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촬영의 잔재 [겉절이][단호박스프]

| 조회수 : 10,151 | 추천수 : 93
작성일 : 2005-05-14 21:51:06
회사를 그만 두고 막 전업주부가 되었던 2000년 8월.
'일하면서 밥해먹기'가 세상에 빛을 보리라는 건, 상상도 하지 못했던...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후배의 꼬임에 넘어가 요리 몇가지를 들고 우먼센스에 출연(?)하게 되었어요. 제일 잘 하는 닭튀김이랑 몇가지를 했죠.
재료를 사다가 나름대로 정성껏 요리를 해놓았는데, 담당기자가 그 요리를 꾸밀만한 재료들을 찾는 거에요.
미리 얘기 해주지 않아 저는 그걸 미처 준비하지 못했고, 그 기자는 당연히 있을 걸로 생각했구요.
처음 촬영이라 그러지 않아도 허겁지겁이었는데..없는 것이 많아서 어찌나 당황했던지...

'일하면서 밥해먹기' 출간 이후 약 2년동안 많으면 한달 3군데, 적으면 한달에 1군데, 여성잡지에 꼬박꼬박 등장하곤 했었어요.
잡지 촬영때마다 애를 먹는게 요리를 꾸미는 고명이나 가니쉬였어요.
제일 만만한게 레몬, 파슬리, 풋고추, 홍고추, 브로콜리 등등 이어서 나름대로 이런 걸 준비해놓으면,
기자에 따라서 아주 엉뚱한 것, 전혀 상상도 못했던 걸 찾곤 하죠. 그럴때마다 얼마나 당황하곤 했는지...
지금도..요리도 요리지만, 음식을 꾸미는 것이 더 힘든 것 같아요...
요리촬영때문에 장을 볼때, 재료를 사는 것보다 가니쉬나 고명 준비하는데 시간이 더 걸릴 정도에요.

그래서 한때는 스타일링을 좀 공부해볼까 하는 생각도 했었어요.
그냥 취미반 정도를 찾으니까...취미반은 별로 없고, 전문가반이 대부분이더라구요.  
그랬는데..누가 그러대요, 배우려고 애쓰지 말고 전문 푸드 스타일리스트의 도움을 받으라고...맞아요, 그게 나을 것 같아요.
지금부터 제가 시간이랑 비용을 투자해서 배우는 것보다는, 이미 많은 비용을 들여 배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편이 더 합리적일 것 같죠?

암튼..사설이 길어졌는데...잡지의 요리 촬영을 하고 나면, 저희 집 냉장고, 안그래도 비좁은데, 터져나갈 지경이 됩니다.
잡지에 실리는 요리는 굉장히 조금 담아요. 작은 접시에 아주 조금 담죠. 큰 접시에 넉넉하게 담으면 예쁘지 않거든요.
그래서 요리도 많이씩 하지 않아요. 그러다보니, 재료들이 많이 남는데다가, 장식으로 쓰려던 잎채소니 과일이니 뭐니해서 남는 게 많아요.



오늘 저녁준비를 하면서 냉장고 속을 여기저기 뒤지니...
역시 지난 6일과 11일 촬영을 하고 난 끝이라, 이런저런 재료들이 마구 쏟아져 나오네요. 모두 꺼내놓고 보니..
오늘 모두 먹을 수 없을 만큼...재료가 많이 나오네요. 해서, 일단 몇가지만 처치해 주기로 했습니다.




상추샐러드.
상추랑 겨자잎, 깻잎이 있길래 씻어서 적당히 자른 후 드레싱을 얹었어요.
드레싱은 다진 양파와 다진 마늘, 간장과 맛술, 참기름 깨소금을 넣었어요.
저거 남기지 않고 다 먹느라...얼마나 애썼는지...뒀다가 내일 먹으면 진짜 맛이 없거든요. 숨도 팍 죽고...




겉절이도 했습니다.
알배기 배추 딱 한통만 샀으면 좋으려만, 이마트에서는 2개씩 묶어 팔더군요. ㅠ.ㅠ
한통은 지난 촬영에 쓰고 나머지 한통은 오늘 겉절이 했습니다.
알배기배추는 잠시 굵은 소금에 절여두고...
초퍼에 양파 반개와 청양고추 딱 하나, 고추가루와 마늘, 설탕 아주 조금, 그리고 피시 소스를 넣어서 갈았어요.
액젓을 넣어도 되는데..거의 다 먹어가는 피시 소스 얼른 써서 없애려고 피시 소스를 썼어요.
뭐랄까 액젓을 넣을 때보다 젓갈의 강한 맛이 적어서 좋아요.
이 양념장을 넣어 버무린 다음 마지막에 파와 참기름을 넣어 한번 더 버무린 다음 접시에 담고 통깨를 뿌렸어요.




