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게찜이며 간장 게장 등 게요리를 퍽 좋아하시던 우리 시어머니,
얼마전부터 손에 묻히기 싫으시다며 게요리를 꺼려 하십니다.
대게는 일년에 딱 두세번 밖에 먹을 수 없는 별미음식인데도, 지난해부터 대게를 쪄내도 잘 드시려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식탁에 앉아 살 좀 발라드리면, 다른 식구들 귀찮게 하는 것 같아서 싫으신지, 그만 두라고 사양하십니다.
막상 살을 발라드리면 잘 드시면서도요.
오늘 대게를 찌면서, 아예 살을 발라서 어머니만을 위한 요리를 하기로 했습니다.

채소 잘 드시는 어머니를 위해, 샐러드용 채소에 대게의 다리살을 발라내어 얹은 후 드레싱을 얹었습니다.
드레싱은 다진 양파, 다진 당근, 올리브오일, 식초, 소금 설탕, 후추, 곱게 간 깨 등을 넣었습니다.
그리고 껍데기의 장과 몸의 살은 발라서 죽을 끓였습니다.
저희 시어머니도 그러시고, 저희 시이모님도 그러시고, 가끔 동서들도 이런 얘기를 합니다.
제가 맛있는 걸 많이 해드려서 우리 시어머니가 오래 사신다고.
물론 저희 시어머니나 시이모님, 제게 고맙다고 하시는 말씀이라는 건 알겠는데..사실 전 들을 때마다 기분이 그리 유쾌하지는 않습니다.
고부갈등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시어머니께 기왕이면 좋아하시는 음식 맛있게 해드리고,
가능하면 치아가 좋지않으신 어르신을 위해서 좀 무르게 하고,
매운거 드시면 속이 쓰리다고 하시니까 될 수 있는 대로 좀 덜 맵게하고..
이런 건 인간의 기본도리 아닌가요?? 이런 건 따로 칭찬을 들을 이야기도 아니지 않나요?
자기 부모가 아니라, 모르는 노인들에게도 이렇게 할텐데..자신의 부모에게 이런 자세로 음식을 만들어드리는 건 당연한데...
이런 일로는 비록 칭찬이라도 듣고 싶지 않아요.

저희 친정어머니, 늘 저희 시어머니께 감사하시답니다.
올해로 여든아홉이 되신 우리 시어머니 참 건강하십니다.
우리 친정어머니, "건강하셔서 얼마나 고마운 지 모르겠다. 편찮으시면 당신도 괴로우시지만 우리 딸도 힘들테니까..."
그리고 늘 좋은 음식 해드리라고 제게 당부하시죠.
나이가 들면 그저 먹는 힘으로 사시는 거라고....
제가 우리 엄마처럼 착하지는 않지만, 엄마한테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서 인지...아주 조금씩 착해지는 듯도 싶구요..^^
지금부터는 좀 안좋은 이야기 입니다.
안 읽으시는 게 좋을 것 같기도 하구요.

