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 오늘 진짜 많은 일을 했습니다~~
며칠전부터, 아랫집에 물이 샌대요.
며칠전 제가 없는 사이 관리사무소 직원이 보고 갔다고 하는 데 그 후 아뭇 소리 없길래,
해결을 봤는 줄 알았는데, 어제부터는 물이 똑똑 하고 규칙적으로 떨어진다는 거에요.
얼른 내려가보니, 3년전에 새던, 딱 그자리에 물방울이 똑똑 떨어지는 거에요.
죄송하다고 하고, 부랴부랴 기술자 아저씨를 불러 오늘 아침 9시부터 작업하기로 했습니다.
누수탐지기까지 동원해서, 온수관 냉수관 등등 찾다가, 보일러로 들어가는 냉수파이프에서 새는 걸 발견했어요.
아침 9시부터 기술자 아저씨 왔다갔다 하면서 일을 하는데...
소파에 앉아서 TV를 볼 수도 없고, 서재에 들어와 컴퓨터 앞에 앉아있을 수도 없고,
해서..
전을 부치기 시작했습니다.
전...내일 동서가 오고 나면 부쳐도 되지만..그게 참 그렇습니다...
저희 kimys, 8남매의 맏이로, 위로 남자형제가 주루룩 다섯, 그 아래 여동생들이 셋입니다.
동서들이 넷이나 있다고는 하지만,
바로 아랫동서는 사정이 있어서 몇년째 명절에 오지 못하고 있고,
셋째네는....시동생이 일찍 세상을 떠서, 동서와 조카들은 명절 당일 오후에나 옵니다.
그리고 막내동서는..마침 일본 출장중....
우리 시어머니, "며느리 많다고 해도 일할 사람이 없다"고 늘 탄식이십니다.
그런데 말이죠...참 그런 것이...
동서들이 여럿 모여서 일하면, "동서 이거 해줘", "동서 저거 해야해"하고 일을 나눠서 할 수 있는데..
달랑 동서 하나만 오니까...뭘 자꾸 시킬 수가 없어요..시키기 미안한 거 있죠?
게다가 몇주 전에 있었던 제사를 앞두고,
뜬금없이 저희 어머니께서,
제가 준비한 제수용 생선이 늘 상했다는 거에요.
그래서 그 동서에게 준비시켜야겠다고 하시는 거에요. 그 동서네가 가락동 농수산물시장 근처거든요.
하느라고 했는데..제가 준비한 생선이 ' 늘 상했다'고 하셔서..기분이 썩 좋았던 건 아니지만..그렇게 하시라고 했어요.
제가 준비한 것이 맘에 안드셨다면...바꿔봐야지 어쩌겠어요.
해서 지난 제사때 동서가 집에서 생선들이며, 낙지며 꼬막이며 준비해왔었습니다.
이번에도...동서보고 준비해오라고 했습니다.
혹시라도 제가 생선샀다가, '그거 봐라, 가락동 애가 사온건 싱싱하고 맛있는데, 니가 산 건 이렇다..' 이런 말 듣게되면..
김새잖아요..^^;;
생선 준비 시키는 바람에 더더욱 동서에게 일을 시키기 미안합니다.
그래서, 제가 혼자 가스불에 프라이팬 두개 놓고, 전 다 부쳤습니다.
생선전, 버섯전, 녹두전, 두부적, 동그랑땡...
전감을 약한 불에 올려놓고, 사이사이,
침대커버랑 이불커버 벗겨 빨고, 해묵히기 싫어서 일상적인 빨래도 삶아빨고...세탁기 3번 돌렸어요...
전부치면서 나오는 큰 그릇들 설거지도 말끔히 마쳐 제자리에 넣어주고,
청소기 돌리고, 심지어 식초물까지 넣어 물청소로봇청소기까지 돌리고,
오늘 오후부터 재활용쓰레기 버리는 날이라,
지난 한주동안 모은 엄청난 양의 쓰레기 내다버리고...(아무래도 명절에는 스티로폼박스가 많이 생기잖아요..)
내일부터 이틀동안 음식물쓰레기 버리지 못한다고 해서, 음식쓰레기도 내다버리고...
진짜 바빴습니다.
두세가지 일을 동시해냈는데...힘들기는 커녕...아주 기분이 좋습니다..
우선은 물 샌거...
명절날 그랬으면...기술자 부르기도 어려웠을 테고...
바로 고치지 못해서 아랫층 사시는 분들께 물 새는 설날을 맞도록 했으면 너무 미안했을텐데..
다행스럽게도, 명절전에 고칠 수 있어서 좋았구요.
또 종이박스니 스티로폼박스니 빈병이니 해서 재활용쓰레기 때문에 정신없었는데..
말끔하게 치워서 기분 좋았구요.
전을 부치는 짬짬이 빨래까지 해널어서 좋았어요.
그리고..오늘 제가 조금 움직여둬서,
내일 동서가 왔을 때 동서가 중노동에 시달리지 않고, 쉬엄쉬엄할 수 있어서 좋구요.
세상일이 마음 먹기 나름이라고...결코, 일을 조금 한 건 아닌데...힘들지않고, 오히려 개운해서 기분이 좋아요.
그런데...제가 감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저처럼 살지는 마시라는 것입니다.
저희 네째동서는...제가 이렇게 미리 일을 해둬서..자신이 조금 편하다는 것을 잘 아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세상 사람들이 모두 그런건 아닌 것 같아요.
상대방을 배려해서 내가 조금 힘들더라도 내가 조금더 일하고, 내가 조금 손해라도 감수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걸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많더라는 거죠.
'너는 손이 빠르잖아' '요리하는 거 좋아서 한거잖아' '니 마음 편하고자 한건데, 웬 생색?'이러는 사람도 많다는 겁니다.
인간관계라는 것이 쌍방통행이어야지 일방통행이어서는...곤란하죠....
내가 조금 양보하고, 내가 더 배려하고 하는 것도...상대에 따라서 해야하는 것 같아요.
전에는....그냥 내가 참고 말지, 내가 하고 말지...이랬는데..생각이 바뀌어가는 것이 좀 서글프긴 하지만....
이제 내일부터, 설연휴입니다.
우리 모두들, 부디..무사히..아무 일없이...설명절을 보내고, 이 자리에 다시 모였으면 좋겠습니다....아자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