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는 잠시 무슨 맘을 먹었던 건지...난데없이 곱창이랑 양을 사왔습니다.
양곰탕 끓여서, 식구들 몸 보신 시키겠다는 갸륵한 생각에서 시작된 일이었죠.
그런데...그런데...
곱창, 손질 해보지 않은 것도 아니고,
사다 할 때 마다 몸서리치면서 '다시는 안산다, 양곰탕은 반드시 사서 먹으리~'했으면서도 시간이 좀 지나면 잊게돼죠.
마치, 첫아이 낳고는 '다시는 아이 안낳겠다'고 공표하고도 아이 키우는 재미에 푹 빠져서,
산고는 잊은 채 둘째를 임신하게되는 임산부처럼~
곱창은 조금 사서 양이 그리 많지도 않았는데..기름을 떼어낸 후 뒤집어서 소금과 밀가루로 주물러 닦고,
또 다시 뒤집어서 밀가루로 주물러 닦고,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헹구고,
심지어 수도꼭지를 창자 속으로 넣어 물이 창자를 타고 흐르게 하고~~
그러다 문득...친정엄마 생각이 났습니다.
저희 자랄 때 집에서 곱창전골 한번 하면..곱창 어마어마하게 삶았더랬습니다.
오늘 제가 손질한 것에 다섯배는 더 됐었을거에요.
엄마도 그때 이렇게 손질하셨을텐데...
저는 얼마되지 않는 거 1시간 정도 서서 손질했다고, 꼬리뼈가 아프다고 엄살인데...
우리 음식 중에는 슬로우 푸드인것들이 참 많습니다.
장아찌나 젓갈은 물론이고, 흔히 먹는 음식 중 곰국 종류가 그런 것 같아요.
깨끗하게 손질한 곱창과 양을 오랜 시간 푹 고아, 고기는 건져내어서 먹기 좋게 썰어 양념하고,
국물은 차갑게 식혀서 굳기름을 건져낸 다음에야 비로소 국 한그릇이 되어 식구들 밥상에 오릅니다.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지, 얼마나 시간이 많이 걸리는 지...직접 안해보면, 잘 모를, 대표적 슬로우 푸드 입니다.
곱창 손질에 시간이 이렇게 걸릴 줄 모르고, 너무 늦게 시작해서, 양곰탕 저녁에 먹는 건 꿈도 못꾸고,
저녁에는 꽁치통조림을 넣어 지진 김치찌개에 주 반찬으로는 홍합을 볶았습니다.
냉동실에 있던 홍합살, 꺼내둔 것이 있었습니다.
홍합살 썰어서 참기름에 볶은 후 밥을 하는 홍합밥을 할까 하다가..그냥 볶았습니다.
팬에 기름을 두고 파채, 마늘편, 다진 양파, 송송썬 청양고추 넣어 볶다가 향이 올라온 후,
홍합살을 넣어 볶았습니다.
양념은 두반장, 고춧가루, 설탕, 참기름을 넣었습니다.
아, 술도 넣었어요. 불쇼를 하려고 했는데..불쇼 오랫동안 안하니까...잘 안되네요. ^^;;
볶을 때는 독하게 맵게, 그래서 한 알만 입에 넣어도 입에 불이 나게 할까 했었는데,
막상 양념할 때는 식구들이 맵다할까봐 얼렁뚱땅, 대충대충 덜 맵게 간했어요.
나름 먹을만 하던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