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연탄을 1천장쯤 들여 처마밑 이곳저곳에 빼곡하게 쌓으셨습니다.
김장도 1백포기씩 하고..., 그리곤 월동준비 마치셨다고 뿌듯해하셨습니다.
"연탄 쌓여있겠다, 김장해넣었겠다, 쌀독에 쌀있겠다..이젠 걱정 없다"하시며...
걱정없다는 엄마는
연탄 갈랴, 추워서 손이 쩍쩍 달라붙는 김장독 매일 열어가며 차가운 김치 꺼내오랴,
손이 보드라울 겨를이 없었습니다. 늘 거칠던 엄마의 손..
얼마나 힘드셨을까? 참 많이 힘드셨겠다는 생각이 이제서야 드네요.
그땐, 엄마니까 당연하게 엄마가 해야하는 거라고 생각했었죠. 참 인정머리 없는 딸..ㅠㅠ.

그때에 비하면, 요새는 월동준비랄 것도 없지요.
도시가스에서 가스만 끊지 않는다면, 보일러가 말썽만 부리지 않는다면 추위에 떨 일 없고,
김치냉장고 안에 들어앉은 김치 한포기씩 꺼내먹으면 되니까,추운 겨울날 김치독이 있는 광까지 갈 필요도 없고,
추워서 나가기 싫으면 클릭 몇번으로 필요한 물건 몽땅 사서, 집으로 배달받으면 되고...
불과 30,40년전에 비해서...너무 편해졌죠, 사는게...
오늘 나가서, 김장날 예약하고 왔습니다.
늘 가는 그 농장, 해가 갈수록 손님이 늘어서 이제는 미리 날을 잡아두고 오지않으면 안될 정도가 되었어요.
25일날 하겠다고 날잡고 돌아서는데...무청이 눈에 띄었습니다.
저거 말리면 두고두고 잘 먹을텐데 싶어서, 조금 가져왔어요.
소금물을 푼 끓는 물에 무청을 삶아내서는 물기 대강 빼서 이렇게 빨랫줄에 널었습니다.
식품건조기에 말려도 되겠지만, 그냥 이렇게 말려보려구요.
무청시래기 하나 말리면서, 대단한 월동준비라도 한냥 뿌듯하고,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부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