, 아직까지 먹고 있습니다. 급기야 오늘은 샌드위치까지...

원래 짠 메뉴에는 없었는데,
바질이 너무 잘 자라서, 바질을 먹기 위해서 생모짜렐라치즈를 사다가 카프레제를 했습니다.
생각보다 너무 인기가 좋아서, 리필을 한번 더 했어요.
이럴 줄은 몰랐는데..

해파리냉채는 오이 배 새우에 해파리를 돌돌 마는 것을 하려고 했는데,
제가...손많이 가는 음식을 할 기분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오이와 해파리 섞고, 새우, 전복을 곁들였는데..이역시 리필을 했습니다.

오이, 당근, 양파를 넣고 만든 감자샐러드.
아무 생각없이 감자를 찌고 나서 보니, 너무 많이 쪘던 거 있죠?
간이 맞는 지 어떤 지 모르게 그냥 막 만들었더니, 맛은 괜찮았는데, 양이 너무 많아서..
이것도 아직까지 남아있어요. 이것도 내일 샌드위치로 먹어 없애려구해요.

간장소스를 얹은 가지튀김
가지에 녹말가루와 찹쌀가루를 섞어서 튀김옷을 만들어야하는데, 아무 생각없이 찹쌀가루만 묻혀서,
모양은 이상해졌지만,그래도 잘 먹어주었습니다.

냉샤브샐러드.
1++의 한우 샤브샤브 고기를 끓는 물에 데친 다음 얼음물에 식힌 후,
깻잎과 어린잎 채소 위에 얹고, 튀긴마늘을 얹은 다음 샐러드 드레싱을 얹었습니다.
양이 꽤 많았는데...남지 않았더군요.

우엉을 잔뜩 넣은 우엉잡채입니다.
우엉도 연필 깎듯 깎아서, 보기좋게 해서 볶아야했는데, 필러로 대충 밀어서 해서, 모양이 좀 없었어요.
그러나,
조금도 남지 않고 완전매진, 더 준비된 것이 없어서 리필을 할 수 없었습니다.

삼겹살찜.
너무 잘 먹으니까, 나중에 kimys가 아주 신기해하는 거있죠?
해삼탕이나 칠리새우보다 더 인기 있었어요.

원래 계획은 오룡해삼이었어요.
해삼속을 새우로 채운 후 튀긴 후 소스를 얹는...
그런데..오룡해삼보다는 손이 덜가는 해삼탕으로 급선회했고,
청경채도 따로 데쳐서 가장자리에 둘러담지않고, 함께 볶았습니다.

칠리새우.
소스에 얼마전에 산 월남고추를 두어개 부숴서 넣었더니, 매콤하기까지 해서, 개운했습니다.

토요일날 정신없이 어찌어찌 부쳐서 냉장고에 넣어뒀다가 잊어서,
하마터면 상에 오르지 못할 뻔했던 동태전과 호박전.
호박을 파고 새우를 넣어서, 꽤 인기가 좋았습니다.
그리고 전복내장으로 전복죽도 쑤었는데, 그건 미처 사진을 못찍어줬나 보네요.
살아있는 사람은....
살아있기 때문에....
밥도 먹고, 잔치도 하고, 빨래도 하고, 청소도 해야합니다.
속마음이야 어떻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