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도 거뜬하게 보냈습니다.

날배추국이에요.
배추를 삶아서 우거지를 만들어 국을 끓이면 우거지국이라고 하는데,
제 친정에서는 그냥 배추로 끓이면 날배추국이라고 하더라구요.
냉동실에 있던 양지머리 조금 꺼내서 찬물에 담가 핏물을 뺀 다음,
약한 불에서 90분 정도 고은 후 고기는 칼로 잘랐어요.
국물에 된장 풀고, 쓰다남은 알배기배추를 잘라 넣고 국을 끓였지요.
그런데...아직 배추가 맛이 덜 들었나봐요.
김장 무렵에 배추국을 이렇게 끓이면 달착지근한 것이 여간 맛있는 것이 아닌데,
이건 달큰한 것도 아니고, 구수한 것도 아니고..하는 수 없이 제 비장의 무기, 날콩가루를 좀 풀어줬습니다.
안 넣은 것보다는 낫네요, 구수한 것이...

고추, 청양고추, 피망, 파프리카 종류만 모아서 담아놓고 쓰던 채소통을 정리했어요.
들어있는 내용물은 별로 없는데, 냉장고 속에서 자리만 너무 차지해서.
그걸 정리하면서 보니까...
요구르트를 넣은 샐러드 드레싱도 나오고,
⅓도 채 안되는 오이 조각에, 통조림 파인애플에, 반개짜리 오렌지, 토마토도 한개, 농익은 키위도 한개,
이럭 저럭 모으면 과일 샐러드가 한접시 될 듯해서,
보이는 재료 몽땅 털어서 과일샐러드를 했어요.
토마토와 키위를 일단 둘러 담은 후에,
오렌지, 오이, 파인애플을 넣었어요. 드레싱도 뿌리구요.
반찬이라기보다는 디저트의 느낌이 나는, 달콤한 과일샐러드가 되었습니다.

달걀 노른자만 쓰고, 몇개 분량인지 모를, 흰자만 모아놓은 밀폐용기도 찾아냈습니다.
이런 것도 얼른얼른 먹어줘야합니다.
뭘 할까 하다가, 팽이버섯을 발견했어요.
팽이버섯 밑둥만 자르고. 적당히 떼어낸 다음, 소금 후추를 뿌렸어요.
그리고 달걀 흰자만 묻혀서 지졌습니다.
먹을만 하던데요.
어지간히 냉장고를 비웠다 싶은데도, 매일매일 구원해줘야할 재료들이 나옵니다.
내일은 또 어떤 재료가 제 눈에 띄려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