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고(長考)에 돌입한 정치인도 아닌데, 요즘은 현관문 밖 출입이 너무 싫습니다.
어제도, 더이상 버틸 수 없을 만큼 까치집이 되어버린 머리를 해결해볼까하고,
미용실에 예약전화를 걸었는데..벨 몇번 울려도 받지 않길래 그냥 끊어버리고..또 핀 질끈 꽂고 있습니다.
밤에는 싸만코가 먹고 싶었는데...몇십미터 앞에 있는 가게에도 가기 싫어서..참았습니다.
머리가 깨질듯한 편두통에 그나마 이 싸만코 아이스크림을 먹으니까 낫길래, 먹어볼까 했는데..
'에잇, 안먹는 것이 남는 것이다!' 이렇게 스스로를 달래가며...
이렇게 집에만 있으니까...집안에 있는 재료들을 들들 뒤져가며..아주 알뜰하게 살고 있습니다..^^
며칠전에는 자려고 누웠는데..갑자기 수제비 생각이 나는 거에요.
그때 시간이 이미 새벽 1시..무슨 수제비를 끓이겠어요.
어디서 수제비 반죽 하루정도 숙성시키면 맛있는다는 소리 들은 기억은 있어서...
주섬주섬 옷 다시 주어입고, 부엌으로 나가서 밀가루 반죽 했습니다.
좀 질쭉한 것 같긴한데..숙성되면 괜찮으려니 하고 냉장고에 넣어두고 잤죠.

다음날, 이렇게 국물 냈습니다.
냄비에 물 가득 붓고, 디포리와 마른 새우, 무 한토막과 양파 반개...
약한 불에 냄비 뚜껑을 열어놓고 은근하게 끓였습니다.
체에 거른 국물에 일단 감자 반개 썰어넣고 푹 끓이다가,
수제비 반죽 떼어넣고, 양파 ¼개 썰어넣고, 청양고추 1개, 파 마늘 넣고,
국간장으로 간하고, 후추도 좀 넣고, 달걀 하나 풀어넣었습니다.
바지락을 안넣고 끓였어도, 김가루를 안넣었어도..너무 맛있네요.
그런데...ㅠㅠ...
전 어쩜 그렇게 수제비 반죽을 잘 못 떼어넣는지..반죽이 여전히 질어서 손에 척척 달라붙어서,
얄팍얄팍하게 못 떠넣고, 무슨 떡처럼 떼어넣었어요.
kimys,막 웃으며.."수제비가 왜 이러지?"하는거에요.
"내가 재주가 없어서...얇게 못 떠넣었어요..대신 푹 끓였잖아..잘 익으라고..."
"아니, 맛은 있는데..수제비 답지 않아서..."
"꼭 얇고 판판해야 수제빈가..이래도 돼.."
하고 억지를 부렸지만...어찌하면 수제비를 예쁘게 뜰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