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은...저희 집 바로 옆이 등산 코스입니다.
휴일이면 저희 집에서 1분 거리인 전철역 앞에 등산객이 잔뜩 모여있고, 저희 아파트 앞길을 지나서 등산을 많이 갑니다.
저희 집 바로 뒤의 독바위산을 올라가면 북한산과 이어지는 등산코스입니다.
바로 코앞에 등산코스를 두고도 홍제천이나 한강변이니 하는 곳을 걸었던 이유는,
변명같지만, 등산로 들어서자마자 가파른 계단이 나오는데,
올라갈 때는 그럭저럭 올라간다쳐도 내려올 때는 마사토때문에 찍찍 미끄러져,좀 위험하기도 하고,
또 운동이라는 것이 처음에는 평탄하가다 중간에 격렬해져야하는 건데,
이건 처음부터 너무 격해서 재미가 없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회사다닐때이니 거의 10년전 쯤 아침에 몇번 올라가보고, 포기해버렸습니다. 그때는 등산화도 없었을 때거든요.
주말, 저희 아파트 앞을 지나가는 수많은 등산객을 보면서...
'내려올 걸 왜 올라갈까?'하다가, 오늘은 큰 맘 먹고, kimys랑 뒷산엘 올랐습니다.
남들은 등산복에 등산장비를 제대로 갖추고 올라가는 곳을,
저는 등산화만 갖춰신고, 청바지에 집에서 입던 티셔츠에 선캡만 쓰고 올랐습니다.

올라가보니,
제가 굉장히 오랜만에 오르긴 했더라구요.
제가 병적으로 싫어하던 그 마사토깔린 계단이 돌로 잘 정비되어,
가파른 건 마찬가지지만, 적어도 발이 미끄러지는 건 아닌거에요.
예전에는 헬리콥터장까지 가는 것이 고작이었는데, 오늘은 능선을 따라 한참이나 갔는데,
가다보니 북한산의 수려한 모습도 보이고, 저 아래로 구기동도 보이는 거에요.
내려오던 등산객들 말로는 조금 더 가면 향로봉이 나온다고 하는데..거기가 어딘지 잘모르겠고,
암튼 제일 멀리까지 가본 것 같아요.
집 가까운 곳에 이렇게 좋은 코스를 두고,
그동안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멀리했다는 것이 부끄러워질 정도 였습니다.

운동이라고는 숨쉬기 운동 밖에 안한다고 걱정이 태산이던 kimys가,
요즘 건전해진 제 생활을 보면서 놀랍니다.
"김혜경이 운동을 다하다니..."
안할 때는 몰랐는데, 해보니까 좋긴 좋은 것 같아요. 훨씬 몸이 가벼워요.

운동과 더불어 행주도 열심히 만들고 있습니다.
대신 요리가 소홀해졌어요. 어제는 그냥 사골 한솥 고았습니다. 요리에 뜻이 없을 때 딱 좋은 메뉴잖아요.
그런데..행주 만드는 걸 며칠 좀 쉬어야할 것 같아요.
원고를 하루에 백몇십장 쓸 때처럼 팔이 아파요.
앞의 행주 다섯장은 이번 주말에 만든 것이구요,
뒷줄의 왼쪽 두장은 저번에 만든 것,
뒷줄의 오른쪽 두장은 이번 주말에 만든 것인데, 행주라기 보다는 채소주머니입니다.
밑그림도 없이 그냥 수를 놓아서, 수가 엉망이긴 한데,
자수책을 보면서 이것저것 시도는 해보고 있는 중입니다.
바느질도, 재봉틀 꺼내는 것도 귀찮아서, 손으로 홈질해서 만들었는데,
거칠기는 해도, 재봉틀로 박은 것과는 다른 소박한 맛은 있는 것 같아요.

채소를 비닐봉지에 싸두는 것보다 숯주머니나 광목주머니, 혹은 채소에 따라서는 신문지에 싸서 보관하는 것이 좋은데,
이 주머니도 그런 용도로 쓰라고 만들었습니다.
이 역시 재봉틀로 박으면 더 말끔할 텐데, 손으로 박음질해서 만들었어요.
오랜만에 재봉틀을 쓰면 밑실 끊어지고 어쩌고 더 복잡한 데, 손으로 박음질을 하니까 차라리 더 속이 편한 것 같아요.

집에 굴러다니던 가죽으로 된 와인상자가 하나 있었어요.
요기에 이렇게 담아놓으니까..꽤 근사해보이는 것 같아요.
팔목이 좀 나으면 행주는 다시 만들려구요.
kimys 그러네요, "몇장이나 만들려고?"
"스무장은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행주 스무장이면 꽤 오래 쓸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