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부족한 단어 몇개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여러분들의 격려가..제게는 너무나 큰힘이 됩니다.
제 뒤에 계시는 여러분들 덕분에, 저희 아버지, 분명 병과 싸워서 이기실 거구요..
저도...아주 의연하게 견뎌낼 수 있을겁니다.
고맙습니다. 너무나 고맙습니다.

어제 밤늦게 병원에서 돌아와서, 바로 바베큐 립용 돼지갈비의 핏물을 빼고, 또 포도주에 재웠습니다.
1시가 되도록 바베큐 소스도 힘껏 저어주고...
오늘 점심시간에 맞춰서 가져다드리려고, 아침 7시30분부터 갈비를 찌고, 소스 발라 굽고,
홍합을 넣어 미역국도 개운하게 끓이곤,
점심 드시지 말고 기다리시라고 병원에 전화를 했더니, 오후 4시30분쯤 가족들 모이라고 한다는 거에요.
그래서 계획을 수정, 낮에 볼 일 보고, 3시30분쯤 병원엘 갔습니다.
흉부외과 선생님 외래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저희 삼남매와 kimys가 선생님 면담을 했습니다.
면담 직전까지만 해도, 너무 고통스러운 치료를 하지 말자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졌는데,
선생님께 말씀을 듣고나니, 수술을 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는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선생님께서 보여주시는 사진, 8월에 찍은 사진에는 거의 종양이 보이지 않는데, 11월 사진에는 얼마나 큰지, 3개월 동안 이렇게 커지다니..
안심이 되는 것은 흉부외과 선생님께서 퍽 신뢰감을 주시는 분이라는거에요.
병에 대해서 친절하게 설명해주시고..
다음주 목요일쯤 조직검사와 더불어 수술을 하게 될 것이라는 말씀을 듣고, 잘 부탁드린다고 간곡하게 말씀드리고 나왔습니다.
이젠 차라리 홀가분합니다.
앞으로의 결과는 그저 하늘의 뜻일뿐, 저는 두고두고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매순간 열심히 하려구요.
선생님과 면담하는 동안 아버지께서는 저녁을 드셨는데..립을 두대나 드셨대요.
돌아와보니, "혜경아 진짜 맛있더라, 아주 맛있었어" 하시는데..저도 아주 기분이 좋았구요.
나가서 저녁을 먹느니, 병실 옆 보호자 휴게실에서 그냥 저녁을 먹자는 어머니 말씀에 따라,
엄마랑 오빠랑 남동생이랑 kimys랑 햇반을 데워서 제가 끓여간 홍합미역국에 바베큐립을 먹었어요.
음식 칭찬에 인색한 울 오빠도 "야, 홍합국 잘 끓였다, 시원하다, 이거 잘못 끓이면 비려서 못먹는데..." 이러더니,
립 맛을 보고는, "이거 진짜 니가 했어..잘 했는데...."하는거에요.
"에궁, 오라버니가 웬 일이셔...칭찬을 다하고..."하고 맞장구를 쳤답니다.
동생도, "쌤 소리, 5년 듣더니, 진짜 요리 실력이 늘었나보네" 이러는 거에요...이거..음식이 맛있다는 얘기죠..호호호...
자식들이 화기애애하게 밥 먹는 걸 지켜보던 아버지 한 말씀 하시네요.
"나, 폐암하고 싸워서 이길 수 있어, 두고 봐"
"맞아요, 아버지, 아버지가 이길거에요"
환자 자신이 투병의지가 굉장히 강하다는 거, 이거 굉장히 중요한거죠??
뇌동맥류 파열, 췌장 절제수술, 뇌경색, 폐렴, 폐쇄성 폐질환, 전립선암, 두차례에 걸친 백내장 수술 등등,
그동안 크고작은 병으로 수술 입원을 반복했던 우리 아버지,그때마다 병을 이겨내셨으니까, 이번에도 그럴거에요.
게다가 아버지와 제 뒤에는 아낌없는 격려를 보내는 여러분들이 계시잖아요!!
오늘 아침만 해도 얼이 빠져서 오븐에서 갓 꺼낸 오븐팬을 맨손가락으로 잡아서 가벼운 화상을 입을 만큼 정신없던 저도,
이제 정상으로 돌아온 것 같습니다. 의사선생님과의 면담 후 정신을 차렸어요.
그리고,
울 오빠가 맛있다고 한 홍합미역국 끓이는 법은, 며칠내로 홍합 다시 사다가 사진 찍어서 올려드릴게요.
물론 모두 끓이실 줄 아시겠지만, 제게 맛을 내는 두어가지 tip이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