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속이란...반드시 지키기 위해서 있는 것이지만..사실 지키기 부담스러운 것도 적지않습니다.
특히 자신과의 약속은 더 그런 것 같아요.
자칫 자신에게는 관대해지기 쉬워서, 스스로 요런조런 핑계거리를 만들어내며...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에도 면죄부를 주기 십상이죠.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제 스스로에게 한 약속...적어도 일주일에 하루는 엄마에게 시간을 낸다...
아직은 이럭저럭 잘 지키고 있습니다만....은근히..힘이 듭니다...
월요일과 목요일은 엄마가 안되고, 화 수 금 중 하루인데...사흘 중 하루를 뺀다는 것이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네요...
어쨌든..하는 데까지는 해야지 하는 중입니다.
오늘이 바로 이번 주 엄마에게 할애된 날...정말 많은 일들을 엄마와 같이 했습니다.

친정집의 모든 공과금이..아버지의 통장에 자동이체가 되어있었습니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이런 일들을 정리해야하는데...
사실 처음에는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게 실감이 나질않아서, 곧 여행에서 돌아오실 것만 같아서...정리할 생각을 하질 않았었습니다.
게다가 엄마는 손수 이런 일을 처리해야한다는 사실이 너무 난감한 것 같았어요.
자신이 없는지 엄두도 못내시고..
오늘 아침 9시반쯤 친정집엘 가서, 엄마를 모시고...갈현동 연신내 불광동 일대를 돌면서 일보고..심지어 롯데백화점 본점까지...
일단 동회에 가서 아버지의 사망사실이 문서화되어있는 제적증명 7통이나 떼고,
전기 가스 수도요금의 자동이체를 엄마 통장으로 바꾸고,
제일은행 신한은행 국민은행을 돌면서 아버지 통장 정리하고,
통신사와 이동통신사에 들러 명의바꾸고,
그리고 백화점카드까지 아버지 카드는 해지하고...엄마 카드 발급받고...
제가 들고다니던 대봉투에 일일이 메모까지 해가며..볼일 거의다 봤습니다.
이 모든 일들을 하루동안 다했다니..
날이 뜨거워서...힘도 들었지만...사실 절 더 못견디게 한 건....제적증명이었습니다...
아버지는 돌아가셔서 제적, 엄마는 호주승계한 오빠 호적으로 들어가서 제적,
오빠는 호주 승계했다고 제적, 저는 시집갔다고 제적, 동생도 장가갔다고 제적...
아무것도 아닌 건데..그런데 그 제적증명을 받아들고 왜 그리 눈물이 쏟아지던지...
아버지 탈상날, 스님께서 울지말라고..몇번몇번 당부하셔서 잘 참아왔는데..오늘은 자꾸 질금질금..눈물이 흐르네요..
제 눈의 눈물은 아직도 마르려면..멀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