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8시쯤부터 집에서 나와, 모처럼 출근차량들과 함께 무악재를 넘어서,
노량진 수산시장에 갔었어요.
노량진에서 양평동 코스트코 들렀다가, 연남동 중국 슈퍼까지 세군데에서 장을 보고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집에서 점심먹고, 1시반부터 3시까지 배우는 것 배우고, 나머지 장을 보러 응암동 이마트에 갔어요.
내심, 4시반쯤이면 집에 들어갈 것 이고,
한숨 좀 돌리고, 저녁밥을 하면서 일을 좀 하면 되겠구나 했어요.
그런데...
오늘따라 이마트에 없는게 너무 많은 거에요.
논우렁도 없고, 참나물도 없고, 굴도 없고, 닭날개도 다 떨어지고 없고..ㅠㅠ...
전화로 수배해보니, 참나물이 하나로에는 있다는 거에요.
환불받을 것도 있고 해서 자유로를 타고 가는데, 몸이 너무 피곤해서 그랬는지 기분이 좀 그랬습니다.
장을 보고 나오는데 너무 힘이 드니까, 막 눈물이 나오려고 하는거에요, 나이 답지 않게...
이럴 때는 영감이 제일인지라, 전화를 걸어서, 어울리지도 않는 어리광을 막 부렸습니다.
"나 너~~무 힘들어, 울고 싶어.." 이렇게요.
kimys는 늙을 틈도 없을 거에요, 마누라가 너무 철이 없어서,
늘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보살펴야 하니까요..^^;;

돌아와서 저녁준비하는데 kimys가 그러네요.
"이거 마지막 요리책이야, 다시는 요리책 내지마. "
"칭찬받은 쉬운 요리, 출판사 바꿔서 업데이트판 내는 건 어떡하고?"
"그것까지만 하고...나랑 같이 추리소설 쓰자...너무 힘들어서 안되겠다"
하던 중에 이번 책이 제일 힘들어요.
그 이유가, 요리 전부에 과정 컷이 네컷씩 들어가는데다가, 완성컷 찍고,
완성음식 서너개씩 모아서 세트로 찍어요.
포토그래퍼가 둘이라서, 한 사람은 과정을 찍고, 또 한사람은 옆에서 완성컷을 찍으니까,
정신없이 돌아갑니다.
제가 빨리 못하면, 사진기자 두 사람과 스타일리스트와 스타일리스트의 조수, 그리고 진행기자,
이렇게 다섯사람이 놉니다..ㅠㅠ..
주방에서는 막강의 지원팀 세명이 항상 버티고 있지만, 제가 늘 말썽입니다. 진도를 못맞춰요.ㅠㅠ.
완성하기만 하면 담는 건 스타일리스트가 예쁘게 담아주기 까지 하는데...ㅠㅠ
그런데 다가, 음식을 세트로 찍기 때문에,
그 세트에 들어가는 음식은 재료가 뭐 하나라도 빠지면 그 세트 전체를 찍을 수 없기 때문에,
하루에 다섯군데 아니라, 열군데라도 돌면서 모든 재료를 갖춰야 해요.
근데...이게...출판사가 시킨 것이 아니라, 제가 하자고 했다는 거...ㅠㅠ...세트로 꼭 찍어야한다고...
제 발등, 제가 찍은 거죠..
집에 돌아올 때만 해도, 몸살 끼도 있고, 손가락 까딱할 수 없을 줄 알았는데...
내일은 보다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 이렇게 진행표도 잘 보이게 붙여보고...

지난주에는 하루에 다섯세트씩 찍었는데,
내일은 여섯세트입니다.
내일의 23가지 요리중 완성까지 제일 시간이 많이 걸릴 듯 한 것, 한가지 완성해놓고,
다른 것들은 썰고 밑간하고 있는 중입니다.
참 신기한 건, 운전하거나 TV볼 때는 잠이 쏟아지는데, 도마랑 칼을 잡으면 잠이 달아난다는 거...
12시반까지만 일하다가 잘까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