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전 TV를 보는데..어떤 사람이 나와서...훈제 맛이 나게 하겠다며..
냄비에 은박지를 깔고 월계수잎을 얹은 다음 다시 은박지를 덮고 그위에 등갈비를 익히는 거에요..
앗싸..저거다 싶어서...한번 해보기로 했어요...
등갈비를 하겠다는 게 아니라, 돼지고기를 그렇게 익혀보고 싶었던 거죠...
오늘 수육용 삼겹살을 넉넉히 사서...한꺼번에 다 하면 좀 불안하니까, 반만 잘라낸 다음...
냄비에 은박지를 깔고 그위에 월계수 잎을 얹은 다음 다시 은박지를 덮고 양파채 깔고 돼지고기 얹고 통후추를 뿌려 가스불에 올렸어요.
시간이 오래 걸릴 거라고 짐작하고는 잠시 서재방에 들어앉아 컴퓨터를 하다가..
뭔가 타는 냄새에 혼비백산하고 나가보니...그만...월계수잎이 탄 거에요...
월계수잎 탄 건 괜찮은데...세번 밖에 쓰지 않는 통오중 전골냄비의 거죽이 변색됐다는..흑흑....
그나마 다행인 건 고기는 멀쩡하다는 거...
통오중냄비, 보통 삼중바닥 냄비보다 불을 더 줄여야하는 걸 그만 깜빡하고는...ㅠㅠ...
이렇게 해서 태어난 수육입니다.
모양새부터 예사롭지 않다는 kimys의 말..월계수잎 냄새가 은은하게 나는 것이..바베큐맛이 난달까, 훈제맛이 난달까...
암튼 평소 돼지고기를 물을 붓고 삶거나 찌지않고, 냄비에 양파채만 깔고 익혀서 드시던 분들..이렇게 한번 해보세요..
단 냄비 태워먹지않게 조심하시구요...
p.s.
아까운 제 냄비..제 색깔 좀 찾아보겠다고 베이킹소다를 잔뜩 푼 물에 삶아서 닦아보기도 했고,
연마제 묻혀서 닦아보기도 했는데..소용이 없어요.
냄비의 변색은 요지부동인데..제 손만 연마제 때문인지 벌겋게 되면서 간지러워요..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