생표고 볶음.
이건 오늘의 실패작입니다.
생표고와 색색깔의 파프리카, 청경채를 볶았어요. 볶음팬에 기름을 두르고 일단 파 마늘 양파 다진 걸 넣어 행을 낸 다음...
생표고와 파프리카, 청경채, 장난삼아 방울토마토를 넣고 간장으로 간 한 다음, XO장을 조금 넣었는데...XO장을 넣지 말걸 그랬나봐요.
파프리카의 단맛과 XO장이 잘 어울리지 않는데다가, 결정적으로 방울토마토가 니맛도 내맛도 아니게 했다는...




내일 아침에 먹을까 하고 미리 끓인 단호박크림스프입니다.
단호박 반개와 양파 반개를 버터 한큰술을 녹인 냄비에 달달 볶다가 물 1컵을 넣고 푹 끓여요.
푹 익으면 핸드블렌더로 들들 간 다음 생크림 반컵을 넣고 소금 후추를 조금 넣어 한번 더 끓여요.
생크림을 넣으면 얼마나 고소한지...살 찔 걱정이 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아직도 먹어줘야할 채소들이 많이 남았습니다.
파프리카도 아직 반개 씩 남았고, 영양부추 청양고추 풋고추 아스파라거스 오이 브로콜리 등등...
이 재료들을 먹어줘야하는 것이 내일의 숙제랍니다...
2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티멜
    '05.5.14 9:54 PM

    와---- 맛있겠어요

  • 2. 신현지
    '05.5.14 10:11 PM

    단호박스프 해봐야징~~~~~
    정녕2등?

  • 3. 레몬
    '05.5.14 10:20 PM

    와우~스르르..입안에 녹아들것 같은 상추 샐러드와 겉절이 ..뜨거은 밥한그릇 뚝딱이죠...
    단호박크림스푸두,,,,,,먹고잡당......

  • 4. 황마담
    '05.5.14 10:28 PM

    몸에 좋다는 호박 장볼때 마다 사긴하는데..
    낼 아침엔 단호박스프 해봐야겠네요^^

  • 5. 메밀꽃
    '05.5.14 10:29 PM

    우리동네 반찬가게에서 호박죽을 맛있게 해서 팔아요.
    오늘따라 엄청 땡겼는데 나가기가 귀찮아서 말았지요.
    그런데 지금 단호박스프보니까 먹고 싶어 죽겠네요.
    재료나 있음 지금이라도 해보겠는데 양파하고 버터밖에 없어요 ㅠㅠ

  • 6. zoldaga
    '05.5.14 10:51 PM

    오이랑 브로콜리 지가 먹음 구박하실라나...ㅋㅋㅋ

  • 7. jasmine
    '05.5.14 11:15 PM

    낼 단호박 스프합니다....저도 생크림 처치해야하거든요...^^

  • 8. 소박한 밥상
    '05.5.14 11:20 PM

    레시피를 읽어보면 항상
    나도 간단하게 할 수 있겠는 걸 싶은데
    해 보면 힘들고 해 놓으면 맛없고
    요리 컴플렉스...심각

  • 9. cheesecake
    '05.5.14 11:32 PM

    저는 언제나 냉장고를 비워보나 걱정입니다.
    실은 비워져가는 냉장고를 보면 불안하면서도, 꽉 차있는 냉장고를 보면 부담스러워서...
    단호박스프가 제일 단아~하니 예쁘고요, 제일 먹고 싶은건 겉절이~
    오 ~ 맛있겠다....

  • 10. 미나리
    '05.5.15 1:11 AM

    사진이 예술입니다.
    실물보다 넘 잘 나오서......놀라워요
    샐러드 소스 그렇게도 하네요....한번 따라 해 보아야 겠네요...

  • 11. 헤르미온느
    '05.5.15 1:57 AM - 삭제된댓글

    생크림 사올껄,,,끙~ 단호박 있는뎅,,,잉...ㅎㅎ,,,

  • 12. 분홍공주
    '05.5.15 7:21 AM

    전 겉절이요...근데 겉절이 양념이 저렇게 간단했나? ㅎㅎㅎㅎ
    하여튼 샘레시피보면 누군나 다 시도해볼 수 있는 용기를 주신다니까요
    울친정엄마 왈 요리프로보시면서
    "저렇게 온갖 비싼 재료 다넣고 저렇게 복잡하게 조리해서
    안맛있는 요리가 어디있노?"
    그러면서 울엄마는 자신은 요리솜씨가 뛰어난데
    환경이 안받쳐줘서 재료가 부실해서 울한테 그거밖에
    못해먹이면서 키우셨답니다......우기기 좋아한는 울엄마.....
    아무튼 겉절이 담궈봅니다 근데 샘 생강은 안 넣어도 되나요?

  • 13. 김혜경
    '05.5.15 9:05 AM

    분홍공주님...생강 안넣었네요...생강도 없었지만, 까먹었어요..^^;; 생각났으면 생강가루라도 넣었을텐데...

