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82cook.com/2005/1211-1.jpg)
kimys가 현직에 있을 때...명절에 들어오는 선물 중 제가 젤로 무서워하던 선물3인방이 있었습니다.
제일 무서웠던 게 토종꿀.
벌집까지 있는 토종꿀이 선물로 들어오면 스트레스 지수가 거의 만점까지 올라갔습니다.
꿀을 내려 먹어야하는데..물론 전자렌지에 돌리면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일단 번거롭고 설거지도 많이 나오고..
두번째는 수삼이었습니다.
집에는 수삼 먹는 사람이 없고..체질들이 인삼이 안받는 체질이에요, 또 당시는 홍삼을 만든다는 꿈도 안꿔봤습니다..바보!!
그래서 수삼이 들어오면 냉동했다가 삼계탕에 넣거나 동서들 나눠주곤 했죠.
이젠 백삼이나 홍삼을 만들려고 수삼을 따로 사는 입장이 되었었습니다. 쩝..
마지막이 김이었습니다.
김을 무서워했다는 게 참 말이 안되죠?? 그래도 그랬어요. 굽지 않는 날김이 선물로 들어오면 은근히 짜증이 나더라는..
김을..아니 제가 김구이를 무서워하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김을 재우는데 안좋은 추억이..., 어렸을 때 엄마가 겨울이면 늘 저더러 김을 재라고 하셨습니다.
방바닥에 신문지를 펴놓은 다음 김을 한장한장 두손바닥 사이에 넣고 싹싹 비벼 김에 붙은 불순물을 털어내도록 하셨어요.
그 과정이 어찌나 싫었던지...
그 다음 북어 꼬리나 무슨 깃털 같은 걸로 기름을 바르고 소금을 뿌려 재우라고 하셨죠.
손에 기름과 소금 묻는 것이 어찌나 싫은지...연탄불에 김 굽는 것도 싫고...
이런 기억 때문에 그렇게 김재는 게 싫었어요.
어디 그뿐인가요? 김을 재워서 굽는 게 싫은 이유를 대라면 101가지는 댈 수 있을 것 같은데..그중 몇가지만 대보면
1. 김을 재거나 굽고나면 꼭 집안 청소를 해야한다.
아무리 신문지를 깔아 놓고 김을 잰다해도, 아무리 조심해서 김을 굽는다 해도 김부스러기가 날라다녀 꼭 청소를 해야하잖아요.
이게 어찌나 싫은지...
2. 기름을 바른 솔, 뒤처리가 귀찮다.
기름을 바른 솔, 닦자니 그렇고...닦지않고 잘 싸뒀다 쓰기는 더욱 그렇고..그렇다고 쓸때마다 새솔을 쓸 수도 없고...
3. 잘못 구우면 맛이 없다.
가스불에도 구워보고, 프라이팬에도 구워보고, 가스오븐에도 구워보고..
가스불에 석쇠를 놓고 구우면 원하는 만큼 구워지기는 하지만 가스테이블위로 소금이 우수수 떨어져 싫고,
프라이팬에 김을 구워보면 시간이 많이 걸리고, 소금기 때문에 프라이팬이 금방 못쓰게 되고, 또 원하는 만큼 바삭바삭 구워지지도 않고,
가스오븐에 구우면, 일단 허리를 굽혀 오븐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굽기 싫은데다가 시간을 잘못 맞추면 타기 일쑤.
그나마 오븐 요리 하고 난 후 잔열로 구우면 잘 구워지지만 오븐 요리를 그리 자주 하는 것도 아니고...
이런 몇가지 핑계거리 때문에 집에 날김이 들어오면 꽁꽁 싸서 냉동실이나 냉동고 안에 넣어두곤 했어요.
식구들이 김을 찾으면 기름 안바른 상태로 구워주면서,
"김에다 기름이랑 소금 발라 굽는게 그렇게 건강에 안좋대, 산화한다잖아!!"
요렇게 둘러다 대곤 했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구워 파는 김들 너무 맛있잖아요? 이 맛의 비결은 나중에 알게됐지만...
일부 그렇지 않은 조미김들도 있지만 많은 김들은 맛소금을 뿌려 굽는대요.
그런데 그 맛소금이라는 것에 글루타민산 나트륨이 10%나 들어있잖아요?
그러니까 맛있는 건 당연하겠죠?? 전 아직 맛소금은 단 한번도 안써봤어요.
맛소금 뿌려서 김을 굽거나 삼겹살을 구우면 너무너무 맛있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암튼...이 결과 저희 집 냉동고 안에 굽지않은 돌김이 거의 300장 정도 있었습니다.
이 부피를 한번 생각해보세요? 돌김은 부피도 더 크잖아요...
김이 자리를 너무 많이 차지하고 있어 안되겠다 싶어 며칠전 큰 맘먹고 김을 재기 시작했습니다.
그냥 싱크대에 서서 100장을 쟀어요. 들기름 바르고 볶은 소금 뿌려서...
이 김을 전기오븐에 구워냈는데...저희 집 식구들 반응이 얼마나 뜨거웠는지...
왜 진작 안구워 먹였나 싶을 정도였어요. 어찌나 미안한지.^^;;
전기오븐으로 김을 구우면 그렇게 편할 수 없어요, 일도 아닌 걸 왜 안구웠는지..
아마도 전기오븐이 없었더라면 김을 그렇게 맛있게 굽지는 못했을지도..
100장의 김을 먹는데 1주일도 걸리지 않았어요.
그래도 100장 또 재서 다 구워먹고..
오늘 나머지 100장 또 쟀습니다. 이거 마저 먹으면 냉동고 안이 헐렁해질겁니다.ㅋㅋ...
이거 다 먹고 나면...그 담엔 김을 사다 구울지..예전처럼 편하고 맛있는 걸 찾아서 구워놓은 김을 살지..그건 아직 잘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