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잘 지냈습니다.
해마다 음식하는 양이 줄어들어서, 노동량도 몇년전에 비해서 훨씬 줄어들기는 했는데...
제가 요즘, 원고에 뭐에, 일이 좀 많아서 컨디션이 썩 좋은 상태가 아니어서인지,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피곤하기도 하고....그런 상태입니다....
저도..나이를 먹어가나봐요....(슬프지만, 인정할 수 밖에 없는...ㅠㅠ)

해마다 명절날 저녁, 시누이네 식구들이 모두 모이는 식사만큼은 꽤 신경을 씁니다.
시어머니를 대신해서, '백년손님'인 사위들을 환대하고 싶은 것이 제 마음인데요,
그래서, 뭐라도 한가지, 입맛 살릴 수 있는 요리를 하려고 하죠.
연어샐러드를 하기도 하고, 해삼탕을 하기도 하고, 칠리새우를 하기도 하고.
그런데 미안하게도, 올해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냥 있는 대로, 차려 대접하고 말았어요.
굳이 핑계를 대자면..다음주부터...하루에도 수십가지 요리,
책만 만들지 않는다면 몇년동안 해먹을 요리를 7일동안 해낼 생각에 지레 지쳐버린거에요.
벌써부터, 지지고 볶고 할 생각에 머리가 딱딱 아파옵니다.
(촬영하는 동안 설거지는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 해도 촬영전, 재료 손질이나 썰어두기 미리 만들기는 꼼짝없이 제 차지!)
게다가..얼추 따져봐도,
장을 다섯군데 정도 (하나로클럽, 이마트, 코스트코, 노량진수산시장, 동대문시장)에서 봐야할 것 같은데,
다 언제 돌아다니며 사들일 것이며, 또 사들이는 그 엄청난 양의 재료는 다 어디다가 넣어놓아야할지...
걱정이 많지만, 일단, 나중 걱정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암튼, 그 바람에..그냥 뻔한 명절 음식과 있는 재료들로 상을 차렸어요. 미안한 마음을 담아서.
그랬는데, 제가 이뻐하는 조카(큰 시누이의 큰딸)가 다 먹고나서, 자기가 먹은 그릇 들고 나오면서,
"외숙모, 요리가 없다고 하셨지만, 다 맛있어서, 잘 먹었어요. 맛있게 먹었어요" 라며, 절 위로해주는 거 있죠.
그래서,
"##야, 외숙모 촬영하는 동안 여기와 있어, 그럼 촬영 마치고난 음식, 저녁에 실컷 먹을 수 있을텐데..."
했다는 거 아닙니까?! ^^;;

이번 추석은...음식을 한 기억보다...재료 손질한 기억만 날 것 같아요.
몇년만에 토란도 손수 껍질까서 국을 끓였고,
난생 처음 도라지 껍질까서 볶아봤고,
(도라지 껍질까는 거 참 쉽던데요, 게다가, 적당한 굵기로 갈라 길이 맞춰 잘라서 볶으니까 아주 얌전해보이구요)
생강도 껍질 벗겨놓은 거 안사고, 껍질 있는 것 사다 쓰고,
(식혜에 넣은 생강의 향이 너무 좋아서, 식혜 대박 났었어요. 한방울도 안 남고 다 먹었어요.)
차례상에 올리는 밤도 깐밤을 주로 샀는데, 이번에는 집에서 껍질 깠어요. 역시 집에 까는게 싸긴 싸요.
고사리는 늘 집에서 불리는 것이긴 하지만,
특히 이번에는 먹기좋은 길이로 자를 때 그냥 막 자르지 않고 가지런히 한 다음은 길이를 맞춰 잘랐더니,
보기도 얌전하고, 집어 먹기도 좋았어요.
다른 해보다는 추석이 빨라서, 낮에는 더위마저 느껴지는 추석이어서,
음식들 상할 까봐 전전긍긍하면서, 김치냉장고 두대를 다 틀어놓고
전이며 나물이며 식혜며 다 넣어두고 보관했던 탓에 상해서 못먹게된 것 없이 무사하게 잘 넘어간 것 같아요.
이제...친정만 다녀오면...추석행사는 끝입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