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래저래...입맛을 잃은 모양입니다.
어제도 아침 점심 내내, 물만 마시다가, 밥은 저녁 한끼 먹었는데,
오늘도 아침 점심 내내 아무 것도 먹을 수 없는 거에요.
과일도 싫고, 어제 kimys가 굶지말라고 사다준 도넛도 보기 싫고, 또 내내 물로 살았습니다.
여전히 입맛 없는 상태로 저녁 준비를 하면서 문득, 이대로 있다가는 저녁까지 안먹을 지경에 이를 지 모르겠다 싶어서,
뭔가 입맛 살릴 것을 찾았습니다.
그러다 발견한 것, 고추 장아찌.
작년 가을, 뜻하지 않게 독오른 고추를 잔뜩 얻게됐습니다.
뭘할까 하다가 그냥 씻기만 해서,
고추 몸에 구멍도 안내고, 소금물에 담가 삭이지도 않은 상태로 그냥 젓갈을 부어뒀더랬습니다.
강경에서 사온 갈치속젓 충분히 넣은 후, 돌로만 눌러뒀습니다.
작년 겨울에 한번 꺼내보니까, 어떤 건 여전히 독오른 상태고, 어떤 건 맛이 든 상태.
그때 한번 꺼내먹고, 그냥 내버려 뒀습니다.

아니 솔직히 그냥 내버려둔게 아니라..잊고 있던 거 지요.
(우리집 냉장고나 다용도실에는 이렇게 제게 버림받은 장아찌류가 꽤있습니당..ㅠㅠ)
이걸 먹어보면 입맛이 돌까 싶어서 몇개 꺼냈습니다.
송송 썰어서, 참기름과 통깨로만 무쳤어요.
이거 한쪽 집어먹고, 입맛이 확 살아서, 저녁에 밥 한그릇 다 먹었습니다.
찬밥에 물 말아서, 이거 한쪽 집어 먹으면 맛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참 신기해요.
물은 한방울도 안넣고, 고추와 갈치속젓만 넣었는데...병에 이리 물이 그득합니다.
고추에서 이렇게 수분이 많이 나온 모양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