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회사 다닐 때 정말 사기 싫어했던 재료가 양배추였어요.
양배추를 좋아하면서도,
양배추 한 통을 사면 먹다먹다 지쳐서 얼마쯤음 꼭 남겨서 버려야했거든요.
다 못먹고 버리게된 양배추를 보면 어찌나 미안하던지, 그래서 한통짜리 못사고, ¼통이나 반통씩 사곤 했어요.
그런데 아마, 양배추 한통 사서 이번처럼 알뜰하게 먹기도 처음인 것 같아요.
며칠전 한통 사서, 몇장 뜯어서 코울슬로 해먹고,
어제는 양배추쌈을 먹었어요.
양배추쌈 아시죠? 찌는 것보다 한장 한장 데쳐내는 것이 더 식감이 좋다고..
더운데 가스불 옆에 지켜서서 한장 한장 데쳐냈어요. 역시 정성을 들인 것은 다 알아보는 것 같아요.
우리집 식구들 어찌나 양배추쌈을 잘먹던지..
오늘 저녁엔 양배추채를 듬뿍 넣고 돼지고기 짜장볶음을 했어요.
고추잡채하려고 샀던 돼지고기가 좀 많은 듯 해서 김치냉장고 안에 넣어뒀었어요.
고추잡채 하고 남은 팽이버섯도 꺼내구요.
춘장을 일단 기름에 한번 볶아준 다음에, 팬에 마늘편 생강편으로 향을 내고,
녹말가루를 슬쩍 입힌 돼지고기채 달달 볶다가 양배추채 넣고 볶아뒀던 춘장 넣고 볶아줬어요.
거의 다 됐을 때 팽이버섯 넣고, 참기름 떨어뜨려주고 불을 껐어요.
이제 양배추 얼마 안남았는데 스프를 끓일까, 짜장면을 한번 더 할까, 아님 쌈을 한번 더 먹을까, 생각중입니다.
돼지고기 짜장볶음과 같이 먹으려고 냉동실안에 여섯개 남아있던 꽃빵도 마저 쪘어요.
꽃빵에 돼지고기짜장볶음 싸먹으면 맛있거든요.
이달말쯤에는 새책용 촬영을 시작해야할 것 같은데, 그러려면 냉장고랑 냉동고랑 비워야해요.
냉장고는...김치냉장고 전원 빼놓은 것 켜놓고 쓰면 되지만,
냉동고는 그럴 수도 없어서, 있는 거 이것 저것 다 찾아 먹으려고 하는데,
찾아보니까 정말 먹을 만한 것이 쏠쏠하게 들어있는 거에요.
과일이 똑 떨어져서 사러가야하는데, 버티고있습니다.
과일 사러가면 과일만 사게 되는 게 아니고, 또 찬거리도 사게 되잖아요.
냉동고 정리차원에서,
캔옥수수에 피자치즈 잔뜩 넣고 옥수수철판구이도 했는데, 깜빡 잊고 촬영을 안했네요.
먹음직스럽게 됐었는데.., 비주얼이 좋은 음식은 꼭 촬영을 안하는 건 무슨 조화일까요?

이번엔 국입니다.
이 국은 무슨 국이게요?
콩국?? 땡! 틀렸습니다.
오이냉국이에요. 무슨 오이냉국이 이러냐고요, 맞아요, 오이냉국.
오이채 썰고 파 마늘도 준비했다가 국간장이랑 참기름에 버무려뒀어요.
육수는 얼려놓았던 것과 얼리지 않은 것 반반 섞어서, 스무디 메이커에 갈았어요.

벼르고 별러서 스무디 메이커 사놓고는 낯 좀 익히느라 씻어놓고 바라만 봤었어요.
그러다가 오늘 얼음육수를 갈았는데, 얼음덩어리가 너무 커서 그랬는지, 아님 제가 사용법을 잘 모르는지,
암튼 제가 상상했던 그 느낌으로 갈리지는 않았었요.
물을 너무 많이 넣었나??
제가 상상했던 건, 자잘한 얼음입자가 빡빡하게 느껴질 정도로 갈리는 것이었는데...
설명서를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글씨가 너무 작고 빽빽하게 글자가 들어차 있어서 읽기 싫기는 하지만.

밥 먹고 나서, 아이스티에다가 얼음을 넣고 또 갈아봤어요.
역시 상태가..제가 기대했던, 제가 상상했던 그 상태가 아니에요.
갈린 상태가 제 예상과는 빗나갔지만, 아이스티에 얼음을 띄워서 먹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 나네요.
더 시원한 것 같아요. 아직까지 입안이 얼얼해요.
아무래도 내일쯤은 나가서 과일 좀 사다 얼려서 테스트를 해봐야겠어요.
제가 상상했던 그 정도로 안갈리는 건지.

테스트 해본답시고, 한밤중에 마신 홍시주스.
홍시 꺼내놓고, TV 보는 바람에 너무 녹아서 셔벳이 아니라, 주스가 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