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경희농원에서 펴버린 두릅을 잔뜩 보냈어."
"핀 두릅? 그럴리가요."
"얼른 들어와봐, 이거 두릅 같은데..."
부랴부랴 들어가보니, 하하..두릅이 아니라, 참죽나물(또는 가죽나물이라고도 하죠?)이었습니다.
두릅과는 생김새도 다르고, 향도 다른 참죽나물을 보고 두릅인줄 알았다고 하니까...
분장실의 강선생님 생각이 났습니다...'놔둬라, 얘들이 뭘 알겠니~~' 큭큭...

양이 너무 많아 이를 다 어쩌지? 고민하면서 일단 조금 데쳐서 장떡을 부쳤습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냄새가 역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저는 이 참죽장떡이 좋더라구요.
더 맛있게 해볼까 하고 밀가루에 찹쌀가루를 조금 섞었는데...이건 별로 였어요.
그냥 밀가루로만 부치는 것이 훨씬 맛있어요.
찹쌀의 찐득한 맛이....별로 잘 어울리는 것 같지 않아요.
그리고 그 많은 참죽나물을 데치고, 소금물에 절이고 했습니다.
작년에 데쳐서 냉동해뒀다가 생각날때마다 조금씩 꺼내서 장떡을 잘 부쳐 먹었거든요.
데쳐서 체반에 밭쳐 물기 대강 뺀 다음 지퍼백에 조금씩 나눠 담은 후 냉동고에 넣었어요.
덕분에 또 터져나갈 듯한 냉동고...두릅, 쑥에 이어 참죽까지...
소금물에 절인 건, 장아찌 만들려구요.

윗 사진이 작년에 장아찌 담가서 잘 먹고, 아직까지 남은 참죽장아찌입니다.
이제 아주 조금 밖에 남지 않았지만, 정말 너무 맛있습니다.
특히 더운 여름날 찬밥에 찬 보리차 말아서 이 장아찌랑 먹으면, 정말 딴 반찬은 필요없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이렇게 많이 만들었습니다.
김치냉장고에 넣어 간이 잘 배게 한 다음에, 지인들에게 조금씩 선물해도 좋을 것 같죠?
아, 만드는 방법은요, 저도 선재스님의 책을 보고 만들었는데요,
참죽은 소금물에 절였다가 건져서 꾸득꾸득하게 말린 다음 줄기쪽의 아주 딱딱한 부분은 잘라내고,
나머지만 4~5㎝길이로 잘라요.
양념장은 조선간장 1: 간장 2: 물엿 3의 비율로 섞어서 한번 끓여줍니다.
이것이 식고나면 여기에 고춧가루 1과 고추장 1을 섞어주는데요..
그런데..요대로 하면 약간 짠 경향이 있습니다. 조선간장의 비율은 각자 입맛에 맞게 조절하셔야할 것 같아요.

어쩌다보니, 양념장이 조금 남아서, 몇개 있던 두릅을 넣었습니다.
몇년전 수덕사 부근에서 산채정식을 먹는데, 두릅장아찌가 얼마나 맛있었는지...
그때 그 두릅장아찌 생각이 나길래 해봤는데, 어떨지 모르겠어요.
이게 만약 잘 된다면, 해마다 잔뜩 보내주는 두릅, 데쳐서 냉동해두고 먹는 방법 대신 장아찌를 만들거에요.
두릅도 참죽처럼 소금물에 절였다가 꾸득꾸득하게 물기를 뺀 다음에 양념장에 버무렸어요.

그리고...
갈치조림 해먹고 ⅔ 정도 남은 무로 설렁탕집 깍두기를 담았는데...
너무 절였는지, 국물이 너무 적었는지...
양이 워낙 적으니까, 맛없게 담아졌어도, 어찌어찌 다 먹을 수 있을 거라 믿고는 있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