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진하기 이를 데 없는 대학교 1학년때.
당시 서클 선배이자, 과 선배 중 하나가... 학생의 신분으로 아주 자그마한 카페를 하고 있었습니다.
겨울방학 중 어느 날, 바로 한 학년 위의 선배가 아무개형님네 가게로 오라는 겁니다.
당시는 남자선배들에게 오빠라고 부르면 하늘이 두쪽 나는 줄 알던 시기였습니다.
모두다..형 아니면 형님이었습니다..^^;;
선배가 시키면 시키는대로 해야하는 줄 알고 쭐레쭐레 가보니까, 몇몇 선배와 몇몇 동기들이 있었습니다.
장사가 안됐는지..손님도 없는 그 카페에서 우리 서클 식구들이 모여서 그냥 노는 모임이었습니다.
카페의 맥주도 몇병 축내면서, 음악도 듣고 수다도 떨면서..그러고 놀고 있는데...
그 1년 선배가 '배가 고프다'며 저더러 '프렌치 토스트를 할 줄 아냐'는 거에요.
당연히 할 줄 안다고 했어요. 왜냐하면 엄마가 자주 해주셨거든요.
제가 달걀이랑 우유를 찾으니까, 다들 기대했던 모양인데...
제가 왜 그런 실수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암튼 완성한 건 프렌치 토스트가 아니라,
달걀에 우유와 소금 넣고 팬에 젓가락으로 휘저어가며 부치는 달걀부침..바로 그 스크램블드 에그 였던 것입니다.
근데..그걸 만들면서도, 프렌치 토스트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았다는...
프렌치 토스트 먹고 싶다던 선배, "이게 뭐야...프렌치 토스트가 뭔지 모르는구나!!" 이러는데 어찌나 얼굴이 홧홧하던지...
그후..어찌 됐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스크램블드 에그를 먹고 말았는지..누군가가 프렌치 토스트를 했는지...
프렌치 토스트 하면...벌써 30년이나 흐른..그때의 그 스크램블드 에그가 생각납니다.
며칠전, 단호박스프를 끓이느라 생크림을 한통 샀는데..
먹어도 먹어도 아직 남아있습니다.
스프에도 넣고, 거품 내서, 커피에도 얹어서 마시고, 딸기도 장식하고..그래도 남았길래 뭘할까 하다가,
생각해낸 것이 바로 프렌치 토스트 였습니다.
(제가 만약에 담에 책을 낸다면 '끝까지 먹기' '하나 가지고 악착같이 먹기'..뭐 이런 걸 주제로..ㅋㅋ.. )
마침 깨진 달걀도 있고 해서...오랜만에 해먹었더니...맛있네요...달걀과 생크림의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ㅋㅋㅋ...
맛있는 걸 먹으면..역시 행복해집니다요...
프렌치 토스트는 만드는 사람마다 방법이 다 조금씩 다른 것 같은데, 전 오늘 이렇게 만들었어요...
보통 토스트보다 부드러워서..아침메뉴로 추천할만합니당.
프렌치 토스트
재료
달걀 3개, 생크림 120㎖, 설탕 1큰술, 소금 아주 조금, 계핏가루 1작은술, 식빵 5~6쪽, 버터 조금
만들기
1. 달걀을 볼에 깨넣고 생크림과 설탕 소금을 넣어 잘 풀어요.
2. 달걀물에 계핏가루도 넣어줘요.
3. 식빵을 대각선으로 2등분 한 다음 달걀물을 살짝 묻혀요. 너무 많이 담그면 너무 질척해져요.
4. 팬을 달군 후 버터를 살짝 두른 후 앞뒤로 노릇노릇 지져요. 불은 약불로 하는 것이 좋아요.
5. 접시에 담은 후 계핏가루를 아주 살짝 더 뿌려줘요.
Tip!!
※ 생크림 대신 우유를 써도 아~~무 상관없습니다.
(요즘 개그야의 죄민수를 너무 많이 봤나봅니다....)
p.s.

프렌치 토스트가 너무 질척하게 구워지는 게 싫다는 분들께...
어제 밤에 달걀물에 담갔다가 오늘 아침에 구운 프렌치 토스트이옵니다.
방법은 오븐을 220℃로 예열한 후, 아 이때 팬도 같이 예열했어요.
예열 후 버터를 두르지 않고 그냥 달걀물에 적셔진 토스트를 5분간 구웠어요. 중간에 뒤집지 않구요.
그랬더니, 너무 질척하지도 않은 것이, 그렇다고 바삭바삭하지도 않은 것이 먹기 좋은 정도가 되었습니다.
참고하시라구요...^^...
내일이 토요일이네요, 좋은 주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