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녁들, 맛있게 드셨어요?? 저는 그냥 먹는 둥, 마는 둥....
비만 치료한다고, 한달은 아주 열심히 한의원도 다니고, 약도 열심히 먹고 했는데...
두번째달은 김장이다, 여행이다 하면서 느슨해져서, 약도 잘 안먹고, 한의원에도 안갔습니다.
오늘..한의원 가는 날인데..솔직히 체지방 검사기에 올라서면...좀 무서웠어요..
근데..여전히 체중(특히 체지방)이 줄었더라는...^^
참 창피한 이야기인데요...두달 보름동안 허리가 5인치나 줄었다는 거 아닙니까?? 바지들이 흘러내려요.
그러니..그동안은 허리도 아니었어요. 드럼통 그 자체!!
이런데..제가 어떻게 밥을 먹겠어요??!!
주마가편(走馬加鞭)이라고...이참에 예전의 허리(증인 1,280명이나 되시죠?!)까지는 아니더라도...
지금보다는 훨씬 슬림하게 살고 싶어서, 밥 딱 두숟가락 먹었어요.
맛있는 거 하면..밥 더 먹고 싶을까봐...맛있는 것도 안했다는...
정말, 다이어트를 하려면, 밥은 자신의 손으로 하지 않거나, 식구가 아무도 없어야 한다니까요!!
내 손으로 밥 해서, 맛있게 먹는 식구들을 보는 일은 너무 잔인합니다.
오늘의 자랑질은..살이 아니라...유기입니다.
정말, 이번 자랑질이..희망수첩의 마지막 자랑질이 됐으면 좋겠어요. ㅠㅠ.
이후로는 지름신을 영영 내쫓고 살고 싶다는...

제가 가지고 있는 유기들이 총출동했습니다.
제법 많죠?? 솔직히...이렇게 단시간내에 이렇게 많이 뭘 사보기도(그것도 고가의 물건을...) 처음입니다.
물론, 매달 일하는 여성지, 다음달의 기획이 꼭 유기이어야 제 맛이 나는 그런 주제이기 때문에,
업무상 꼭 필요한 물건들이긴 하지만..부담이 되는 건 사실입니다.
가지고 있는 것들 자세히 보여드릴게요.^^

10여년전 미술계 출입기자 시절, 누군가에게서 받은 선물인데..기억이 안납니다..이럴 수가..
그냥 이 소재가 뭔지도 모르고..디자인이 이뻐서 그냥 막 썼어요.
그런데 얼마전 이것이 유기임을 알고 그릇장에 아무렇게나 꽂혀있던 걸 수저집에 넣어서 잘 말아뒀다는..
안쓰고 뒀더니, 색이 좀 변했는데..아무 걱정없습니다. 바키퍼스프렌드 같은 걸로 닦으니까..광택내는 건 일도 아니더라는...

이건 이봉주선생님의 수저 두벌입니다.
이것도 미술담당 기자할 때 선물받았어요. 오동나무 상자에 인간문화재...뭐 이렇게 쓰여있어서..함부로 쓰지 못하고,
잘 모셔놓고는 목기를 사기 전까지 아버님 제사나 차례 모실 때만 썼어요.
이제는 제사 지낼 때 목기를 쓰니까, 이 수저는 안쓰니까..식구들이 막 쓰게 됐죠.

이건, 지난 번에 보셨던 대로, 여행중에 봉화를 지나가다가 내성유기에서 샀던 것이에요.
이거 고를 때..정말 고민 많이 했었습니다. 뭘 사야 돈을 조금 들이고, 유기의 매력에 흠뻑 취할 수 있을지....
해서..뚜껑이 없는 그릇들만 고른 것입니다.
뚜껑이 있는 주발이니, 합이니, 종지니 하는 거, 값이 장난이 아닙니다.

이건 그후 산 건데...사연이 있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그릇 중에서, 밥그릇 국그릇만 없고, 큰 접시 작은 접시 해서 한상차림이 가능하도록 모은 그릇이 있었어요.
그릇은 예쁜데...제가 쓰기에 좀 무거워, 잘 쓰게되질 않아서..회원장터에 내다팔까 하다가..참았습니다...
사실, 그 열몇점 되는 그릇들도 제가 몇 차례에 걸쳐서 사서 모은 것이고, 돈은 꽤 줬었어요.
받고 싶은 금액을 올리면...욕을 바가지로 먹을 것 같아서, 그냥 참기로 하고...열심히 쓰려고 싱크대에 전진배치 했었습니다.
그런데..저희 집에 무슨 일이 있어서 후배 몇이 모일 일이 있었습니다.
그릇 이야기를 했더니, 후배 중 하나가 얼른 사는 거에요.
그냥 주면 좋았겠지만..사실 몇번 쓰지도 않은 그릇이고, 그냥 주기는 좀 그렇고...
통장에 입금된 그 돈..그냥 흐지부지 쓰는 것보다, 뭔가 두고두고 쓸 걸 사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밥그릇 4개에, 국그릇 4개, 타원접시 1개..이렇게 내성유기에서 샀습니다.
그릇 판돈으로는 모자라서...더 보태서요...

