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마도...올들어 제일 추운 날 김장을 하게 되려나 봅니다. ㅠㅠ...
김장 예약하고 왔습니다..수요일날로...내일모레 수요일...춥다는데...
제가 김장하러 다니는 그 농장..작년에 그 집에서 실패본 집이 여럿이었습니다.
저희 집만 해도..제 김치는 격지무 좋아하는 kimys의 요청에 따라...김치 사이사이에 무를 많이 박아서,
짠 거 잘 모르고 아주 맛있게 김치를 먹었는데...
친정어머니꺼며, 특히 짠 거 안좋아하는 오빠네 김치가 아주 짰었대요.
저희랑 같은 날 하신 친정어머니 친구분 김치도 너무너무 짰고..
김장김치가 맛있으려면...정말 모든 조건이 잘 맞아야 하죠.
고소하고 맛있는 배추를 골라서, 적당한 소금물에 충분한 시간을 줘서 잘 절인 다음,
배추의 절여진 정도를 감안해서, 소를 마련해서..소가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게 넣어야하죠.
그런데..작년에는 배추를 빨리 절이려고 소금을 너무 많이 넣고 절인 것 같은데다가..
저희 김치가 거의 90포기쯤 되다보니, 속 넣어주는 아주머니 여덟분 정도가 정신없이 넣어주셔서...
'속은 조금 적게 넣으세요' '무도 박으셨나요?' 바로 통에 담지 마시고,한군데 몰았다가 담아주세요' 등등,
우리 맘에 꼭 들게 하려면 관리를 해야하는, 이 작업관리가 제대로 안되었었어요.
그래서...친정어머니는 생각이 많으셨던 것 같아요.
예전처럼, 배추를 사다가 집에서 절여서 씻어서..이렇게 다시 환원할까?
절임배추 사다가 집에서 속 만들어 넣을까?
아님, 농장에 가서 담그되, 속을 넣는 건 남의 손을 빌리지 말고 속을 넣을까??
고민고민하다가...그냥 작년처럼, 그 농장에서 하기로 했습니다.
올해의 변화라면 작년까지는 네집 김장을 한꺼번에 했는데..올해는 따로따로 하기로 했어요.
제가 저희집 김장만 40포기하면서..거기서 친정어머니 10포기 드려려고 해요.
아버지 안계셔서, 음식을 거의 안해드시고,
자손들이 놀러오는 주말에만 요리하시는데, 예전처럼 그렇게 많이 담그실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요.
특히 올해 김장은...제게는 엄마로부터 이유(離乳)하는 의미도 있습니다.
그전에는 저희 집 김장값으로 얼마간의 비용을 드렸지만, 이번부터는 고춧가루를 제외한 전체,
젓갈, 배추, 무, 양념, 일하는 아주머니의 공임 등을 모두 제 부담으로 하는, 온전한 제 김장인거죠.
그런만큼 싱싱한 해산물을 넣어 더욱 맛있게 담가보겠다고, 노량진수산시장에 갔었습니다.
정말 몇년만에 간 건지 기억도 안날 만큼 오랜만에 갔었어요.
가서 새우랑 갈치랑 사면서..오늘 저녁에 먹을 참꼬막이며, 참조기며..반찬거리도 사왔습니다.
참조기는 조기매운탕 좋아하는 kimys를 위해 냉동해뒀던 생고사리 꺼내서 매운탕을 끓였구요,
참꼬막은 삶아서 양념간장 얹어서 내었습니다.
참꼬막 삶는 방법은 시집오자마자 시어머니께 배웠는데...꼬막 삶는 건..누구에게도 빠지지 않는답니다..^^

참꼬막은 뻘흙이 잔뜩 붙어있어서 무지 지저분합니다.
함지박 같은데 치대가면서 깨끗이 씻어서 건져집니다.
아, 꼬막은 해감을 토할 필요가 없습니다.
꼬막을 씻거나 삶은 물이 지저분해지는 건 해감 때문이 아니고 간혹 알은 없이 뻘흙으로 가득찬 놈들이 있습니다.
얘네들 때문에 그래요.
저희는 우체국쇼핑에서 주로 참꼬막을 사다먹는데,
박스로 사면 그 상태로 김치냉장고 안에 두고 먹을 때 마다 씻어서 삶아먹어요.
해감 토한다고 소금물에 담가두면 오히려 더 잘 상합니다.(제 경험담입니다.)

꼬막을 삶을 물을 펄펄 끓입니다.
이때 가능하면 냄비는 좀 큰 것이 낫습니다.
왜냐하면 곧 꼬막을 삶기위해 저어줘야 하는데..이게 냄비가 커야 더 잘되거든요.

물이 끓으면 재빨리 씻어서 건져둔 꼬막을 물에 넣어준 후,

나무 주걱으로 냄비를 휘휘 저어줍니다.
제 생각으로는 아마도..물의 온도를 일정하게 해주려고 하는 것 같은데...이렇게 물을 저어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렇게 저어주다보면 위의 꼬막이 벌어질락 말락 하는 상태가 됩니다.
이때 바로 불에 내려서 체에 받쳐요.
꼬막이 벌어질락 말락하는 상태를 카메라에 잡으려했는데,
사진 찍는다고 꾸물거렸다가는 꼬막이 너무 삶아질 것 같아서...못 찍었습니다...ㅠㅠ...
꼬막은 이렇게 덜 익은 듯 알이 탱탱하게 살아있도록 삶아야 맛있지,
너무 삶아 완전히 익어버리면 맛이 덜합니다.

저녁에 올방개묵도 쑤었습니다.

저녁식사 시간 2시간 전쯤에 올방개묵을 쑤어서 채썰어서 양념장에 무치고,
적채와 영양부추를 곁들여 놓았습니다.
이제..내일은 김치통 모두 꺼내서 한번 잘 닦아주고,
김치 해오면 넣어둘 김치냉장고도 정리해주고,
수요일 아침 일찍 가서 김치해오면...이제 아무리 추워도 걱정없습니다.
친정어머니 해마다 겨울이면,
"눈 많이 와도 걱정없다, 쌀독에 쌀 가득하고, 김치독에 김치 꽉꽉 채워놓았고, 된장 고추장 간장 있는데 뭘 걱정이냐!"
맞습니다..저도 걱정없습니다..요즘은 쌀이야 인터넷에서도 살 수 있고, 장이야 충분히 있고,
맛있는 김장김치만 김치냉장고 가득가득 채워놓으면 뭐가 걱정이겠습니까?
물가가 다락 같이 오른다 해도 맛있는 김치만 있으면 문제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