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년전부터 어버이날이 되면 동서들과 함께 어머니와 점심식사를 했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올 수 있는 동서라고는 네째동서뿐...
며느리 다섯 중 참석할 수 있는 사람이, 저랑 네째 뿐이라 하더라도, 해마다 하던 행사는 꼭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지난 6일, kimys 생일날 가족들이 모였을 때 네째동서에게 물었었어요...동서와 나뿐인데 올 수 있냐고..
우리 네째 동서, 아주 착합니다. 당연히 온다는 거에요.
그렇다면..부부동반이 어떨까 싶어서 시동생에게도 올수 있냐고 물으니 올 수 있대요.
그래서 어머님과 우리 커플, 그리고 네째네 커플..이렇게 다섯이서 점심을 먹기로 했어요.
어디가 좋을까..머리를 쥐어짜면서..
파주의 산들래, 송추의 가마골갈비, 풍동의 가나안덕 혹은 양수면옥, 세검정의 자하문, 서삼릉의 너른마당 등등,
만만한 곳, 이곳저곳을 놓고 저울질 하다가...
kimys에게 "여보...어머니 아직도 강화도 못가보셨는데 강화도는 어떨까??" 했더니,
kimys는 좋아하는 거에요.
그 자리에서 네째네로 전화해서 스케줄을 확인해보니, 시간이 넉넉하대요.
그래서 오늘 아침, 저희집에서 만나서 강화도 가기로 했어요, 어머니께는 말씀 안드리구요, 깜짝쇼하려구요...
아침 10시 시동생 내외가 도착해서 강화도로 출발했어요. 운전대는 제가 잡구요.
시동생 극구 자기네 차로 가자고 하는데....제가 길을 안다고 우겨가지고...
우리 동서 놀러간다고, 깜찍하게도 청바지를 입고 오고...^^
외포리에 도착해보니, 딱 12시,
자연산 농어회에 산낙지며 밴댕이회무침이며 풍성한 곁들임회들이 나와줘서...다섯이서 정말 실컷 먹었어요.
먹고나서 새우깡 한봉지 사가지고 석모도행 배가 뜨고 내리는 부두에서 갈매기와 놀았어요.
어머니도 너무 좋아하시고, 우리 시동생 너무 재밌어 하고...
강화도를 갈때만 해도 석모도 들어갈 생각은 안했는데...
우리 동서, "우리 석모도도 가요" 하는거에요.
페리에 차를 싣고 불과 5분만 항해하면 되는 석모도에 가서 차도 한잔 마시고, 섬도 한바퀴 일주했답니다.
동서 덕분에 얼마나 구경을 잘했는지...
돌아올 때는 일부러 초지대교 건너왔어요.
돌아오는 길에 울 아들, 어디냐고, 저녁은 자기가 사준다고 연락이 와서...
세검정 두부집에 가서 저녁까지 먹고 돌아왔습니다.
어머니...아들들 며느리들에..나중에는 손자까지 합석해서...어버이날을 보내니..무척 좋으신가봐요...
바다 보고...좋다...갈매기 보고 좋다....꽃 보고 좋다...숲 보고 좋다....
어머니의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니까...평소 며느리 노릇도 잘 못하다가...
모처럼 오늘 하루 자식 노릇, 며느리 노릇한 것 같아서 여간 흐뭇한 것이 아닙니다.
일년에 단 하루 이럴 일이 아니라, 늘 한결같아야 하는데..그렇지 못해서... 한편으로는 죄송한 마음이 드는, 그런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