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날 옛날, 아주 옛날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식구가 많거나 적거나 간에 김장은 무조건 1백포기씩 해야 하고,
김치냉장고는 커녕,
냉장고도 없어서 봄 기운이 스멀스멀 온누리에 퍼지면, 집집마다 군내 나는 김치 처리에 골몰하던 시절~~
친정어머니의 단골 메뉴는,
군내나는 김치의 속은 다 털어버리고,
물을 갈아가며 군내를 우려낸 다음,
김치를 칼로 자르지 않고 손으로 쪽쪽 찢어서,
된장에 조물조물, 간이 배도록 무쳤다가 끓이는 우거지 찌개였습니다.
철없는 어린 마음에,
군내 나는 김치는 못먹는 것인데,이걸로 찌개를 끓이나, 우리 집이 그렇게 가난한가? 이렇게 생각했더랬습니다.
가난 때문이 아니라, 어머니의 알뜰함 때문이었는데요..
그때는 우리 엄마 뿐 아니라, 다 이런 음식 먹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김치냉장고 없는 집이 없고,
김치도 조금 담그니까, 군내 나는 김치 찾아보기가 더 힘든 것 같아요.
그래서 김장김치를 우려내서 찌개를 끓이는 일은 더더욱 어려워졌구요.
지난 초겨울에 했던 김장김치,
일년 내내 먹고 마지막통을 헐었는데, 무슨 일인지, 좀 짠듯하고, 맛도 다른 통의 김치보다 훨씬 못한거에요.
똑같이 담근 김치도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 같아요.
숙성을 했는지 안했는지,김치통에 격지무를 얼마나 넣었는지 따라서~~

오늘 점심에 문득, 우거지 찌개가 생각나길래,
맛없는 김치 한포기 꺼내서, 물에 씻은 후 잠시 물에 담가뒀었어요.
손으로 찢어서 된장이랑 쇠고기, 그리고 비장의 카드, 날콩가루를 넣어 조물조물 해뒀다가,
멸치육수 부어서 끓였어요.
역시~~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런 음식을 먹어야 합니다.
우거지, 시래기, 뭐 이런 것들이요.
밥 한숟가락 떠서 우거지 한조각 걸쳐 먹으니...다른 반찬, 아무 것도 먹지않아도 한그릇 뚝딱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