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START!

| 조회수 : 12,681 | 추천수 : 151
작성일 : 2009-01-24 17:25:09


설 명절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어제, 갈비도 재워도, 산적 양념도 해두고, 녹두전 속재료며, 동그랑땡 반죽 다 준비해뒀어요.
오늘은..그냥 놀고 앉아있기도 좀 그래서,
녹두전 지졌어요.

녹두전이..쉬우면서도 은근히 까다로운 것같아요.
전반죽을 처음 올릴 때는 어느 정도 온도가 있어서 거죽을 노릇노릇하게 익힌 다음에는,
불을 좀 약하게 해서 안까지 익혀준 후 뒤집어서 다시 온도를 올렸다, 내리는...
제 나름의 부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래서..전기 프라이팬에 부칠때는 좀 불편해요, 가스불에서 부치는 것 보다는요.
그리고 시간도 꽤 많이 가서...
그냥 오늘 슬슬 혼자서 가스불에 프라이팬 세개 놓고 부쳤습니다

다른 전도 좀 부칠까 했더니,
kimys, "왜 혼자하느라고 그래? 힘드는데..." 하네요.
다른 전들은 내일 동서들 오면 부칠까봐요.

제가 미리 이렇게 일한다고..'마음이 착한가보다'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절대 안 착합니다.
저도 전에는 동서들 일찍 안오거나 이 핑계 저 핑계를 대고 빠지는 것 때문에,
앙앙불락하던 때도 있었습니다.
다 모여서도 누구는 일하는데, 누구는 "조금만 해요" "이런 건 뭐하러 해요"하면서 자발적으로 움직이지 않아서,
속도 많이 상했더랬습니다.
특히, 시어머니께서 교통정리를 해주셔야하는데, 그렇지 않아서 이런가보다 하는 시어머니에 대한 원망도 있었구요.
심지어, 어머니께서 편의를 봐주시는 동서는 '신의 딸', 저 같은 무수리는 '어둠의 자식'...
이렇게 자조적으로 일컬었었다니까요. ^^;;

그런데..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니..동서들 입장도 이해가 가는거에요.
남의 집 부엌에서 일하는 거 그렇게 쉽지않고,(저도 친정어머니 부엌에서 일을 잘 못하겠어요, 손에 익지않아서..)
저는 동서들의 도착시간만 생각하고 늦는다고 불만이었는데,
화장이며 옷차려 입고, 준비하고 차 타고 오는 시간 그것도 만만치않겠다 싶으니까 그 역시 이해가 가구요.
그리고 무엇보다, 몸 힘든 것이 마음 불편한 것보다는 쉬워서...
차라리 내가 좀 더 움직이고, 동서들의 웃는 얼굴을 보는 것이 낫겠다 하고 마음을 바꾸니까, 이게 훨씬 나은 거에요.

늘 명절이 되면, 우리 82cook 식구들 마음 상하지않고 즐거운 명절을 보내셨으면 하는 바램뿐입니다.
인간관계라는 것이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으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먼저,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서, 조금만이라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열만큼 받을 상처, 일곱이나 다섯으로 줄 수도 있지 않을까요?




날도 춥고, 마음도 춥고, 주머니도 썰렁한 명절이지만,
그래도 우리 즐겁게 잘 보내요.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진냥
    '09.1.24 5:28 PM

    네 눈구경만으로도 행복해지네요
    저도 얼른 해야죠
    행복한 한해 되세요

  • 2. 수인맘
    '09.1.24 5:37 PM

    네. 무엇이든 맘먹기에 달린것 같아요.
    저도 하나 있는 동서가 사정에 있어서 못온다고 해서 조금은 속상했는데 맘을 바꾸니
    좀 편해집니다.

    녹두전 작년보다 양을 줄였더니 맛있다고 다들 난리네요.
    모자랄까봐 걱정입니다.

    즐거운 명절 보내시길......

  • 3. emile
    '09.1.24 5:53 PM

    모두 행복한 명절되시구...

    쌤도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

  • 4. 레드썬
    '09.1.24 6:19 PM

    선생님 말씀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진심으로 하시는 말씀인 것 느껴집니다.

    외며느리인 저는 왜 항상 제가 손해보고 희생한다고 불만일까요? 아직 멀~었나봐요...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린 것인데...... 즐겁고 행복한 설날 되세요~ ^_^

  • 5. TOP
    '09.1.24 6:19 PM

    세배 리플레이 들어갑니다.
    선생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__)

  • 6. 레지나(스프라이트)
    '09.1.24 7:05 PM

    샘 새해 복 마니마니 받으세요.^^

  • 7. 상큼마미
    '09.1.24 7:06 PM

    날도 춥고, 마음도 춥고,주머니도 썰렁한 명절이지만,그래도 우리 82쿡 식구들 모두모두,건강하시고,즐겁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샘님 , 따라해봤어요.
    녹두전 너무 맛나 보여요.^^

  • 8. 둥이둥이
    '09.1.24 7:14 PM

    선생님, 올해 설도 맛난 것 많이 해서 가족들과 따뜻한 시간 보내세요~
    저도 오랜만에 집에 있으니 참 좋네요.
    오늘 워낭소리 다큐 보고 왔는데, 설에 가족들과 함께 보시면 어떨까요?

  • 9. 호호아줌마
    '09.1.24 9:04 PM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저도 오늘은 심술이 나서 전 구울 생각도 안하고 있습니다만..
    선생님 글 읽으니.. 좀 부끄럽네요.
    스트레스 너부 받지 않을 정도로만 일하자..는 생각으로
    그냥 편하게 보내자라하며 마음을 정리(??)해 봅니다.

