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밤, 집안 좀 치우다가 12시도 안되서 잠이 든 것 같은데...
오늘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오후 3시인거 있죠?
물론 아침 식사로 어제 촬영하고 남은 프렌치토스트도 먹었고,
점심에는 짜장면 먹고싶다고 하니,kimys가 중국집에 직접 전화해서(무척 드문 일입니다, kimys가 직접 주문하는 건...)
배달온 짜장면 그릇과 젓가락을 제 손에 쥐어줘서, 먹기는 먹었는데, 이 역시 비몽사몽...
커피도 마시고, 쌍화탕도 먹었다고 하는데...기억이 잘 나지 않을 정도로 피곤했던 것 같아요.
저녁 준비하려고, 냉장고를 여니, 쓰고 남은 재료들이 너무 많아서 뭐부터 먹어야할 지 모를 지경이에요.
다음주는..친정아버지의 두번째 기일이 있어서, 목요일과 금요일이 촬영날이에요.
촬영과 촬영 사이에 간격이 떠서, 재료들을 전부 새로 준비해야햐해요.
그러니까 지금 남아있는 것은 몽땅 먹어야하는데...
하루에 다섯끼쯤 해먹어야 버리지 않고 몽땅 먹을 수 있으려나...ㅠㅠ...
저녁엔, 어제 딱 두큰술 쓰자고 뜯은 옥수수 통조림, 마요네즈에 버무려서, 철판구이했구요,
어제 아침에 찍은 안동찜닭 남은 것 데웠어요.
당면이 국물을 몽땅 흡수하는 바람에 다시마육수를 더 붓고 끓여 고구마랑 닭이랑 건져 먹었습니다.
딱 1㎝쯤 잘라 쓴 연두부도 먹어줘야해서, 연두부에도 양념장 얹어서 올리고,
아, 그리고 여러번 쪘더니 엉망이 되어버린 단호박 새우찜도 상에 올렸어요.

냉장고 안에서 울고 있는 근대며, 아욱이며도 먹어줘야하는데....
아욱이나 근대보다는 값이 비싼 키조개의 내장으로 찌개를 끓였습니다.
관자만 요리에 쓰고 내장을 떼어서 김치냉장고 안에 넣어뒀었거든요.
채썰어 쓰고 남은 각종 버섯과, 역시 쓰고 나서 물에 담가뒀던 두부, 역시 쓰던 다시마육수에,
파 마늘 넣어 끓였더니 국물이 시원하네요.
예전에 친정어머니, 관자로 요리하시고, 이 내장으로 찌개 끓이시면,
돌아가신 친정아버지, 땀을 뻘뻘 흘리시며 잘 드셨어요. 참, 우리 아버지 식사하시면 땀도 많이 흘리셨는데...
아마...제가 책 때문에 촬영하느라, 이렇게 바쁘지않았더라면...참 견디기 힘든 계절이었을 겁니다, 이맘 때가...
사람이 다 살기 마렵입니다.
며칠전 딸아이가 할아버지께 가서, 자기 스타일로 꽃을 바꿔꽂았다며, 사진을 보여주는데... 참...맘이 그랬습니다.
제 몸 바쁘다고...아버지에 대한 그리움도 잠시 접었고,
아버지 생각에 많이 힘드실 친정어머니 걱정도 잠시 잊었더랬습니다.

촬영은 확실히 한상차림때보다 수월합니다.
일단 음식의 양을 적게 만들고, 세트로 차리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재료 준비도 쉽고, 만들기도 한결 수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십년만에 코피도 쏟고, 목에서는 핏덩이도 올라오고,
오늘은 입술 여러군데가 부풀어 오르고 있습니다.
체력이 떨어진 탓인지, 아니면 kimys 말처럼 작년부터 쉬지않고 일을 해서 그런 건지...
아무튼, 지난번보다 더 많이 피곤하네요.
그리고 무엇보다 촬영 스텝들에게 너무 미안합니다.
다른 분들처럼 멋지고 널찍한 스튜디오가 있으면 작업이 한결 수월할텐데,
작업공간이 충분치않은 저희 집에서 작업하다보니, 일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심지어 점심식사조차,
작업하던 테이블이며 조명기구를 몽땅 치우고 나서야 쪼그리고 앉아서 먹어야하고...먹고나서는 다시 세팅해야하고..
스텝들에게 너무 미안해서...다시는 책 내겠다는 말도 못할 것 같아요.
그래도 아무튼, 이 와중에, 거의 촬영이 끝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