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긴 겨울이라 그런가요? 왜 이리 하루가 짧죠?
식구들 일어나는 순서대로, 아침 챙기고, 점심 해먹고, 잠깐 앉아있었는데 또 저녁때 돌아오고....
하루 해가 너무 짧아요.
게다가..밤잠을 제대로 못자서, 잠시 낮잠까지 자주고 나니..정말 하루가 후딱 입니다.
그래도 집안일은 별로 하지 않아서..짬짬히 책도 보고 그랬네요.

저희 집은 남향집입니다.
앞쪽 베란다에서 들어오는 아침햇살이 부엌까지 들어올 만큼 깊숙하게 들어와, 난방하지 않아도 따뜻하고 참 좋은데,
문제는 바닥의 먼지가 너무너무 보인다는 게 문제입니다.
그런데..집안 먼지라는게..어제 청소해도 오늘 또 보이는게 집안 먼지잖아요.
오늘 아침에도 일어나서, 거실에서 커피 한잔 마시면서 혼자 오붓한 한때를 즐겨보려고 했는데,
거실 바닥에 떨어진 먼지 때문에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에요.
세상 참 편해줘서..이럴 때 지 혼자 청소하는 기특한 우렁각시들 잠시 돌려주고...

점심은 오랜만에 하얀 쌀밥 해서, 불고기 구워서 먹었어요.
잡곡이 똑 떨어졌어요.핑계 김에 하얀 쌀밥, 김에 싸서 먹고, 명란젓 얹어서 먹으니 얼마나 맛있는지..ㅋㅋ...

저녁에는 냉동해뒀던 곤드레 해동해서, 곤드레밥 지었어요.
냉동할 때 꼭 짜지 말고 삶은 물과 함께 냉동하면 질겨지지 않는다는 걸..전 꼭 짜서 냉동했거든요.
그래서 해동할 때 물에 담가서 해동해요. 그러면 밥을 해놔도 그리 질겨지지 않는답니다.
자잘하게 썬 곤드레에 들기름과 국간장 살짝 쳐서 돌솥에 담고 달달 볶다가 씻어뒀던 쌀을 넣어 밥 지었지요.
밥이 되면서 고소한 들기름 냄새가 퍼져서 아주 기분 좋게 해줬어요.

냉동해뒀던 메생이도 꺼내서 해동해서 굴 넣고 국 끓여 먹었어요.
이 메생이가 냉동해뒀던 마지막 메생이.
올겨울에 좋은 메생이 구해서, 잔뜩 냉동해두려구요.
메생이전도 맛있다는데 저희는 국 끓여먹기 바빠서 아직 한번 시도해보질 못했어요.
넉넉하게 냉동하게 되면, 전도 부쳐보려구요.
여기까지는 괜찮았는데..ㅠㅠ...저 사고 쳤습니다.
역시 안하던 짓은 끝내 하지 말아야 하는 건데..

느닷없이 저녁 설거지해놓고 백설기가 찌고 싶지 뭡니까?
냉장고의 냉동실 안에 좀 오래된 쌀가루도 있고 해서..
꺼내서, 물 줘가며 체에 내려서 반은 건포도를 섞고, 반은 오렌지 마말레이드를 섞어서 쪘는데..
이게 어쩐 일이란 말입니까??
쌀가루가 아니라 찹쌀가루였나봐요...ㅠㅠ....

떡이 질고 안 질고가 문제가 아니라..도무지 냉동실 안에 찹쌀가루를 넣어둔 기억이 없습니다.
마트에서 파는 찹쌀가루가 아니라, 방앗간에서 빻아온 찹쌀가루를 넣어둔 적이 없는데...
ㅠㅠ...
그렇다고 아무리 쌀가루가 오래되어 찹쌀가루로 변했겠습니까?? 흑흑....
전에...친정에서 얻어온 가루가...쌀가루가 아니라...찹쌀가루 였나?!...꺼이꺼이...
아무튼...떡 꺼내야하는데..무서워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