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싱싱한 굴을 찍어 먹으려고 초고추장을 만들었습니다.
초고추장...그거 참 간단한 거 잖아요.
고추장, 초, 설탕 넣어서 젓기만 하면 되는...
이렇게 간단한 초고추장도 제맛을 내지 못해서,
마트에서 초고추장병을 집어 카트에 담던 시절이 제게도 있었습니다.
친정어머니께서 담아주시는, 시커멓고 너무 되직해서 그리 맛있을 것 같아보이지 않는,
그러나 아주 맛있는 고추장을 떠서 초고추장을 만들다가,
앞으로는 초고추장같은 기본적인 양념은 물론,
그밖의 모든 걸 집에서 만들어 먹어야하는 날이 오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들었습니다.
통조림용 복숭아의 껍질과 귤의 속껍질을 화학약품으로 깐다는 걸 TV에서 본 후,
그 생각이 영영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네요.
참, 순진하기도 하죠,
저는 요즘 하도 좋은 기계가 많으니까, 복숭아껍질을 말끔하게 벗겨주는 기계가 있는 줄 알았어요.
기계로 껍질을 벗기는 줄 만 알았지만, 약품으로 껍질을 녹인다고 꿈엔들 생각했겠어요?
귤통조림은 거의 사본적이 없지만,
복숭아통조림은 하나쯤 항상 준비해놓고 있는, 제가 좋아하는 재료이기 때문에 충격이 큰 거죠.
게다가 달달한 그 국물을 좋아해서 보리차 마시듯 들이키는 걸 좋아하는데...
내년에는 아무래도 복숭아 당졸임까지 제대로 해야하나봐요.
맛없는 복숭아 처리 차원이 아니라, 복숭아통조림을 사지 않기 위해 멀쩡한 복숭아로..

친정어머니, 살림도 잘하시고, 요리도 잘하시는데..
이상하게도 고추장 만큼은 다른 집과 달라요.
다른 집 고추장은 묽고 예쁜 빨간색인데...
우리 친정어머니 고추장은 거의 검정색에 가까운, 시뻘건색에, 너무너무 되직합니다.
그래서 참 맛이 없어보이는데,
뜻밖에도 참 맛있어요. 깊은 맛이 있구요.
초고추장을 해도, 색은 이쁘지 않지만 맛은 좋아요.

고추장에 설탕을 넣고, 레몬식초를 좀 넣어줍니다.
레몬식초는 파는 것도 있지만, 쓰다남은 레몬이 있을 때 양조식초에 이렇게 넣어두면,
레몬향이 살아있는 식초가 됩니다.

잘 젓기만 하면 끝.
이제는 좀...물건 값을 더 받더라도 제대로 만들어 팔았으면 좋겠어요.
제대로 만들어 비싼 물건과 싼 맛에 사는 물건, 이렇게 사는 사람에게 선택권을 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