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정말 못하는 음식..가장 자신 없는 음식이 뭔줄 아세요??
바로 밥입니다.
이 나이가 되도록..그동안 지은 밥그릇 수를 세어보면 엄청날텐데..제일 자신없고, 제일 맛없게 하는 것이 밥입니다.
이건 저 뿐아니라 kimys의 생각이기도 합니다.
(저희 시어머니도 '밥'을 가지고 제게 은근히 스트레스 주십니다.)
쌀 씻는 방법이 문제인지, 아님 쌀을 덜 불리는 탓인지, 밥물을 잡는 방법이 잘못된 것인지, 불조절을 못하는 건지...
여하튼 밥맛이 일정하지 않아 할 때 마다 다르고, 또 밥의 질고 된 정도도 뚜껑을 열어봐야 비로소 알 수 있습니다.
오늘은 이 정도면 누룽지가 충분히 앉았겠다 싶은 날은 누룽지가 안생기고,
또 어떤날은 예상치 못하고 누룽지가 너무 두껍게 앉아버려 식구들 밥이 모자라는 날도 있습니다.
한마디로...저능입니다.
아, 단 한가지..냄비밥은 정말 잘합니다.
그런데..그 재주가 안 먹히는 이유는, 제가 냄비밥을 해놓으면 고슬고슬 맛있기는 한데 압력솥밥처럼 차지지 않고,
또 누룽지가 전혀 생기지 않아서..저희 가족들에게는 별 환영을 못받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밥을 못하기 때문에..저희 집에 그렇게도 밥 짓는 도구가 많은 것이랍니다.
그렇잖아요? 서투른 목수가 연장 나무래잖아요..^^;;
( http://www.82cook.com/zb41/zboard.php?id=note&page=8&sn1=&divpage=1&sn=off&ss... )
이렇게 많은 밥솥 중 제일 밥이 잘되는 것이 전기압력밥솥인데,
일단 이것이 10인용이라 너무 큰데다가 전기요금 걱정 때문에..평소에는 사용하지않고, 손님 오는 날만 씁니다.
한때 좋아라 썼던, 뚜껑이 이중된 옹기솥은 밥이 너무 잘 타고, 솥의 형태 자체가 밥 푸기 참 불편합니다.
통삼중 스텐솥은 뚜껑이 벌렁벌렁, 밥물이 다 넘쳐서 안쓰고,
남들은 다 잘쓴다는 가마솥은, 제가 하면 밥이 푸실푸실 맛없고,
빨간 주물냄비는 밥을 딱 세그릇만 해야지, 조금만 양이 많아도 거죽이 모두 말라버려 뻣뻣하고...
암튼 솥마다 참 가지가지 사연도 많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솥을 써봤지만 단 하나 안써본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돌솥.
그동안 돌솥 하나 사려고 얼마나 벼르고 별렀는지 모릅니다.
잘 깨진다고 만류하는 사람들도 있지만...밥만 맛있게 된다면, 그깟 출혈쯤이야..이런 마음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 수없었던 건, 시장에서 파는 것이 과연 믿을만한 것인지 하는 것과,
눈 질끈 감고 믿고 사보려고 해도 들어보니 너무 무거워서 그걸 사들고 버스타고 집에 들어올 자신도 없고,
암튼 이런저런 핑계때문에 그동안 돌솥을 사지 못했었습니다.
그랬는데..엊그제..놋떼닷컴에 보니까...장수돌솥이 나와있는 거에요.
눈에 불을 켜고..보다가...급기야는 줄자까지 찾아들고, 크기를 상상해보다가..이런 건 질러줘야해..하며,
구매버튼 눌렀습니다. 즉석쿠폰도 쓰고, 포인트 있던 것도 쓰고 하니까..2만원 남짓....

오늘 택배로 받았습니다.
포장을 풀러보니..제가 상상했던 딱 그 사이즈네요..^^

무엇보다 맘에 드는 뚜껑의 무게.
솥뚜껑이 좀 무거워야할 것 같은데...가마솥이며 스텐솥이며 하는 것들은 뚜껑이 좀 가벼운 것 같아요.
이건 솥도 묵직하고, 솥뚜껑도 묵직해서..제 맘에는 들지만,
손목이 좋지 않은 분들은 엄두도 내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아요. 손목 망가지기 딱 십상입니다.

설명서를 읽어보니,일단 물로 한번 닦은 후,
물을 ⅔쯤 붓고 소금과 밀가루를 풀어서 30분 정도 끓여주라 하네요.
밀가루의 녹말성분으로 돌의 자잘한 구멍을 메워, 내구성을 높여주기위한 처치겠죠??

이렇게 밀가루풀을 끓여줬습니다.
약한 불에서 은근하게, 20~30분쯤 끓여줬어요.
그런데 이때는..옆에 지켜 서있는 것이 좋아요. 자칫하면..풀이 넘쳐 버립니다...

솥이 따끈할 정도로 식고나서 물로 깨끗이 닦아줬어요.
그리고 식용유를 골고루 발라줬습니다.
이 상태로 2시간동안 두라고 하는데.. 식용유로 솥의 표면을 코팅, 오래 쓰게하려고 그러는 것 같아요.

2시간 후..설명서에 써있는대로 밥을 지었습니다.
중불 정도에서 끓이다가 밥물이 넘치려고 하면 뚜껑을 열어 두고 잦아들때까지 두라는...
냄비밥도 이렇게 하잖아요.
솥의 크기에 비해 밥을 조금 적게 했더니..냄비밥 할때 밥물 넘치듯 그렇게 넘치지는 않네요.
암튼 시키는 대로 뚜껑 열어뒀다가 밥이 잦아들었을 때 뚜껑 다시 덮어주고, 불도 줄여주고..
5분 정도 뒀다가 불을 끈 상태로 뜸을 들였습니다.

사진에는 밥이 좀 푸실푸실해보이는데..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밥 딱 좋았습니다.
흰쌀만으로 밥을 하면 윤기가 자르르 흐르다가도,
요즘 저희가 먹는, 발아현미찹쌀, 발아흑미, 발아현미 섞어둔 것, 이걸 넣어 밥을 지으면 이렇게 윤기가 없어져요.

누룽지는 이렇게 눌었습니다.
뜨거운 물만 끓여서 부었더니, 불에 올려 펄펄 끓이지 않아도 맛있는 숭늉이랑 누룽지가 만들어졌어요.
생각보다 사용법이 까다롭지 않아서...아마도..한동안은 돌솥으로 밥 하게 될 것 같아요.
밥이 되지도, 너무 차지지도 않고, 누룽지도 적당히 눌어주고, 뜨거운물만 부어주면 숭늉까지 먹을 수 있고...
다만, 걱정스러운 것은...제 손목입니다...너무 무거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