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뭐, 좀 구해야할 물건이 있어서 오늘 오후 경동시장엘 갔었습니다.
경동시장은 거의 삼십년 전 제가 기자 초년병 시절, 제가 담당했던 '시장(市場)'시리즈 취재차 한번 갔었고,
그후 몇년 뒤,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거의 이십년전 한번 더 가보고는 통 못가봤었습니다.
늘, 한번 구경 가야지 가야지...벼르기만 하다가, 오늘은 꼭 구해야할 것이 있어서 나서봤습니다.
큰 재래시장에 가보면...정말 열심히 사는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 모습들을 볼 때마다, 나는 과연 열심히 살고 있는 건지, 삶을 낭비하고 있는 건 아닌지...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오늘도 경동시장 부근에서부터 시장 안까지 그 시끌벅적한 분위기때문에,
뭐랄까...삶의 의욕이 살아났달까, 기분전환이 됐달까...암튼...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다만, 오늘 꼭 사야했던 것이 좀 무거워서...시장 구경을 좀 덜한 것이 아쉬웠어요.
오미자, 계피, 황기 등등 사고 싶은 것도 많았는데..
동동거리고 다니던 와중에 검은 봉다리에 담아온 것들 입니다. ^^

솔잎 빻은 거에요.
파는 분 이야기가, 요구르트에 타서 마시는 건강식품으로 두통에 좋다고 하는데,
저는 요구르트에 타서 마시려고 산게 아니라..뭔가 해보고픈 것이 있어서 샀어요.
해보고나서....성공하면...알려드릴게요...^^

제가 쌍화탕을 참 좋아합니다.
정말 약발이 받는 건지, 아니면 플라시보효과인지는 몰라도,
몸이 좀 안좋다 싶을 때 쌍화탕을 하나 먹어주면..그런대로 잘 버팁니다.
신문사에서 건강담당기자할 때 경희의료원에서 보내줬던 가루로 된 쌍화탕을 아껴서 참 잘 먹었고,
그후 몇년전 희망수첩(아마도 리빙노트 시절 일듯...^^)에 그 이야기를 썼더니,
한방병원의 과장님이신 한의사 회원님께서 경희대병원의 그 쌍화탕을 구해주셔서 아껴가며 잘 먹었어요.
다 먹고 나서는 병에 든 쌍화탕이나, 아니면 마트에서 파는 한차 같은 걸 마셨는데..
오늘 보니까, 경동시장에서는 이런 걸 파는 거에요. 한잔 마셔보니까, 진하고 맛도 있구요.
물론 전에 먹던 그것과는 다르죠. 그건 약이고..이건 차고..그래도 너무 반가워서,
쌍화차와 고명이 각각 50개씩 들어있는 한상자를 샀습니다.
어찌나 흐뭇한지, 버스를 타고 돌아오면 품에 꼭 끌어안고 왔다는...^^

경동시장과 큰 길이 접해있는 부근에 늙은 호박을 잔뜩 쌓아놓고 파는 곳이 있었어요.
나르다가 그랬는지..조금씩 깨진 호박도 많이 보이고..그리고 껍질을 벗겨놓고 파는 것도 보이는 거에요.
당장 죽을 쑤기는 안성맞춤이다 싶어서 껍질을 벗겨서 파는 늙은 호박은 1㎏ 샀어요.
역시 재래시장의 인심은 넉넉하네요. 집에 와서 달아보니 1.2㎏더라는...
저녁 준비를 하면 푹 삶았죠.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죽을 쒀서..저희 시어머니 아침식사로도 드리고, 친정에도 한 그릇 가려가려구요.
저희 친정아버지는 먹을 것 없이 고생하던 어렸을 때의 기억 때문에 호박죽은 안드세요.
친정어머니가 좋아하시니까..한그릇만 싸가려구해요.

저녁에는 냉이랑 홍합살이랑 두부랑 파를 넣고 즉석된장풀어서 된장찌개를 끓였어요.
그랬는데..냉이랑 홍합살이랑은 궁합이 잘 안맞나봐요.
지난번에 멸치국물에 즉석된장 풀고, 냉이 두부 파만 넣어 끓인 것만 못한 것 같아요.
홍합도 맛이 강하고, 냉이도 맛이 강해서..서로 싸웠는지...^^;;
경동시장 구경도 재밌었고, 싹채소 키워먹겠다고 오랜만에 씨도 뿌렸고, 크리미널 마인드 베스트도 봤고...
이래저래 기분이 업상태인 밤입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