어제는 결혼이후 처음으로 외박을 했습니다.
출장이나 kimys와 여행을 빼놓고..예정되지 않았던 무단외박이 처음입니다.
어제..저희 친정아버지께서 수술하셨습니다.
수술실에 아침 8시30분에 들어가신다고 하길래, 아침 6시에 일어나서, 6시30분에 집에서 나서 병원에 도착하니 7시15분쯤 됐어요.
수술실에 들어가실 준비를 마친 우리 아버지, 제가 가니까, "우리 효녀 왔구나!"하시는 거에요.
제게 직접적으로 효녀라고 부른 거...아마 처음이지 싶어요.
8시20분쯤 수술실로 들어가시는데, 아버지를 모시고 수술방으로 들어가는 남자간호사가,
"자, 가족들 인사하세요"하는데, 엄마랑 저랑 "잘 하시고 나오세요, 이따봐요"하고는 아버지가 자동문으로 사라지자 마자,
엄마랑 저랑 서로 얼굴을 돌리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엄마는 그렇게 여러번 아버지께서 수술을 받으시는데도 단 한방울도 눈물을 흘리지 않으셨는데,
어제는 너무 연세가 많으셔서 수술을 잘 감당하실 수 있을 지, 다시는 못보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우셨대요.
이번에 아버지 병원에 입원하시면서 하도 울어서,
kimys가 오죽하면 ,"우리 혜경이 눈 짓무르겠네!"하며 놀릴 정도니까 저야 뭐 더 말할 필요도 없구요.
8시20분쯤부터 수술실 앞 대기실에 앉은 우리 두모녀, 아침도 안먹고 점심도 건너뛰고 단지 물만 몇모금씩 마시면서,
꼼짝 하지 않고 자리를 지켰습니다.
저희 모녀 대기실 지킨다고 해서 수술이 더 빨리 끝나는 것도, 더 잘되는 것도 아닐텐데..
밥을 먹으러 가봐야 쌀 한톨 목으로 넘길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서...그냥 물만 마셨어요.
어제가 바로 우리 엄마 생신이셨는데...생일상은 커녕 쌩으로 굶으신거죠.
4시간쯤 걸릴 거라는 수술이 6시간이 지나고도 끝나질 않는데....정말 미치는 줄 알았어요.
7시간쯤 지나선가, 오빠랑 큰 올케까지 와서 넷이 기다리고 있는데, 수술방에서 잠시 나오신 선생님,
절제한 종양과 폐조직들을 보여주시면서 설명하는데...저..기절 직전까지 갔었습니다.
눈물 때문에 시야가 흐려져서 암조직도 제대로 보지 못했어요.
생각했던 것보다 암이 너무 컸고, 림프절도 너무 커져있고, 기관지까지 암이 퍼져서 보이건 모두 떼어냈다고,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나 대수술이었으며 앞으로 회복이 문제라고 하는데..대성통곡 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우리 아버지, 얼마나 힘들었을까..우리 아버지 얼마나 아플까....
선생님이 설명해주고는 다시 수술방으로 들어가신지 한시간쯤 후, 중환자실로 나오셨다며 가족들 모두 들어오라고 해서,
직전에 도착한 동생까지 엄마랑 우리 삼남매가 모두 들어갔는데,
목에 호흡기를 꽂아 말도 제대로 못하는 우리 아버지, 눈물까지 흘리시면서 몸부림을 치시며 "아파" "아파"하시는데...
어찌나 불쌍한지...얼굴은 너무나 퉁퉁부어서 우리 아버지 얼굴이 아니고...
게다가 맥박은 60 정도.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
살얼음위를 딛는 듯한 시간을 보내고 7시 면회시간에 들어가보니까,
맥박도 100 정도이고, 얼굴의 부기도 좀 빠지고, 통증도 좀 덜한 것 같았어요.
맥박이 정상인 걸 보고서야 가족들이 좀 정신을 차렸어요.
연세가 너무 많으시고, 대수술을 받으신 터라 당분간 중환자실 신세를 지셔야 한대요.
바로 지금 회복이 잘되어야하구요.
수술경과가 썩 좋은 편은 아니라 가족이 중환자실 근처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간호사님 말씀에
저랑 엄마랑 대기실에서 10시까지 지키고 있다가 병원 앞 찜질방에서 잠시 쉬었다가 새벽 6시 면회랑 오전 11시30분 면회 하고 왔어요.
엄마 혼자만 대기실앞에 계시게 할 수도 없고, 내일 새벽부터 출근해야하는 오빠 동생 남으라고 할 수는 더더욱 없고,
결혼 이후..첫 무단 외박 이었습니다....아무 준비도 없이...
오늘은 어제에 비해서 더많이 좋아지셨어요. 목에 넣었던 호흡기 대신 코에 씌우는 호흡기 하고 계시고.
중환자실 앞을 떠나시지 않으려고 하는 엄마 모시고 들어왔어요. 엄마가 병나면 더 큰일이잖아요.
낮 시간 면회에 아버지께서 "눈만 뜨면 두리번두리번 느이 엄마 찾는다"하시는 걸,
"아버지 내가 엄마 잠깐 모시고 집에 갔다가, 내일 새벽에 올게요, 그래도 되죠?"하니까,
그러래요.
지금은 잠시 엄마랑 저랑 기력 충전중입니다.
내일 새벽 다시 저는 새벽 4시30분에 집에서 나가 갈현동에서 엄마 모시고 다시 6시 면회에 맞춰갈거에요.
그렇게 큰 수술 마치고, 회복단계에 들어선 우리 아버지...힘 내시라고, 저 아주 열심히 병원 다니려구요.
집안일....좀 미뤄둘거에요. 친정아버지가 편찮으신데, 빨래 좀 밀리면 어떻고, 바닥에 먼지 좀 있으면 어떻습니까??
앞으로 5년은 더 사시겠다고 삶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우리 아버지, 정말 대단하죠?
그리고, 제 뒤에서 같이 기도해주시고, 같이 걱정해주신 여러분들 덕분에 그렇게 고령임에도 수술을 견뎌내신 것 같아요.
정말...여러분들 덕분입니다...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이제 자주 희망수첩 빼먹을 지도 몰라요.
얼마나 계실지는 모르지만 아버지께서 중환자실에 계시는 동안은 아버지께 올인할거에요.
외박도 하게 되면 하고, 새벽에 나가게 되면 나가고..그래도...이해해주실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