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무사히 촬영을 마쳤습니다.
총 7일중, 5일이나 출근하시면 도와주셔서 재료며 그릇, 도구를 꿰고 계셨던 든든한 제 후원자 그린님,
일주일에 오직 수요일만 쉬시는데도 불구하고 3주 내내 수요일마다 와서 도와주신 chatenay님,
떨어진 재료 사서 나르랴, 필요한 그릇 공수하랴, 피곤에 지친 제 짜증까지 받아주느라 너무나 애쓰신 jasmine님,
환상적 칼솜씨를 보여주신 코코 샤넬님, 와플 굽기의 거성 박하맘님, 요리선생님 답게 척 하면 착인 지성조아님,
벌써 몇번째 책을 도와주는 건지..3번짼가..암튼 언제든 달려와 제 구원투수가 되어주시는 헤르미온느님,
1년치를 하루에 했을 만큼 엄청난 양의 설거지를 소화해내주신 아테나님,
너무나 연약해보여서 설거지하는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했던 INA님,
그리고 같은 동네에 사는 죄로 느닷없는 전화로 불려와 설거지와 잔심부름을 도맡아야했던 후배 은희와 하늘정원님,
이렇게 많은 분들이 정말 이렇게 자신의 일처럼 전력을 다해서 도와주시지 않았다면...촬영작업을 다 마치지 못했을 거에요.
정말 너무 고마웠습니다.
제가...정신 좀 차리고...한번 근사하게 쏠게요..^^
오늘 모처럼 고요한 저녁이었습니다. 이 얼마만인지...
지난 3주동안 실제로 촬영한 날은 7일에 불과했지만,
장보느라, 또 준비해놓느라...늘 몸과 마음이 분주하여, 가족들에게 애정을 담은 밥상을 차려주지 못했습니다.
그 미안함을 씻어보고자...또 조금씩 남은 재료들을 알뜰하게 먹어보고자...
이것저것해서 상에 올렸습니다.
저녁 준비 하려는데 "오늘 당신 피곤할텐데, 저녁 나가서 먹을까?"하는 kimys,
당신이...제게 큰 힘입니다...당신에게 고맙다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불편함을 참아줘서...고맙게 생각합니다...

첫번째 메뉴는 도토리묵이에요.
후배의 어머니께서 손수 가루 내신 도토리로 어제 손수 묵을 쑤셔서, 오늘 보내셨어요.
"선배네 집 멀지 않으면 얼른 전하라"고 하셔서, 후배가 들고온 거 있죠?
어머니, 감사합니다. 너무 맛있어요.
우리 시어머니, 오늘 이 묵만 해서 드셨어요.^^
제가..가루 사다가 쑤는 묵과는 차원이 달라요. 정말 고맙습니다.

냉샤브샐러드에요.
샤브샤브용 고기를 사다가, 샤브샤브도 찍고, 냉샤브샐러드도 찍고, 쇠고기덮밥까지 찍었더니,
고기가 아주 조금 남았어요.
자투리 고기, 뜨거운 물에 데쳐서, 얼음물에 샤워시킨 다음 드레싱에 버무리고,
아직 예쁜 모양이 변하지 않은 느타리도 얼른 먹어주려고, 프라이팬에 허브솔트 뿌려서 구웠어요.
원래 레시피에는 다른 채소를 썼지만,
피클 과정 컷 찍느라고 잠시 절였다가 얼른 건져놓아 그리 짜지 않은 오이 양파가 아까워 곁들였어요.
거의 죽은 줄 알았던 쑥갓은 얼음물에 들어가더니, 생생하게 살아나고.
이렇게 해서 그럴싸한 냉샤브샐러드가 한접시 만들어졌습니다.

샤브샤브에 넣고 조금 남은 새우와 낙지도 얼른 먹어줘야할 것 같아서, 오븐에 구워주고,
여기저기 들어가고 남은 자투리 채소들은 매운 양념에 볶았어요.
매운 양념에 볶은 채소를 바닥에 깔고 새우와 낙지를 얹어서 먹었어요.

뭐니뭐니 해도..이게 꼭 있어야죠, 김치찌개.
촬영중에 김치가 동나는 바람에, 2007년에 담았던 김장김치는 모두 다 먹고, 2006년에 담근 김장김치통을 헐었어요.
다들, 삼년 묵은 김치가 어쩌면 이렇게 아삭아삭하냐고 하는데,
그런데 썰어서 바로 먹으면 괜찮은데, 몇시간만 지나고 금세 새콤해집니다.
새콤해진 김치에,
국산 삼겹살과 수입산 삼겹살의 비교사진을 찍느라 조금 사왔던 수입 삼겹살 송송 썰어넣고 김치찌개를 끓였는데,
역시 김치찌개는 푹 익어 새콤해진 김치로 끓여야 제 맛입니다.
고기나 생선 같은 재료를 딱 필요한 양만큼 샀기 때문에 그렇게 많이 남지 않았지만,
채소는 아직도 양배추, 무, 알배기배추, 우엉, 연근 같은 것들이 많이 남았어요. 내일도 남은 재료들, 열심히 먹으려구요.
재료 얘기가 났으니까 말인데...정말 재료 엄청 썼어요.
다른 건 몰라도, 달걀 60개, 양파 10㎏, 레몬 15개, 파 4단, 쌀 10㎏를 썼다니까요.^^;;
이 바람에 달걀 양파가 한 알도 없고, 대파도 한 대도 없어요.
또 내일 장을 봐야하려나봐요, 이젠 장보는 것도 지겨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