    가까우면 우리집 생크림 헤르미온느님에게 주면되는데...한번 끓일 만큼은 되는데..끙...

    zoldaga님..그렇게 하시지요..^^

  • 14. 저녁바람
    '05.5.15 10:49 AM

    아~ 저 겉절이 뜨거운 밥에 척~올려서 입이 미어져라 먹어 봤으면 ^--^

  • 15. 앙빵맨
    '05.5.15 11:23 AM

    츄릅~ 넘 맛있겠어요.. 저많은 종류의 야채들을 사용한 샘~음식들이 그저 부러울 따름입니다..
    미어터진 저희 냉장고 열어보면.. 일년치고춧가루, 깨, 콩, 수십가지곡물 등등..
    으앙~ 냉장고가 아니라 보관고입니다..
    노~랑 단호박슾 침넘어가요.. 아~ 아싸!! 냉동시켜논 단호박 퓨레가 있어요.. 저갑니다=3=3=3

  • 16. violetty
    '05.5.15 12:39 PM

    r김혜경선생님!!
    상추샐러드와 겉절이 담긴 직사각형 접시 너무너무 이쁜데요...
    상큼하고 싱싱해 보이는 웰~빙 식단...

  • 17. 감자
    '05.5.15 12:49 PM

    레몬은 정말 처리하기 힘들지 않으세요??
    레몬을 생수에 띄워서 상큼한 레몬수를 드시와요~~

    전 레몬을 그냥 잘 먹기도 한답니다...
    화면에서 레몬을 꺼내서 먹고싶네요 ㅎㅎㅎ

  • 18. 미스테리
    '05.5.16 1:14 AM

    요즘 날씨가 좀 더워지니 오이를 얇게 썰어서 마사지도 하시고 물에 하나씩 띄워서 드세요...
    오이쐬주가 아닌 오이水가 얼마나 향긋한지...^^

  • 19. 혜성지현母
    '05.5.16 9:52 AM

    남으면 곤혹스럽죠. 저도 이제는 냉장고가 가득찬게 싫더라구요. 빈곤속의 평화라고나 할까요.^^
    조금씩 사서 그때 그때 먹어치우는게 좋고 그릇이 비어 나올때마다 쾌감이 들더라구요. 병인가?
    선생님도 남은 재료 치우시느라 괴로우시기도 하겠어요.

  • 20. 선화공주
    '05.5.17 1:20 PM

    어제 선생님댁 식탁은 싱싱한 야채식단이었네용...^^*
    음식재료 하나라도 버리지 않고 살리려는 선생님 모습을 보며...
    어제 내다버린 우리집냉장고에 살던 xx가 불쌍해져요..ㅜ.ㅜ
    (좀더 신경써야쥐..ㅎㅎ)

    찐한~단호박스프 넘 맛나보여요...^^*

  • 21. 김정매
    '05.5.18 12:19 PM

    오래전에 멋진 레스토랑에서 맛보았던 단호박 스프가 생각나네요... 어찌나 맛있었던지 다른 음식은 생각이 안나고 스프맛만 생생합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날짜 조회
3347 늦었다고 생각한 때가 가장 빠른 때이다 233 2013/12/22 32,848
3346 나물밥 한그릇 19 2013/12/13 22,548
3345 급하게 차린 저녁 밥상 [홍합찜] 32 2013/12/07 24,855
3344 평범한 집밥, 그런데... 24 2013/12/06 22,223
3343 차 한잔 같이 드세요 18 2013/12/05 14,855
3342 돈까스 카레야? 카레 돈까스야? 10 2013/12/04 10,886
3341 예상하지 못했던 맛의 [콩비지찌개] 41 2013/12/03 14,960
3340 과일 샐러드 한접시 8 2013/12/02 14,059
3339 월동준비중 16 2013/11/28 16,993
3338 조금은 색다른 멸치볶음 17 2013/11/27 16,691
3337 한접시로 끝나는 카레 돈까스 18 2013/11/26 12,438
3336 특별한 양념을 넣은 돼지고추장불고기와 닭모래집 볶음 11 2013/11/24 14,780
3335 유자청과 조개젓 15 2013/11/23 11,803
3334 유자 써는 중! 19 2013/11/22 9,690
3333 그날이 그날인 우리집 밥상 4 2013/11/21 11,197
3332 속쌈 없는 김장날 저녁밥상 20 2013/11/20 13,643
3331 첫눈 온 날 저녁 반찬 11 2013/11/18 16,457
3330 TV에서 본 방법으로 끓인 뭇국 18 2013/11/17 15,728
3329 또 감자탕~ 14 2013/11/16 10,476
3328 군밤,너 때문에 내가 운다 27 2013/11/15 11,549
3327 있는 반찬으로만 차려도 훌륭한 밥상 12 2013/11/14 12,899
3326 디지털시대의 미아(迷兒) 4 2013/11/13 10,940
3325 오늘 저녁 우리집 밥상 8 2013/11/11 16,498
3324 산책 14 2013/11/10 13,342
3323 유자청 대신 모과청 넣은 연근조림 9 2013/11/09 10,792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