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생선그릴의 경우 해동이 잘 된 생선은 아주 잘 구워지는데 해동이 덜 되면, 안이 덜 익는 경향이 있어서 오븐에 굽기로 했죠.

냉동갈치 답지않게 맛있는 갈치구이를 먹다가....중학교 때 친구 생각이 났습니다.
중학교 1학년때 제 바로 뒤에 앉은 친구는 늘 점심 반찬으로 갈치를 싸왔습니다. 갈치를 굽거나 아니면 기름에 지져서 가지고 왔습니다.
우리 친정어머니 사전에 도시락반찬으로 생선구이는 없었습니다. 어림없는 일이었죠. 생선은 식으면 비려서 못먹는 걸로 생각하셨거든요. 구이든 조림이든 도시락 반찬으로 싸주시질 않았습니다. 그런 엄마탓에 저도 도시락에 생선은 못싸가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친구는 줄기차게 생선을 싸왔습니다.
그래서 하루는 그 친구의 갈치구이를 얻어먹어봤는데, 생각만큼 비리지도 않고 맛이 있는거에요. 집에서 가서 엄마에게 얘기했지만, 엄만...안 믿으시더군요. 비려서 어떻게 먹냐고...
이 친구에 얽힌 에피소드.
가정환경조사서에 부모님의 직업을 적는 난에 그 친구는 '어업'이라고 적어왔습니다.
어업? 어업이라니? 서울에서?
그 친구의 가정환경조사서를 들여다 본 친구들이 호기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급기야 그 궁금증을 참지못한 한 친구가 물었습니다.
"너희 집 어디야?"
"○○동이야"
"그런데 어디서 어업을 해?"
"○○시장에서"
"○○시장에서 어떻게 어업을 해?"
유난히 피부가 맑고 투명하던 그 친구, 얼굴이 점점 붉어지면서,
"우리 엄마, ○○시장에서 생선가게 해"
"그게 어떻게 어업이야, 상업이지!"
주변에 있던 우리 모두는 웃음을 터뜨렸고, 그 친구는 얼굴이 새빨게 지면서 거의 울듯 했습니다.
저도 그때 같이 웃었던 애들중에 하나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웃을 일도 아닌데...
왜 그렇게 까르르 웃어댔는지...그 친구에게 미안한 생각이 듭니다.
*희야, 그때 웃어서 미안해. 널 조롱할 생각으로 웃은 건 아니야. 그때 분위기가 그래서..정말 미안하다.