    그럼 즐거운 명절 되세요

  • 10. 라라^^*
    '09.1.24 9:53 PM

    천국도 지옥도 모두 다 내마음 속에 있는 것

    잊어 버릴 때가 많은데 선생님께서 깨우쳐 주시네요,

    네, 알겠습니다. 샘도 즐겁고 평안한 명절 보내세요.

  • 11. sara
    '09.1.24 11:26 PM

    마음이 예쁘시네요 댁같은 형님만 있다면...

    모든건 마음먹기 나름

    새해에는 좋은일만 있길 기원합니다

  • 12. charming itself
    '09.1.25 1:39 AM

    저도 외며느리... 선생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13. 돼지용
    '09.1.25 8:32 AM

    후라이팬 세개 돌리기가 그냥 되는 게 아니죠.
    이제껏 부친 녹두전 반죽이 얼마만큼이었는지 짐작이...

    구정이 또 있어서 새로 새해가 되니 좋아요.
    두번 새해에 복 많이 받으세요.

  • 14. 홍천산골
    '09.1.25 9:47 AM

    제가 사고 싶었던 가스렌지네요...
    아흑....넘 비싸서 아직도 못사고 점화하려면 세네번씩 눌러대야하는 낡은것을 아직 못 버리고 있네요...아...사고 싶다....

  • 15. 예쁜솔
    '09.1.25 6:01 PM

    선생님께서 다독여 주시니
    명절 짜증이 눈 녹듯 사라지네요.
    그래요!
    제가 조금 더 일하지요, 뭐...
    명절 잘 쇠시기 바랍니다.

  • 16. 노을빵
    '09.1.25 8:20 PM

    존경하는 김혜경쌤~
    책도 많이 팔리시고, 건강하시고,,,
    마음 편해지는 한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제가 82cook회원이라는거, 늘 자랑스럽습니다.
    김혜경쌤이 이 사이트의 쥔장이시라는거 늘 자랑스럽습니다^^

  • 17. 안개
    '09.1.27 5:03 PM

    샘.. 새해 복 마니 받으세요,, 저 무수리,,맞고요,, 어둠의 자식 맞았더랬어요....ㅋㅋ

  • 18. 아네스
    '09.1.27 7:18 PM

    저도 전은 쫌 잘 '부친다'는. 시어머니가 준비해 주시고 저는 부치기만 해서요.
    이북이 고향이신 시어머니 덕분에 100개도 넘게 부친답니다. 저흰 아주아주 큰 전기프라이팬 두 개 놓고 두 아들과 며느리 총동원입니다. 그래도 젤 수고는 어머님!!
    샘도 명절 잘 보내시길(이미 저물어가네요, 연휴가)

  • 19. 산이야기
    '09.2.3 6:07 PM

    명절이면 전 부치는일이 젤 큰일인것 같네요~
    경상도에선 찌짐이라한답니다~
    올핸 딸아이가 도와줘 수월하게 일?을 치뤘답니다.

  • 20. 하이디시골생활
    '09.2.5 2:26 PM

    전 막내지만 저희 집에서 준비하는데 형님 늦게 오셔서 다 하시는 것처럼 큰소리로 뭐는 어딨어 하고 하도 묻는 바람에 미리 해 버립니다. 그게 맘 편하더라고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날짜 조회
3347 늦었다고 생각한 때가 가장 빠른 때이다 232 2013/12/22 33,159
3346 나물밥 한그릇 19 2013/12/13 22,708
3345 급하게 차린 저녁 밥상 [홍합찜] 32 2013/12/07 24,978
3344 평범한 집밥, 그런데... 24 2013/12/06 22,354
3343 차 한잔 같이 드세요 18 2013/12/05 14,966
3342 돈까스 카레야? 카레 돈까스야? 10 2013/12/04 10,967
3341 예상하지 못했던 맛의 [콩비지찌개] 40 2013/12/03 15,044
3340 과일 샐러드 한접시 8 2013/12/02 14,150
3339 월동준비중 16 2013/11/28 17,052
3338 조금은 색다른 멸치볶음 17 2013/11/27 16,774
3337 한접시로 끝나는 카레 돈까스 18 2013/11/26 12,531
3336 특별한 양념을 넣은 돼지고추장불고기와 닭모래집 볶음 11 2013/11/24 14,844
3335 유자청과 조개젓 15 2013/11/23 11,888
3334 유자 써는 중! 19 2013/11/22 9,747
3333 그날이 그날인 우리집 밥상 4 2013/11/21 11,254
3332 속쌈 없는 김장날 저녁밥상 20 2013/11/20 13,730
3331 첫눈 온 날 저녁 반찬 11 2013/11/18 16,522
3330 TV에서 본 방법으로 끓인 뭇국 18 2013/11/17 15,788
3329 또 감자탕~ 14 2013/11/16 10,533
3328 군밤,너 때문에 내가 운다 27 2013/11/15 11,616
3327 있는 반찬으로만 차려도 훌륭한 밥상 12 2013/11/14 12,966
3326 디지털시대의 미아(迷兒) 4 2013/11/13 10,987
3325 오늘 저녁 우리집 밥상 8 2013/11/11 16,557
3324 산책 13 2013/11/10 13,394
3323 유자청 대신 모과청 넣은 연근조림 9 2013/11/09 10,861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