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도 안하고, 잠도 덜깬 상태로 식구들 먹을 샌드위치 만들어 식탁에 올려놓고, 졸린 눈으로 운전대를 잡았습니다.
그때 시간이 아침 7시30분!
오늘 친정어머니, 병원 외래 가시는 날이에요.
역곡역 앞의 그 병원, 어찌나 환자가 많은지..가면 몇시간씩 기다려야 하니까...
오늘은 아예 외래시간이 끝날 무렵 도착하리라...일찍 도착해도 많이 기다려야 하니까..나름대로 잔머리를 굴린 거죠.
일단 엄마 모시고, 목욕탕엘 갔습니다.
2주전까지만해도, 하루 걸러 하루씩 다니던 목욕탕을 주 2회로 줄이니까...엄마의 이야기가 더 늘었습니다.
어제는 어쩌고...그제는 어쩌고...하하..엄마께는 미안하지만...유쾌한 종달새를 보는 느낌...아, 너무 방자한 딸이네요..
두시간의 목욕을 마치고, 엄마는 목욕탕 부설 미용실에서 드라이까지 하시는 등 칠보단장을 하셨습니다.
병원에 가는 길...날씨가 너무 좋은 거에요. 이런 날은 한없이 운전을 해도 지치지 않을 듯..
게다가 친정어머니께서 지난 주말 동생네 식구들이랑 강화도에 갔는데 고추가 많은 걸 못사와서 아쉽다고 하시는데..
제 가슴에 그만 강화도 바람이..역곡역에서는 더 가까울 듯도 하고...
병원에 도착해보니, 12시10분. 접수하면서 접수창구 직원에게 물어보니 1시간30분은 기다려야한대요.
잘됐다 싶어서, 근처에 나가 점심 느긋하게 먹고 돌아와서도 한 40분 정도 기다렸어요.
엄마께는..
"엄마, 진료가 2시 이전에 끝나면 강화도에 고추사러 갈까?"
드라이브 너무 좋아하시는 울 엄마, 화알짝 웃으시며..."정말 그래도 돼? 나야 너무 좋지, 고추도 사고 딸하고 데이트도 하고.."
원장선생님, 우리의 이런 계획을 알아차리기라도 했는지...진찰하고, X레이 찍고, 피검사까지 하고, 다시 진찰하고..
2시10분쯤 모든 일이 끝났습니다. 상태 너무 좋으시고..6개월 후에 다시 나오시라고...
그 길로..강화도엘 갔습니다.
엄마의 고추뿐아니라...저희 집에 인삼이 좀 필요해요. 품질이 좋을 필요가 없는 것이라, 강화도에 가서 좀 싼 걸로 고르기로 했죠.

외곽순환고속도로 타고 김포IC에서 내려 강화도 까지가는데...1시간 정도 걸린 것 같아요.
인삼센터에서 좀 싼 수삼 2차(단위가 그렇대요) 샀어요.
계획은 말려놓은 백삼을 사려 했는데..백삼은 너무 비싸서 수삼을 샀어요. 집에서 씻어서 말리려고요.
엄마는 양건이라고..
햇빛에서 말렸다는 고추를 한관 7만원에 사셨어요.
잠시 고추를 차에 싣고 와보니, 엄만 햇밤을 두봉지 사서 건네주시며 "김서방 쪄줘라"하세요.
비싼 건 아니지만..이렇게 챙겨줘야 맘이 편한게..부모 맘이겠죠?
그리곤 센터 부근의 노점상들을 구경하시려고 하는걸..
"엄마 우리 여기서 이렇게 시간 보내지 말고, 얼른 외포리나 들어가서 명란젓 사자..거기꺼 싸고 맛있던데..."
지난 가을 엄마 아버지 모시고 외포리 횟집에 왔을 때 아버지가 사주셨던 명란젓이 너무 맛있었어요.
무슨무슨 수산의 명란젓 골드보다 맛있었거든요.
외포리의 젓갈센터에 가서..먼저 그 집을 찾아가,
"너무 맛있게 먹어서, 그 비싼 휘발유(제 차..기름 진짜 많이 먹습니다요) 써가며 서울에서 왔다"고 하니,
진열장에 있는 것이 아니라..깊숙이 감춰둔 고급 명란을 꺼내주네요. 1㎏을 3만원에 사서 엄마랑 나눴어요.
외포리로 가면서 보니까..'속노란 고구마 팝니다'라고 써붙인 곳들이 길가에 많았어요.
"엄마, 이따 저 고구마 한 상자 사서..엄마 나눠드릴게"
나오는 길에 고구마가 많은 곳에 차를 대고 보니..햅쌀도 팔고 있었어요. 오늘 갓 찧은 쌀이라는 거에요.
10㎏에 2만8천원이라 하길래, 이것도 5㎏씩 나눴어요.
속노란 고구마는 한상자에 1만원짜리도 있고, 1만3천원짜리도 있는데..1만3천원짜리 사서, 엄마 좀 나눠드리고...
돌아오는 길은 초지대교를 건너서, 김포의 제방도로를 타고 왔어요.
길이 별로 막히질 않아, 잘 왔는데..그만 증산동에서 너무 길이 밀려..
엄마네, 쌀이랑 고추랑 밤, 고구마, 명란젓, 모시조개..빠짐없이 잘 내려드리고...집에 돌아오니..꼭 7시30분.
미리 전화를 해뒀던 터라, 시어머님이랑 kimys는 벌써 저녁식사를 마친 상태였어요.
혼자 밥 한술 대충 뜨고,
밤이랑 고구마를 전기찜기에 2단으로 찌고, 인삼을 다섯번이나 씻어서 채반에 널어 베란다에 내놓고...
진짜 요새 애들 말로 '빡세게' 돌아다닌 하루였지만..하나도 피곤하질 않네요..아마도 날씨 탓인 것 같아요.
하늘이 너무 맑고, 바람은 너무 시원하고...그리고 나비도 예상보다는 약하게 날갯짓을 하고 떠나고...
이제야 컴퓨터 앞에 앉고 보니..읽어야할 글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아 오늘도 또 2시나 돼야 잠을 잘 수 있으려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