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제가 무슨 맘먹고, 이렇게 8가지 씩이나 해서..상을 차렸는지 모르겠습니다. 무슨 잔치 날도 아닌데...

저희 집 오늘 저녁밥상입니다. 김치도 몇가지 빼놓고, 장아찌도 빼놓았는데도..이 정도 입니다.
아, 국이 빠졌군요...
나물을 다섯가지나 했는데..그것도 된장, 초고추장, 소금, 국간장 등 간도 갖가지로 맞췄다는 거..아닙니까?
메인은 삼치머리조림과 닭날개튀김...

우선...된장과 들기름으로 맛을 낸 비름나물.
저희 친정에서는 비듬나물이라고 하는데..오늘 하나로에는 '비름나물'이라고 씌여 있던데요. 제가 잘못알고 있었나봐요...
암튼, 제가 저걸 참 좋아합니다. 오늘도 나물 데쳐놓고 파는 곳에서 저것만 보이더라는...

초고추장으로 무친 시금치나물입니다.
저희 친정에서는 시금치를 데쳐서 소금에 무치기도 하고, 초고추장에 무쳐먹기도 합니다.
그런데 결혼해서 바로 초고추장에 시금치를 무쳤더니..............우리 시댁에서는 그렇게 안해먹는다고 하더군요.
오늘은..제가 먹고 싶어서 했습니다.

가지를 찜통에서 쪄서 국간장에 무쳤습니다.
가지는 확실히 전기찜기에 찌는 것이 훨씬 식감이 좋은 것 같아요.흐물흐물하지 않고 쫄깃쫄깃한 맛이 살아있죠.
특히 쪄서 쭉쭉 찢은 후 한번 짜서 물기를 뺀 다음 무치는 것이 맛내기 포인트!!

콩나물무침은 소금으로 간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콩나물무침은 약간 특별했습니다.콩나물 한봉지를 사서 한꺼번에 먹느라고..콩나물국을 끓였어요.
우리집 콩나물국, 쇠고기 넣고 끓이잖아요. 쇠고기를 국간장에 볶은 후 물을 붓고 국물 낸 다음 콩나물 한봉지를 몽땅 넣었어요.
국속에서 콩나물이 익은 후 대다수를 건져내서 소금 파 마늘 참기름 통깨, 그리고 후추를 뿌려서 무쳤어요.

지난번 제주도 갔을 때 광양님이 손수 말린 고사리를 주셨어요. 아껴먹었는데...오늘 마지막으로 볶았어요.
역시 제주도 고사리가 맛있는 것 같아요..아니, 제주도에서 나는 먹거리들이 다 맛있는 것 같아요.
제주도 가서 사는게 소원 중 하나인데...이뤄지려는지...

삼치 머리만 조렸습니다. 삼치가 어찌나 큰지..머리만 두개 조렸는데도 중간크기의 제법 큰냄비로 가득입니다.
오늘의 이 삼치머리조림도 좀 특별했어요, 그 비결은 꼬리곰탕. 며칠동안 먹던 꼬리곰탕이 국물만 아주 조금 남아있었어요.
보통 무를 먼저 삶을 때 멸치육수를 쓰는데, 오늘은 멸치육수 낼 시간도 없었어요.
그 꼬리곰탕 국물을 넣고 무를 삶았더니..생선조림에 더욱 깊은 맛이 있어요.
유명한 식당들의 음식맛을 내는 비결로 사골육수를 많이 꼽는데...그 이유를 알듯도 하네요.

요건 가마솥에 튀긴 닭날개, 원래는 계획에 없었는데...아들이 생각보다 일찍 귀가한다고 해서 부랴부랴 튀겼다는..
그런데 말이죠, 가마솥에 튀겨보니까...보통 볶음팬이나 전기튀김기와 다른 점이 있네요. 기름이 덜 더러워지는 것 같아요.
튀김찌꺼기가 솥에 달라붙어버려서..기름위에 둥둥 떠다니질 않아요.
닭을 두번 튀긴 기름을 오일포트에 거르면서...신기한 생각마저 들더라구요.
늦게 배운 도둑질, 밤새는 줄 모른다더니, 뒤늦게 가마솥 튀김족에 합류, 가마솥 튀김 예찬론자가 되어갑니다..^^
여기에 콩나물국까지 끓이니까..밥 하는데만 1시간30분 정도 걸리더만요...헥헥...
밥 먹고, 남은 음식들 추스려서 냉장고에 넣고, 그릇들 세척기에 집어넣고 나니..꼭 세시간이나 걸렸어요.
음식을 많이 하면..하는데도 힘이 들지만 치우는 것도 장난이 아닌 것 같아요.....어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