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주째, 주말이면 오빠와 남동생이 동원되어, 정리에 또 정리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몸이 연약하다는 이유로,,크크...아마도 남동생보다는 제가 기운이 더 셀듯...
동원령에서 면제를 받았었습니다.
오늘, 친정엘 가보니,
다른 해보다 20일은 먼저 모란꽃이 활짝 핀 가운데, 마당에는 이런저런 정리의 잔해들이 쌓여있었습니다.
단골로 친정집 일을 해주는 아저씨가 소형트럭을 가지고와서 쓰레기들을 치워주면서, 드디어 정리가 끝났습니다.
(차떼기로 쓰레기 버리는 비용도 만만치 않네요..^^;;)
이 와중에 다 낡은 세탁칸의 수납대도 쓰레기장으로 가고,
(엄마 말씀이 그 수납대로 쓰던 테이블 40년된 것이라고 하시네요..헉..)
튼튼한 수납대가 필요했습니다.
단독주택의 세탁칸이라는 게, 아파트의 다용도실보다 훨씬 습기도 차고 하니까,
어머니는 "너희 집 가스대처럼 업소용 스텐으로 사고 싶다"고 하시는 거에요.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가격도 만만치않고, 또 배송받으려면 시간도 걸리고 해서,
"엄마, 이 집 재건축 되네, 어쩌네 하는데...업소용 스텐 조리대같은 거 중고로 사면 어때요?" 했습니다.
엄마도, "그럴까?"하시는 거에요.
해서, 중고 주방용품 매장의 기억을 더듬어서 삼송리로 찾아갔습니다.
그곳에서 길이는 1.2미터쯤 되는 나즈막한 스텐수납대를 찾아냈습니다.
요즘 스텐보다 더 탄탄하다는 주인아주머니의 말이 아니더라도, 꼼꼼하게 물건 고르시는 엄마를 단숨에 만족시킨 그것의 값은 7만원. 그걸 5천원 깎아서 샀는데, 거의 신제품의 절반수준이었습니다.
사람이 좋아보이는 아주머니, 커피 한잔하고 가라고 해서 건물 안으로 들어갔더니,
아래 저 것이 있었습니다.

스텐 불고기판입니다.
한 스무장쯤 쌓여있었는데, 위에 두장은 좀 낡았는데, 그 아래로는 거의 새물건이나 다름없었어요.
아주머니 말이, "횟집에 불고기판이 뭐가 필요하다고, 주방장이 마구 사들인 게 나온거라 새거나 다름없어요"
6천원 달라고 해서 얼른 샀습니다.
제가 산다고 하니까, 어머니도 한개 사시겠다고 해서, 두개를 골랐는데,
친정으로 간 것은 정말 더 새것입니다.

이것도 새거 같죠? 6천원이면 너무 잘 샀죠?
그런데..문제는..그 집에서 사고 싶은 것이 너무 많더라는...
우선, 한쪽 짜리 개수대...엄마네 세탁칸에 놓으면 엄마가 쭈그리고 손빨래를 하시지 않아도 될 것 같았고,
구이집에서 쓰는 튼튼한 스텐석쇠, 업소용 사각 스텐 반찬통, 큼직한 중고 국수기계 등등....
(스텐 석쇠는 엄마랑 저랑 하나씩 서비스로 받았습니다..완전 대박입니다...)

"아주머니, 여기 재밌는거 너무 많으네요...또 놀러와도 되죠?"하니까,
"요리에 관심있는 분들, 여기 오시면 너무 재밌다고 하세요"하며 언제든 오라고 하네요.
중고주방용품집의 마당에서 먼지를 뽀얗게 뒤집어 쓰고 있던 수납대를 자동차 뒷좌석에 싣고와서,
엄마네 집, 제자리에 놓아봤더니, 일부러 맞춘 듯, 너무 잘 맞아서, 흐뭇했습니다.
그 가게에서, 한번 먼지를 말끔하게 털어줬지만, 다시 물로 깨끗하게 닦고, 올려놓은 거 정리해드리고 왔습니다.

그리고, 오늘 엄마의 하사품, 작은 떡시루입니다.
저번부터 저 주시고 싶었는데, 이번에 정리하면서 깊숙히 있던 것이 나왔다며 주시네요. ^^
떡시루도 생겼겠다..백설기 한번 쪄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