여기까지 사놓고도...성에 차질 않는 거에요, 더 사고싶은 것이 있고...
지난번 희망수첩에 lake louise님께서 댓글을 달아놓으신 걸 보고, 한국유기라는 곳이 있다는 걸 알게됐어요.
네이버에서 '유기'를 검색해서. 너댓개 있는 유기사이트 맨날맨날 들어서 구경하고, 가격비교 하다가...
이 한국유기라는 곳을 가보기로 했어요.
홈페이지에는 12월1일날 이사한다고 하길래, 12월2일날 이사한 종로의 샵으로 갔더니 아직 짐정리도 덜 됐고, 카드 결제도 안되는 거에요.
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다고, 카드가 되면...좀 질러볼까 했는데..
가지고 있는 현금으로 이 종지를 샀습니다. 사진으로는 무지하게 커보이지만, 지름이 9㎝인 아주 작은 종지에요.
사가지고 오면서, 내성유기랑 많이 차이가 나면 어쩌나 했는데..
색깔도 같고, 자그마한 녀석이 제법 묵직한 것이..맘에 쏙 드는 거 있죠??
젓갈이며 초장이며 담아보니까..을매나 이쁜지..더욱 이쁜 건 값. 값이 아주 좋아요.
그래서.....비싼 기름값이며, 고속도로 통행료며, 시간 써가면서 봉화까지 가거나, 아니면 그냥 사진만 보고 인터넷으로 지르기보다,
서울에서 그냥 사자..맘 먹었어요.

그리곤, kimys에게 선언했습니다. 나, 말리지 마쇼, 앞으로 6개월동안 입금되는 원고료 몽땅 종로에 갖다 줄꺼니까...요렇게요.
kimys, 누가 뭐라하지도 않는데..이렇게 선언하니까..어이없는 지 웃기만 하대요.
지난주말, 카드 결제 언제부터 되느냐 전화로 확인까지 하고는 오늘, 10시 치과 치료, 11시30분 비만치료 마치고..종로에 갔었습니다. ^^
갈때는 찜기만 두개 사려고 했는데..찜기가 생각보다 조금 작은 듯해요. 갈비찜같은 거 얼마 안담길 것 같아요.
게다가, 조금 기다리면 좀 큰 찜기도 나온다고 해서 찜기 하나 사고(드디어 뚜껑이 있는 거 샀습니다),
앞접시로 쓰기 딱 좋을 만한 접시 4장, 수저받침도 4개, 그리고 주걱 하나 샀어요.
사장님, 82cook을 아시더라구요...회원들 많이 오신다며...물컵 하나를 선물로 주셨어요..근데..이게 미끼입니다..^^
결국 물컵도 몇 개 더 사게 되지... 싶어요...ㅋㅋ...
이제 앞으로, 원고료만큼 죽그릇 한번 사고,
또 한달치 원고료로 찜기 하나 더 사고,
두달치 모아서 구절판 하나 사고, 또 두달치 모아서 신선로 하나 살거에요. 신선로는 꼭 사고 싶어요..^^...
신선로 사뒀다가, 울 딸 시집가게 되면, 결혼하는 전날 저녁, 정성껏 신선로 끓여주며..잘 살라고, 행복하게 살라고..당부하고 싶어요.
그런데 약간 걱정이 되는 건...
아마도...얼마전까지만 해도, 어지간한 원고 청탁은 사양하고 다른 좋은 필자들을 소개해주곤 했는데...
욕심을 부리면서...제가 그냥 다 맡아서 쓸 것 같은..불길한 생각이 들어요...욕심 부리면 안되는데...
히히...암튼 너무 좋아서..이렇게 자랑질 합니다.
이제 유기자랑은 안할 거에요...아니, 영영 자랑질할 지름신 강림은 막아보려구요. ^^
지름신..막을 수 있을까요?, 지름신..막을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